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IT동아 김태우 기자] 퀄컴이 국내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1조 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마디로 공정하지 못한 거래를 했다는 말이다.
보통 특허는 발명에 대해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A라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았다면, 다른 사람은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특허가 표준 기술로 채택되면 경쟁사가 해당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관련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다. 이런 표준특허는 특허권자가 과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프랜드(FRAND) 확약으로 보호받는다. 특허가 없는 업체라도 표준특허로 제품을 만들고 이후 사용료를 낼 수 있다.
공정위가 문제 삼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퀄컴이 표준필수특허(SEP)를 가지고 있음에도 프랜드 확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MWC 2017’에서 퀄컴 도널드 로젠버그 법률 담당 총괄 부사장과 알렉스 로저스 총괄 부사장 겸 퀄컴 테크놀로지 라이센싱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퀄컴 도널드 로젠버그와 알렉스 로저스
퀄컴은 공정위의 이번 조사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도날드 로젠버그는 "전원회의 하루 전날 진행된 경쟁법 관련 콘퍼런스에서 퀄컴은 초대받지도 못 했는데, 퀄컴 케이스가 모두 알려졌다"며 "밝혀지지도 않은 잘못된 내용까지 이야기되었다"말했다.
이어 "해당 콘퍼런스는 삼성 관계자와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이 참석했다"며 "이는 바람직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런 일 때문에 전원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도날드 로젠버그는 다소 우려스러웠는데,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퀄컴은 공정위가 문제 삼고 있는 컴포넌트 레벨의 라이센스에 관해 모든 메이저 셀룰러 인더스트리는 컴포넌트 레벨 라이센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20년 이상 업계에서 잘 지켜져 오고 있는 디바이스 라이센스를 하고 있다.
알렉스 로저스는 "공정위는 퀄컴이 라이센스를 주지 않으면 인텔, 미디어텍 등이 모뎀 칩셋을 만들어 팔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주장은 맞지 않는다"며 "이들은 라이센스가 없음에도 이미 칩세트를 만들어 팔고 있고, 일정한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7만 봐도 이미 인텔 모뎀 칩이 쓰인다.
또한 "퀄컴은 경쟁을 저해하기보다 원천 기술이라도 쓸 수 있도록 한다"며 "칩세트 업체가 사라진 이유는 라이센스 때문이 아니라 경쟁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퀄컴이 업계에서 잘 유지되어 오던 라이센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왜 공정위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에 대해 알렉스 로저스는 "공정위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삼성, 애플, 인텔 이야기만 듣는다"며 "다른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노키아가 우리를 지지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을 알게 됐다"며 "공정위가 전달받은 자료가 무엇인지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도날드 로젠버그는 "공정위는 증인 신청에 관해 일주일 전에 선택할 것과 질의서를 서류로 작성해 보내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증인에게 사전 대응할 준비시간을 주는 것이니 의미 없는 것이 아니냐"고 언급했다.
퀄컴은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 취소를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