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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개발의 대가 MS의 4가지 혁신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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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일용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벨뷰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MS가 전 세계 매체를 초청해 자사의 리서치(기술 연구) 방법과 그 성과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리코 말바르 MS 최고 과학 기술자(Rico Malvar, chief scientist & distinguished engineer)가 MS 레드몬드 캠퍼스를 비롯해 전 세계 5군데에 위치한 R&D 센터에서 어떤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센터
<마이크로소프트 레드몬드 캠퍼스(본사) 리서치 센터의 전경>

MS 리서치 센터의 개요

MS의 리서치 센터는 MS 본사인 레드몬드 캠퍼스, 미국 뉴욕, 미국 메사추세츠 캠브릿지, 영국 캠브릿지, 인도 뱅갈로르, 중국 베이징 등 전 세계 5군데에 위치해있다. 현재 수 만 명의 인력이 60개 이상의 연구 그룹을 형성해 컴퓨터 과학과 MS IT 비즈니스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박사급 인력만 1,000명이 넘는다. 연구 주제는 기초적인 것부터 응용 과학분야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컴퓨터 과학 분야만 해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리지 않고 전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는 6,000명이 넘는 과학자가 투입되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 구글과 아마존을 뛰어넘는 수치이며, 국내 개발사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약 60배에 달하는 연구 인력이다. MS가 인공지능에 그룹의 사활을 걸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MS는 실용적인 연구만 진행하는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조금 엉뚱한 연구로 흥미를 일으키기 보다는 MS의 제품과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연구를 최우선적으로 진행한다.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연구는 대학교, 연구소 등 학계에 맡기고 기업 리서치 센터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센터
<김신일 전 교육인적부장관이 MS 리서치 센터에 수여한 감사패>

MS 리서치 센터는 세 가지 연구 목표와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성과 비즈니스 처리과정을 재구성', '지능형 클라우드', '더나은 개인 컴퓨팅 경험'이라는 MS 리서치 센터의 세 가지 연구 목표는 오피스, 클라우드, 윈도우라는 MS의 핵심 비즈니스와 닿아있다. 또한 MS 리서치 센터는 '무어의 법칙이 끝났고 이에 따른 새로운 컴퓨팅 아키텍처가 필요하다'와 '데이터 폭증 시대에 맞춰 새로운 데이터 저장 관리 방법이 필요하다'는 컴퓨터 과학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MS 리서치 센터의 핵심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MS는 기계에게 보고, 듣고, 이해하는 인지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기술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기계에게 이러한 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핵심 기술은 두 가지, 머신러닝(기계학습)과 영상 및 자연어 처리 기술이다. 정부와 국내 기업이 인공지능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어떤 기술부터 연구하고 투자해야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MS 리서치 센터의 4가지 혁신 모델과 사례

말바르 MS 최고 과학 기술자는 MS 리서치 센터의 연구 및 혁신 방향은 크게 4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4가지 혁신 모델이다. '임무형 혁신(Mission-focused)', '점진적 혁신(Evolutionary)', '와해성 혁신(Disruptive)', '비현실적인 혁신(Blue-sky)'이 바로 그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센터
<리코 말바르 MS 최고 과학 기술자>

MS의 4가지 혁신 모델은 연구일정과 연구집중도에 맞춰 분류한다. 연구일정을 정하고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경우 임무형 혁신, 연구일정을 정하지 않고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경우 점진적 혁신, 연구일정을 정하되 연구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와해성 혁신, 연구일정도 무제한으로 두고 연구 분야에도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비현실적인 혁신으로 분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센터
<MS의 4가지 혁신 모델 (사진=비즈니스인사이트)>

임무형 혁신

임무형 혁신은 시장에 MS의 기술과 서비스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위해 진행되는 연구다. 먼저 특정 기술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기간(데드라인)을 정하고, 경쟁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서 이를 능가하거나 (최소한) 대등한 수준의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내는 것이다.

임무형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MS의 FPGA(프로그래밍 가능한 반도체) '캐터펄트'를 들 수 있다. 캐터펄트는 구글이 2016년 공개한 ASIC(주문형 반도체) 'TPU(텐서플로프로세싱유닛)'를 따라잡기 위해 MS가 개발한 인공지능 전용 프로세서다. 구글에 따르면 TPU는 현재 인공지능의 하드웨어로 널리 이용되는 GPGPU(일반목적용 GPU)보다 전력을 적게 소모하면서 연산능력은 더욱 뛰어나다. GPGPU에서 불필요한 명령어셋을 제거하고 인공지능 연산에 최적화시켰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 TPU를 활용한 인공지능 '알파고'를 선보이며 자사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업계의 선두주자임을 과시했다. MS는 이러한 TPU를 분석해서 TPU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캐터펄트를 개발해서 자사의 데이터센터에 보급했고, 이를 인공지능와 인지컴퓨팅 서비스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이용하고 있다.

점진적 혁신

점진적 혁신은 MS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진행되는 연구다. 특정 시장에 새로 진출하려는데, 해당 시장에 이미 강력한 경쟁자와 경쟁 서비스가 있을 경우 진행되는 기술 개발이다. 경쟁자와 경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벤치마킹해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서 결국 경쟁자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다.

점진적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MS의 비디오게임기 '엑스박스'를 들 수 있다. 엑스박스는 소니와 닌텐도가 장악하고 있던 비디오게임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MS가 개발한 하드웨어다. 경쟁사의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분석해서 해당 기기와 서비스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 엑스박스 하드웨어와 서비스 개발을 진행했다. 2001년 처음 엑스박스 하드웨어를 시장에 출시한 이래 16년 동안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했고, 그 결과 MS는 소니와 닌텐도가 양분하고 있던 비디오게임기 시장에 진입해 3파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센터
<연구 개발은 길고 지루한 작업이다. 음성 인식 개발에 들어간 연구 개발 기간에 대해 설명 중인 말바르 MS 최고 과학 기술자>

와해성 혁신

와해성 혁신은 MS가 사용자의 기대와 전혀 다른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목표인 연구다. 사용자와 경쟁사가 구상은하고 있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던 서비스를 (MS가) 상용화하기 위해 진행하기도 한다.

와해성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MS의 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다. 홀로렌즈는 머리에 장착할 수 있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형태의 증강현실 기기로, 스마트폰 속에서 조약한 수준으로 머무르고 있던 증강현실 기술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고 평가받는 기술이다. MS는 홀로렌즈와 증강현실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기간을 정하고 이에 맞춰 관련 기술을 차례대로 개발, 공개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혁신

비현실적인 혁신은 MS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진행하는 연구다. '비현실적인'이라는 표현 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비현질적인 혁신의 목표는 공상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현실의 영역으로 끄집어내는 것이다. 무제한적인 아이디어와 무제한적인 연구기간이 합쳐져서 탄생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바다속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 나틱'을 들 수 있다. 4차사업혁명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냉각을 위해 전기를 매우 많이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마구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자연환경을 활용해 냉각을 진행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데이터센터는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와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친환경 데이터센터는 실시간 데이터처리보다는 데이터 저장에 이용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프로젝트 나틱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 밀집한 도시 근처의 바다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친환경과 거리라는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는 프로젝트다. MS 리서치센터는 나틱을 구상한 후 캘리포니아 바다에서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결과 나틱 데이터센터 최고 온도가 25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일반 데이터센터의 최고 온도가 27도,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최고 온도가 34도인 점을 감안하면 냉각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나타내는 전원 사용 효과도 1.1 미만에 불과해 1.5~1.8인 일반 데이터센터와 1.1~1.3인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압도했다. 참고로 MS는 나틱이 적합한 국가로 삼면이 바다이거나 섬나라인 한국, 일본, 영국, 인도네시아 등을 언급했다.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바다로부터 200km 이내에 거주하는 국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센터
<바다속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공상을 현실화하고 있는 프로젝트 나틱>

말바르 MS 최고 과학 기술자는 "기업의 리서치란 매우 길고 지루한 작업"이라며, "장기적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신 기술이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바르는 이러한 장기적인 리서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음성 인식'을 들었다. MS는 음성 인식을 상용화하기 위해 1993년부터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당시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기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00년부터 몇몇 앱에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고, 2009년 등장한 딥러닝(인공신경망) 기술을 음성 인식 개선에 바로 활용할 수 있었으며, 2012년에 음성 비서 서비스를 선보이며 비로소 상용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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