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볼보자동차는 2016년 11월 3일, 메이필드 호텔(서울 강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볼보자동차의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하칸 사무엘손(Hakan Samuelsson) 볼보자동차그룹 최고경영자가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취임 이후 처음 방한한 그는 "한국 시장 내에서의 성장과 신차 계획의 공개, 자율주행과 전기차 기술 협력을 위한 국내 기업을 물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한국 시장 내에서의 볼보 브랜드 성장세다. 최근 3년간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주요 신차 출시가 없었음에도 2014년에는 전년대비 약 55%, 2015년에는 42%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의 판매 기준으로 26.7% 성장했다. 이대로라면 올해는 못해도 30%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수치다.
이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S90이다. E-세그먼트(4,701~5,000mm)에 속하는 이 차량은 여러 수입차 브랜드가 뜨겁게 경쟁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볼보는 프리미엄 세단으로 입지를 다지려면 한국 시장에서의 반응과 평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국 시장에서 활약 기대되는 S90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는 현재 대대적인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차량의 출시와 생산 역량을 늘리기 위해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90 시리즈다. 현재 볼보는 XC90과 V90, V90 크로스 컨트리(CC), S90 등 4개의 라인업을 구성했다. 특히 XC90은 2015년 출시해 전세계 11만 5,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향후 3년간 60과 40 라인업의 완전 변경(풀체인지)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3년 후에는 모든 라인업이 신차로 변경될 것이라고.
볼보는 S90에 거는 기대가 컸다. 세단이 강세인 한국 시장에서의 선전도 기대했다. S90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혀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볼보코리아 측 자료에 따르면, S90은 9월 말까지 약 300여 대 예약 판매가 이뤄졌다.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도 초기 수치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지금 당장은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연 1만 대 가량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1만 대 판매는 우리가 먼저 달성하고자 하려는 목표라고 보면 된다. 추후 딜러사들이 목표를 이루면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 볼보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XC90에 이어 S90을 선보이는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후 V90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를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 V90, 완전 변경되는 XC60 등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시장 확대를 이어 나가게 된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최신 주행 기술의 발굴 박차
신차는 물론이고 향후 미래를 책임질 주행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의 설명이다. 특히 자율주행(오토파일럿)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을 자동차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것에 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기술 외에도 소비자 입장에서 자율주행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볼보는 이를 활용하기 위해 여러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버의 예를 들었는데, 최근 우버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트럭은 물론이고 택시 서비스 등 운송 전반에 걸쳐 있다. 볼보는 우버와 함께 자율주행 차량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테스트가 이뤄질 것이라 언급했다.
이 외에도 자율주행 차량 시제품을 가지고 드라이브 미(Drive Me) 프로젝트를 시행할 예정이다. 100여 명의 운전자가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경험하며 자료를 축적하게 된다. 먼저 스웨덴 구텐베르그에서 파일럿 주행이 시작되고 이후 영국 런던과 중국 상해에서 테스트를 이어간다. 물론,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국은 예정에 없다. 마치 애플이 한국에 아이폰을 1~2차 이내에 공급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자율주행 외에 눈길을 주고 있는 분야는 역시 전기차다. 볼보는 현재 이-드라이브(e-Drive)라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운영하고 있다. 완전 전기차로 가기 전 과도기적 성격으로 최대 400마력의 출력과 순수 전기로 50km 가량을 이동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동시에 2019년까지 최대 500km 가량 이동이 가능한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누적 1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내세운 볼보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협력도 함께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양적 성장만 강조한 볼보, 질적 성장은 '두리뭉실'
발표의 대부분은 당연하지만 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계획이다. 그것도 전세계 기준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면서도 정작 한국 시장에 대한 계획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가 방한한 것은 자율주행과 전기차에 필요한 기술을 파악하러 온 것이지 실무(계약)를 보기 위함은 아니라는 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물론 실무는 본인이 아니라 볼보 엔지니어들이 해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긋기는 했다.
이윤모 대표의 언급도 두리뭉실하다. 그는 질의응답에서 "하칸 사장 외 여러 관계자와 한국 시장에 볼보차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볼보는 한국 시장에 계속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데,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진행하겠다. 스웨디시하고 북유럽(스칸디나비아) 다운 방법으로 진행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엇이 스웨디시하고 스칸디나비아스러운 감성인지 알 수 없지만 구체적 계획이라 보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야기 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두드러지는 활동을 하는 기업은 BMW를 꼽는다. 2014년에는 드라이빙 센터의 문을 열고 이를 활용해 마니아들을 양산해 나가고 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사후 서비스센터의 수도 빠르게 늘리는 곳도 많다.
볼보는 현재 전국 16개 서비스센터가 있다. 서울에는 무려 4개씩이나 있다. 사후서비스가 늘 논란의 대상으로 꼽히는 아우디(전국 32개, 서울 9개)/폭스바겐(전국 32개, 서울 10개)보다도 적다. 판매량은 늘어나는데 이를 처리하는 서비스센터를 찾기 어렵거나 대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만족도는 자연스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볼보가 어떻게 스웨디시하고 스칸디나비아 답게 한국 시장에 기여할지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