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발표한 안드로이드 미러리스 카메라 갤럭시NX(Galaxy NX)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29일 밝혔다. 갤럭시NX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하나로 합친 제품이다. 이름부터 그런 흔적이 가득하다.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와 미러리스 카메라 'NX'를 섞어 만든 이름이다.
갤럭시NX는 참으로 독특한 제품이다. 카메라 기능에 집중한 스마트폰은 몇 가지 있었지만, 미러리스 카메라에 안드로이드를 더한다는 발상을 하고 이를 제품화한 것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다.
대체 왜 이런 제품이 튀어나온 걸까. 사용자들이 사진을 소비하는 형태가 변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사용자들은 사진을 단순히 추억을 보관하는 용도에서, 추억을 공유하는 용도로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거나,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전달한 경험. 누구나 한두 번쯤 있을 듯하다.
이점에 착안해 카메라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LTE통신을 내장했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후, 찍은 사진을 LTE 통신을 통해 즉시 타인과 공유한다. 갤럭시NX의 주요 콘셉트이며, 전작 '갤럭시카메라'의 콘셉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갤럭시카메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카메라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화질이 시중의 스마트폰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이 시점에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두고 갤럭시카메라를 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차별화를 꾀하고자 21배 광학 줌을 내장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갤럭시NX는 갤럭시카메라의 단점인 화질을 개선한 제품이다. 이를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로 변신을 꾀했다. 스마트폰, 콤팩트 카메라에 내장된 이미지 센서보다 훨씬 뛰어난 화질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APS-C 타입 이미지 센서와 삼성전자 NX 제품군과 동일한 렌즈 마운트(렌즈 거치대)를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NX를 기자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어디 서나 사진을 찍어 즉시 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보를 중요시하는 기자들에게 어울린다는 뜻이다. 또, 화면속 가상 키보드를 활용해 사진을 전송하면서 간단한 기사를 덧붙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갤럭시NX는 삼성전자이니까 가능한 제품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스마트폰 제조사는 어딜까.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소니 등이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카메라 제조사로 어디를 들 수 있을까. 캐논, 니콘, 삼성전자, 소니, 올림푸스 등이다. 둘을 섞어보니 교집합이 두 개 나온다. 삼성전자와 소니다. 전세계에서 스마트폰과 미러리스 카메라를 함께 생산하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소니 둘밖에 없다.
하지만 소니의 경우 스마트폰 사업부를 에릭슨에게 완전히 양도 받고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로 다른 팀끼리 협력해 특징을 섞은 제품을 출시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스마트폰과 미러리스 카메라를 제작해온 삼성전자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삼성전자만이 미러리스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섞을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뜻이다. 삼성전자 이미징사업부 임선홍 전무는 "갤럭시NX는 전세계에서 오직 삼성전자만이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NX300+갤럭시S3=갤럭시NX
갤럭시NX는 하드웨어 성능도 짬뽕탕이다. 삼성전자 NX300과 갤럭시S3(S4 아님을 주의)를 적절하게 섞은 모양새다.
먼저 카메라 성능부터 살펴보자. 먼저 2,030만 화소 APS-C타입 이미지 센서를 채택한 게 눈에 띈다. NX300에 채택한 이미지 센서와 동일하다. 콤팩트 카메라보다 훨씬 크고, 풀프레임 DSLR보다 조금 작은 센서다. 보급형 DSLR과 동일한 크기다. 촬영한 사진의 품질은 NX300과 대동소이하다.
셔터스피드, 감도, AF 등은 고급 카메라답게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다. 셔터스피드는 최대 1/6000까지 지원한다. 스마트폰이나 콤팩트 카메라의 셔터스피드는 1/2000이 채 되지 않는다. 감도는 100에서 최대 25,600까지 확장할 수 있고, 초점을 잡기 위해 DSLR에서 주로 사용되는 위상차AF 방식과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콘트래스트AF 방식을 함께 지원하는 혼합 AF를 지원한다.
바디는 흥미롭게도 NX300보다 NX20에 더 가깝게 생겼다. 얼핏 보면 DSLR 카메라처럼 보인다. 요새 유행하는 초소형 DSLR과 비슷한 크기다. 이렇게 생기게 된 이유는 뭘까. 뷰파인더 때문이다. EVF(전자식 뷰파인더)를 채택해 마치 DSLR처럼 뷰파인더에 눈을 붙이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렌즈 마운트는 삼성전자 미러리스 카메라 NX시리즈와 동일하다. 다양한 NX용 렌즈를 붙일 수 있다. 10mm 초광각(어안), 16mm 일반 광각, 35mm 매크로(근접), 28mm 팬케익(초소형 렌즈), 75mm 밝은 렌즈(인물 촬영용), 200mm 광각 등 다양한 렌즈를 갖췄다. 필요에 따라 교체해가며 사용할 수 있다.
제품 뒷면에는 크기 4.8인치 해상도 1,280x720의 슈퍼클리어 LCD를 탑재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처럼 여기를 보면서 촬영 가능하다. 시중 미러리스 카메라의 화면 크기가 3~3.5인치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크고 시원하다. 제법 사진 찍을 맛이 난다.
카메라 조작은 대부분 터치스크린에 의존한다. 셔터스피드, 조리개, 특수효과, 장면모드 등 일반적인 조작 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촬영까지 터치스크린으로 수행할 수 있다. 따로 외부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될 정도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그래도 외부에 몇 가지 버튼을 갖추고 있다. 일단 사진 촬영 버튼이 존재한다. 카메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든 사진 촬영 버튼을 누르면 즉시 카메라 앱이 실행되고 1초 내로 사진 촬영 준비를 끝마친다. 그 옆에는 동영상 촬영 버튼이 존재한다.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면 사진 촬영 버튼과 마찬가지로 즉시 동영상 촬영을 개시한다. 동영상은 최대 풀HD(1,920x1,080), 30프레임으로 촬영할 수 있다.
또, 일반 카메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능 다이얼도 하나 존재한다. 다른 고급 카메라의 경우 기능 다이얼이 두 개 존재한다.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동시에 조작하기 위해서다. 반면 갤럭시 카메라는 기능 다이얼을 돌리면 P, A, S, M 모드 전환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는 어떻게 조작할까. 답은 터치스크린이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사진은 기본 제공하는 16GB 내장메모리와 최대 64GB까지 인식하는 마이크로SD 카드에 저장할 수 있다. 용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사진을 클라우드 저장소로 옮기면 된다.
이제 안드로이드 스마트 기기로서 성능을 살펴보자. 갤럭시NX는 엑시노스4412 쿼드코어 프로세서(1.6GHz)와 2GB 메모리를 내장했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4.2 젤리빈이다. 갤럭시S3와 동일한 성능이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할 수 있다. 물론 게임도 실행 가능하다.
갤럭시NX에서 유용한 앱은 3가지다. 첫째는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핀터레스트 등 SNS 앱이다. 찍은 사진을 즉시 공유할 수 있다. 둘째는 드랍박스, U클라우드, G메일, 메시지 등 저장공간 및 공유 앱이다. 이를 통해 사진을 백업하고, 타인에게 전송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갤럭시NX 구매자에게 드랍박스 저장공간 50GB를 2년간 무료로 제공한다. 셋째는 포토샵터치, 픽스아트, 포토원더 등 사진 편집 앱이다. 포토샵 등 PC의 전문 사진 편집 프로그램만은 못해도 특수 효과 적용이나 사진 잘라내기 등 간단한 편집을 수행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진 관련 앱을 갤럭시NX에 기본 제공한다.
LTE통신을 지원하기에 이동통신사의 태블릿PC 요금제에 가입하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 마이크를 내장했지만 전화는 불가능하니 참고할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NX는 LTE 모델만 출시할 계획이며, 와이파이 전용 모델은 발매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가격이 비싼 데다... 짧은 배터리 사용시간은 어떻게 하나요
완벽한 제품은 찾기 힘들다. 갤럭시NX도 여러가지 단점이 눈에 띈다. 일단 가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갤럭시NX의 출고가는 18-55mm 기본 렌즈 포함 약 180만 원.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구매를 원하던 사용자도 주춤하게 만들 듯하다.
갤럭시NX와 비슷한 성능을 갖춘 미러리스 카메라가 90~100만 원, 마찬가지로 비슷한 성능을 갖춘 태블릿PC가 40만 원 내외이니 둘을 합쳤다 해도 약 40만 원 더 비싼 셈. 물론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제품이니 이런 1+1 식 가격 책정법은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했기에 초기 부팅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아쉽다. 전원을 켜고 약 15초 정도 지나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처럼 전원을 켜놓고 화면만 꺼둔 대기모드로 설정하면 즉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오래 사용하기 위해 전원을 아예 꺼둔 사용자라면 사진을 찍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겠다.
또, 대기 시간이 일반 카메라보다 짧은 것도 단점이다. 이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때문인데, 사진을 찍을 때만 전원을 소모하는 다른 카메라와 달리 평소에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실행하기 위해 전력을 소모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4,360mAh라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아무래도 일반 카메라만은 못하다. 2000mAh 용량의 배터리를 내장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대기 시간이 2일인 점을 감안하면 갤럭시NX는 대기 시간이 4일 내외일 전망이다.
그렇다면 갤럭시NX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일반 사용자는 가격이 비싸 접근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싼 가격을 감수하더라도 갤럭시NX의 가장 큰 가치인 '고화질로 찍어 공유한다'를 이해한 사용자만이 갤럭시NX를 구매할 듯하다. 기자는 갤럭시NX를 구매할 계획이다. 그 콘셉트가 마음에 든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 제품을 구매하라고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