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DJI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홍대(서울 마포)에 마련한 데 이어, 경기 용인에 DJI 아레나(ARENA)를 개설했다. 드론과 촬영 장비 등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플래그십 스토어라면 DJI 아레나는 비행 연습과 교육 등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다. 무엇보다 이 시설은 DJI가 세계에서 처음 구축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개장은 오는 18일부터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 2325번길 45-76(마북동 441)에 자리한 DJI 아레나는 1,395제곱미터(약 400평) 면적에 2층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상 한 층은 비행과 교육 등을 진행하는 공간이고, 다른 한 층은 기자재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태현 DJI 코리아 법인장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드론에 대한 인기가 기대 이상임을 확인했다. 이에 더 많은 사람이 드론에 대한 것을 경험하도록 만들자는 생각으로 경기 남부에 DJI 아레나를 준비하기로 계획했다. 여기에서는 누구나 드론을 쉽고 안전하게 즐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드론을 알아가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드론을 즐긴다
DJI 아레나는 실내에 마련된 드론 비행장으로, 내부에는 다양한 장애물이 마련되어 있어 비행 실력을 기를 수 있다. 장애물 종류는 다양하지 않으나, 익숙하게 조작 가능한 정도로 성장시키기에는 부족함 없어 보였다. 최대 4명이 한 자리에서 드론 비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드론 장비가 무선 주파수를 활용한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러 장비가 무선 연결되면 혼선 가능성도 높아진다.
내부 시설을 살펴봤다. 기본적으로 구성은 조종석과 장애물로 나눠져 있다. 먼저 조종석 후면에는 비행 경로를 1인칭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액정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다. 장애물과 조종 공간 사이에는 드론의 이탈로 민간인의 부상을 막기 위한 그물이 배치됐다. 한 쪽에는 드론을 고치고 점검할 수 있는 정비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프로그램은 5개로 구성했다. 개인 소유 드론으로 자유롭게 비행 연습이 가능한 비행장 이용 프로그램, 단체 방문 대관, 초중생 대상의 팬텀4 아카데미, DJI 전문 파일럿이 지도하는 일대일 드론 강습 및 체험 견학 프로그램이 있다. 개인 또는 단체 대관은 개인 장비를 사용해도 되지만, 교육 프로그램은 자체 보유한 기기를 쓴다.
팬텀4 아카데미는 주 2회 수강으로 4주간 운영된다. 유료 수업으로 1인 수강료는 20만 원이다. 일대일 드론 강습 교육 수강료는 3시간 기준 7만 원에 책정됐다. DJI 아레나를 빌려 이용할 때의 이용료는 3시간 기준 인당 1만 5,000원이다.
프로그램 비용에 대해 문태현 법인장은 “새로운 장르에 대한 가격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 가격을 벤치마크 했다. 책정된 비용은 이를 반영한 것으로, 소비자가 최대한 드론을 즐기면서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DJI 아레나에서 드론을 즐기기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따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행사가 진행되는 시간이 오전이었음에도 폭염으로 인해 체감 온도가 높았다. 내부에서 대형 선풍기를 가동했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조립식 건축물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위에 떨며 드론을 즐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체 대관 시 휴식 공간이나 시설 등도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아레나를 통해 DJI 코리아가 극복해야 할 것들
DJI 코리아의 행보는 해당 시장의 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BMW 코리아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였다. 1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젊은 드론 제조사와 비교하자니 미안하지만 잘 보완한다면 국내 드론 시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에서다.
우선 DJI 아레나는 접근하기가 어렵다. BMW 드라이빙 센터 또한 접근성이 뛰어나다 보기 어렵다. 영종도에 위치한 이 시설은 공항화물청사역(공항철도)에서 접근하거나, 자차로 이동해야 한다. DJI 아레나는 구성역(분당선)에서 도보 접근하거나 자차 이동해야 한다.
문제는 자차 이동 시에 발생한다. 안내가 부족하니, 자연스레 길을 헤맨다. 기자도 차량을 이용해 DJI 아레나를 방문했는데, 한참을 돌아다니고 나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도 아직 지명 등록되지 않은 상태라 주소로 찾아야 했다.
특히 카카오내비를 쓰는 차주라면 매우 높은 확률로 길을 헤맬 것이다.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SK T맵은 주소를 검색하면 제대로 길을 안내했는데, 해당 지역의 도로 구조가 조금 난감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 참고해야 한다. 다른 내비게이션도 제대로 검색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이 점에서 자유롭다.
그 다음으로 DJI의 정체성을 경험할 아이템의 부재다. 해당 건물에는 실내 비행장 구성을 위한 장애물과 조종석, 정비실이 고작이다. DJI가 다루는 다양한 드론과 촬영 장비, 기타 액세서리를 경험할 공간은 없다(팬텀4 구매는 가능하다는 것이 DJI 코리아 측 설명). 내부적으로 DJI 아레나를 통한 판매가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일 수 있다. 혹여 아레나에서 경험한 DJI 드론에 매료되어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데 내부 관리자가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나 온라인에서 주문하세요”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묘하지 않을까?
BMW 드라이빙 센터도 복합 공간이다. 교육과 체험을 위한 주행시설(트랙)과 체험관, 서비스센터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이 체험관에서는 BMW의 역사와 주력 차량들, 관련 액세서리 등 구매도 가능하다. 레스토랑과 카페도 마련되어 있다. 말 그대로 이 곳에 오면 BMW에 대한 모든 것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자연스레 예비 고객으로 만들도록 했다.
지난 2014년 7월, BMW 드라이빙 센터 준공식 당시 김효준 BMW 코리아 대표는 “드라이빙 센터는 수익을 내고자 만든 것이 아니다.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많은 비용이 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방문객의 프로그램 이용료로 비용을 충당하겠지만, BMW 코리아도 꾸준히 투자할 것이다.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고객에게 전파되고 우리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드론 시장은 자동차 시장과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작다. 하지만 DJI 코리아가 시장 선도와 문화 확장을 꿈꾸며 DJI 아레나를 준비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니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