[IT동아 이문규 기자] 미국 현지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독서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영어독서/지도 솔루션으로 구현한 '르네상스러닝'의 독서 프로그램은, 이를 도입한 학교나 도서관, 교육기관 혹은 학원 등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즉 일반적인 영어학습 교재/도구가 아니다. 단순히 영어점수를 높이는 교육이 아니라, 영어독서 습관과 독해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이렇게 학교나 학원에서만 접할 수 밖에 없어 아는 이들은 이미 잘 알고 활용하지만,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가 없는 이들은 아예 그 존재조차 모른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초등생 자녀를 데리고 르네상스러닝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체험해 그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르네상스러닝의 영어독서 프로그램은 SR(STAR Reading, 독서수준진단 프로그램)과 AR(Accelerated Reader, 독서학습관리 프로그램)으로 두 가지다. 미국 학생 독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SR을 통해 영어 읽기 수준을 진단하고 영어원서를 읽은 다음, 이해도를 평가하기 위해 AR퀴즈를 풀면서 읽기 수준을 차근차근 높이는 방식이다. 영어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겠다. 입시영어든 회화영어든 하나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학습하는데 독서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독서는 살면서 접하는 모든 배움의 뿌리다. 한가지 염두에 둘 점은, 영어독서는 영어실력을 높이려는 학습법이 아니라, 영어독해력을 길러 영어 언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훈련법이라는 것이다.
기자의 거주지는 서울 구로구 개봉동이다. 안타깝게도 개봉동 인근에는 AR/SR 프로그램을 도입한 학교나 학원, 도서관 등이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이 경기 광명이나 서울 양천구 목동이다. 역시 좋은 학군이 형성된 지역에는 여러 학습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기자는 초등 4학년 자녀를 데리고, AR/S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 소재의 '영등포SLP' 어학원을 방문했다. 영등포SLP는 2015년 10월에 AR/SR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이를 재원생과 학부모에게 소개해 영어독서 집중 지도를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AR/SR 도입 및 지도 방식은 각 학교, 학원마다 다를 수 있다).
AR/SR 프로그램을 시작하려면, 자녀의 독서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리딩레벨(독서수준)진단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영어독서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고 흥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 리딩레벨은 미국 현지 학생들의 독서 빅데이터를 토대로 결정된다. 르네상스러닝(본사는 미국)은 지난 30여 년간 미국 현지 학생들의 독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AR/SR 프로그램에 적용하고 있다.
기자 역시 자녀의 영어 독서수준이 미국 학생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상당히 궁금했다. 다행히도 자녀가 평소에 영어에 그리 싫증을 내지 않는 터라 독서수준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영등포SLP 이은진 교수부장은, 리딩레벨 테스트를 거쳐 자녀의 독서 수준이 측정되면 학부모들의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리딩레벨 테스트는 인터넷을 통해 진행되니 PC나 태블릿PC 등을 통해 즉시 시작할 수 있다. 본원에서는 아이패드를 이용해 자녀가 편하게 수준 테스트에 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테스트는 30여 개 문항으로 15분 정도 진행된다. 이 테스트의 목적은 현재 자녀의 영어독서/독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함이라 정답/오답 확인 단계도 점수도 없다. 말 그대로, 시험이 아니라 측정이기 때문이다.
퀴즈 테스트에 임하는 아이의 모습은 상당히 진지했다. 레벨 테스트를 마치면 테스트 결과가 바로 나오며, 리포트 형식으로 출력하여 이를 토대로 독서지도 상담이 이루어진다. 각 문항의 정답, 오답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르네상스러닝 본사의 독서 빅데이터에 견주어, 현재 아이가 미국 현지 학생 몇 학년 수준의 독서 능력인지를 측정한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자뿐 아니라 아이 역시 긴장했다. 독서 수준은 'GE지수'로 표기되는데(GE는 Grade Equivalent, 학년 수준), 빅데이터 분석 결과 기자의 자녀는 '2.2'로 측정됐다. 즉 '미국 초등학생 2학년 2개월차' 학생들의 일반적인 독서 능력이라는 의미다. 미국 2학년 초등학생이 어려움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 나이로 11살, 미국 나이(만)로 10살임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기특한 결과라 생각한다. 말하기 수준은 당연히 아직 미국 2학년 학생에 미치지 못할지언정 읽기 수준은 그와 비슷한 셈이다. 아이 역시 2.2의 결과에 만족하고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학생 분석 리포트(Student Diagnostic Report)는 학교, 학원 등이 아닌, 미국 르네상스러닝 본사의 독서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통계를 거쳐 발행되는 정보라 공신력이 높다. 이 리포트에는 독서 수준을 뜻하는 GE지수 외에 자녀가 자기 독서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ZPD 범위'도 정해준다. 이 범위는 가장 효과적인 영어독서를 위한 도서 난이도 범위로서, 예를 들어 기자 자녀의 경우 '2.1~3.1'로 책정되어, 미국 학령 기준 2학년에서 3학년이 무난히 읽을 수 있는 난이도 범위의 영어책을 선택해 읽으면 된다.
영어책 수준은 'ATOS Book Level(ATOS 지수)'로 표기되며, 이는 개별 영어책의 문장 및 단어의 난이도를 분석한 다음, 이를 르네상스러닝의 독서 빅데이터에 따라 미국 학령 기준으로 구분한 것으로, 현재 17만 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도서에 적용되어 있다.
이에 따라 기자의 자녀는 ZPD 범위에 해당하는 ATOS 지수 2.1부터 3.1까지의 책 중에서, 자신이 읽기에 수월한 책을 선택해 읽으면 된다. 보유하고 있는 영어책의 북레벨을 확인하고 싶다면, 르네상스러닝이 제공하는 'AR북파인드' 홈페이지(http://www.arbookfind.com)에서 해당 책의 제목으로 검색하면 된다. 세상의 모든 영어책이 다 등록된 건 아니지만, 전문 영어도서관인 서울 송파 영어도서관에 구비된 영어책 수가 17,000여 권임을 감안하면 ATOS 지수 영어책이 이보다 10배나 많은 셈이다.
참고로 이들 영어책은 직접 구매해도 되지만, AR/SR 프로그램을 도입한 학교나 학원 등에서 빌려 읽을 수도 있다. 혹은 AR/SR 도입 영어도서관을 이용하면 학교나 학원과는 무관하게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활용 할 수 있다(대구 범어도서관, 경기 석수도서관, 경남 양산도서관, 서울 강서영어도서관 등). 영어책의 장르와 분량 등은 다양하니 자녀가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과 읽기에 지치지 않을 분량의 책을 선택하면 되겠다.
기자가 방문한 영등포SLP는 원내에 AR/SR 영어책 라이브러리를 별도로 만들어, AR/SR 수강 학생들이 언제라도 자유롭게 영어책을 빌려 읽고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3,000여 권이 비치돼 있으며, AR/SR 수강 학생들은 학원에 들어오면 스스로 라이브러리에 들어가 GE지수와 ZPD 범위의 책을 확인하고 책을 빌려 읽는다. 책을 스윽 훑어 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책을 고르는 모습이 제법 능숙하다. 이은진 교수부장은 본원의 AR/SR 수강 학생은 평균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영어책을 읽고 있으며, 주말이면 서너 권씩 대여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렇게 리딩레벨 테스트를 거쳐 자기 독서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책을 읽은 다음, 책 내용을 토대로 간단한 독서 퀴즈인 AR을 실시한다. 책 내용을 정확히, 제대로 이해했는지 묻는 퀴즈다. AR 퀴즈 역시 르네상스러닝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되며, PC나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으로도 접속할 수 있다. AR 퀴즈는 내용 이해 평가, 핵심 어휘 평가, 음성 퀴즈, 내용 추론/분석 평가 등으로 구성되며, 책 분량에 따라 5~20문제가 출제된다. AR 퀴즈의 경우 학교나 학원 내에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기관별 커리큘럼에 따라서 집에서도 PC나 태블릿PC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자녀가 책을 읽은 후에도 이 퀴즈를 제대로 풀 수 없으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거나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기에, 퀴즈 진행을 중단하고 책을 다시 읽도록 지도해야 한다. 즉 이 AR 퀴즈는 퀴즈 정답, 오답을 가려내 영어를 배운다는 게 목적이 아니다.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측정하는 단계다. 따라서 한번 종료한 퀴즈, 한번 넘어간 문제는 다시 풀 수도, 검토할 수도 없다. 정답 맞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SR의 지도 아래 책을 읽어 이해하고 AR 퀴즈를 풀고 확인하는 단계를 반복하면서, 자녀의 영어독서 수준을 차근차근 높이는 게 AR/SR 프로그램의 기틀이다. 기자의 자녀의 경우 GE지수 2.2로 시작해, ZPD 범위 2.1의 책부터 읽고 AR퀴즈를 풀며 GE지수를 높이게 된다. 이은진 교수부장에 따르면, GE지수가 높아질수록 결국 아이들이 영어에 자신감이 생기고 독서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마치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 레벨을 올리듯, 독서 수준을 올림으로써 작은 성취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영등포SLP의 경우 AR/SR 수강 학생들의 독서 성취도를 영어책 라이브러리 입구에 재미있게 표기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성취감과 경쟁심을 갖게 하고 있다.
AR퀴즈를 풀고 나면 앞서 소개한 분석 리포트 형식의 문서가 출력되고, 이 내용은 르네상스러닝 데이터베이스에 모두 저장되어, 학생의 독서 및 퀴즈 이력 등을 인터넷으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르네상스러닝 AR/SR 독서 프로그램은 철저한 자기주도형 학습이다. 학교/학원의 교사는 리딩레벨 테스트와 그 테스트 결과에 따른 독서 지도 등에만 개입한다. 교사가 학생의 GE지수와 ZPD 범위를 알려주면, 책을 선택해 읽고 AR퀴즈를 풀어 결과를 확인하는 건 모두 학생 혼자, 스스로 진행한다. 교사나 부모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학습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책을 읽고 독서습관과 독해능력을 스스로 향상시키는 학습이다. 참고로 자기주도 학습이 쉽지 않은 유치원생들의 경우 학교, 학원의 자체 교육/지도 과정이 접목된다.
이은진 교수부장은 "학원 운영자로서 기존의 입시형 영어교육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는 과정이긴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본다면 AR/SR과 같은 영어독서 프로그램이 체계적인 영어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일률적인 영어교육 교재가 아닌 소설이나 위인전 등의 영어책을 아이들이 직접 읽고 이해하는 거라, 최근 들어 영어독서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들의 문의나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부장은 "유치/초등 시기에는 영어독서 프로그램으로 독서 습관과 독해 능력을 기르고, 중등/고등 시기에는 시험에 맞춘 영어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가 클 것"이라 조언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