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태우 기자] SK텔레콤이 뜬금없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내놨다. 아이폰 시리처럼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이를 수행하는 서비스다. 서비스 이름은 '누구(NUGU)'이며, 이를 적용한 전용기기도 함께 선보였다. 전용기기는 이미 판매되고 있는 아마존 '에코'나 지난 5월 공개한 구글 '홈'과 유사한 원통형의 제품이다. SK텔레콤은 8월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누구 서비스가 적용된 전용 제품은 음성 입출력을 할 수 있는 마이크와 스피커, 그리고 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 등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와이파이에 연결되어 단독으로 작동하며, 스마트폰이 중간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다만 처음 설정 작업에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사용 방법은 여느 음성 서비스와 다르지 않다. 이름을 불러 호출한 후 명령을 내리면 된다. 조명, 제습기, 플러그, TV 등 가전기기 제어, 음악 추천 및 자동 재생, 날씨, 일정 등 정보 안내, 스마트폰 위치 찾기 등을 할 수 있다. 멜론, 11번가, 스마트홈 등의 서비스와 연동해 이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신나는 음악을 틀어줘"라고 말하면 경쾌한 음악을 자동으로 선곡 재생해주며, 음악 정보를 물으면 가수, 제목 등을 답해준다. "야구장에 갈 건데, 내일 인천 날씨 어때?"라고 물으면 해당 지역의 날씨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음성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마이크는 기기 상단에 배치했으며, 분위기에 따라 색상을 바꾸는 LED 조명을 적용했다. 여기에 오디오 브랜드 '아스텔앤컨'이 음향 설계에 참여해 음질 수준을 끌어올렸단다.
SK텔레콤 디바이스 지원단 박일환 단장은 "스마트폰의 터치 사용자 환경에 이어 음성은 차세대 사용자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며 "음성은 특별히 배울 필요가 없는 사용자 환경으로 인공지능과 결합하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SK텔레콤 디바이스 지원단 박일환 단장
인공지능은 지난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로 화두가 된 바 있으며, 앞으로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글은 5월에 진행한 개발자 행사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를 여럿 선보였으며, 애플 또한 6월 WWDC에서 인공지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렇다면 SK텔레콤은 왜 음성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내놓은 걸까? SK텔레콤은 통신 회사다. 음성 전달이 기본 속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소리에 대한 연구, 언어 처리에 대한 원천 기술 개발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2012년부터 인재를 영입해 자연어 처리 분야에 대해 연구개발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핵심인 클라우드와 딥 러닝이 발전하고, 알파고로 인공지능이 트렌드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술과 기존 서비스를 묶어 파편화된 기술과 사업을 통합하는 허브 구축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속해서 연구를 해오던 자연어 처리 기술에 클라우드, 빅데이터, 딥 러닝 등을 더해 누구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자연어 처리 분야에 대한 연구를 몇 년 동안 해오고 있음에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을 테다. 특히 누구 서비스를 실생활에 사용하면서 쓰이는 자연어는 기존 데이터와는 다르므로 초반에는 사용자의 의도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누구 서비스를 얹은 전용기기를 널리 보급해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딥 러닝 기술을 사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배워 사용자 말하는 의미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음성 데이터는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사용자 식별 부호를 제거한 후 수집하게 된다.
SK텔레콤은 누구 서비스를 폴랫폼으로 키울 생각이다. API를 오픈해 써드파티 개발자도 누구 서비스의 핵심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하려고 한다.
가정용 누구 단말은 9월 1일부터 전용 홈페이지나 11번가에서 구입할 수 있다. 10월 말까지 희망 고객을 대상으로 정상가보다 60% 할인된 9만 9000원에 제공(한정 수량)할 계획이다. 이후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를 시행하고, 여기서 모인 아이디어는 향후 기능 업그레이드에 반영할 예정이다.
2차 고객 참여 이벤트가 예정된 11월부터 12월 말까지는 14만 9000원, 내년부터는 정상가(24만 9,000원 예정)로 판매한다.
박일환 단장은 "궁극적으로 누구를 고객 일상과 언제나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당사 생활가치 플랫폼과 서비스를 전달하는 핵심 접점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