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웨스턴디지털(이하 WD)가 HDD(하드디스크) 전문업체라는 이야기는 이미 옛말이 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WD 관련 SSD 이야기가 종종 들리곤 하더니 샌디스크를 인수한 작년부터는 SSD를 완전히 주력 제품으로 삼은 듯, 신제품을 활발하게 출시하고 있다.
다만, SSD 시장은 워낙 많은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어 공략하기가 만만치 않다. 꾸준한 기술개발 없이는 곧 밀려나고 만다. 특히 제조사들은 SSD의 핵심인 낸드(NAND)의 성능과 수명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9일, 웨스턴디지털코리아(이하 WD코리아)는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64단 3D 낸드를 적용한 'WD 블루(Blue) SATA SSD'와 '샌디스크 울트라(Ultra) 3D SSD'를 발표했다.
2D 낸드 한계 넘은 64단 3D 낸드로 용량과 내구성 동시에 향상
이날 행사의 시작을 알린 WD코리아 신영철 본부장은 SSD, 혹은 HDD만 다루는 경쟁사들과 달리, WD는 양쪽을 동시에 공급하는 종합 저장장치 업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자사에서 보유한 WD와 샌디스크, 그리고 HGST 브랜드를 통해 개인용에서 기업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신영철 본부장은 또한 고도화되고 있는 최근의 저장장치 시장은 기록 용량을 늘리기 위해 거의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조공정을 19nm(나노미터, 10먹분의 1미터)에서 15nm로 미세화하고, 셀(저장 소자)당 밀도를 TLC(셀 당 3비트)에서 QLC(셀 당 4비트)까지 증가시키는 시도도 했지만 기존의 2D 낸드 방식으로는 이것이 거의 한계 수치다. 특히 지나치게 셀 당 밀도를 증가시키면 반도체의 내구성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WD는 64단 구성의 3D 낸드를 개발, 내구성과 전력 효율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최대 1TB에 그쳤던 기존 2D 낸드 SSD의 한계를 넘어 2TB 용량의 제품까지 출시했다고 강조했다.
SATA 인터페이스의 한계에 가까운 성능 발휘, 긴 수명도 기대
이날 소개된 64단 구성의 3D 낸드 적용 제품은 WD 블루 SATA SSD와 샌디스크 울트라 3D SSD로, 모델별로 250GB~2TB의 용량을 제공한다. 순차 읽기 속도는 최대 560MB/s, 쓰기 속도는 최대 530MB/s로 SATA(6Gbps) 인터페이스 기반의 SSD로서는 거의 한계에 가까운 성능을 발휘한다. 참고로 WD와 샌디스크 제품은 완전히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며 가격도 같다. 다만, WD 제품은 2.5인치 규격 제품 외에 M.2 규격 소형 제품이 동시 출시되는 반면, 샌디스크 제품은 일반적인 2.5인치 규격의 제품만 출시했다. 샌디스크의 M.2 제품도 향후 출시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제품의 성능 외에 내구성도 주목할 만 하다. TBW(총 쓰기 가능 용량) 기준, 250GB 모델은 100TBW, 2TB 모델은 500TBW의 수치를 갖췄다. 매일 20GB의 데이터를 기록한다면 250GB 모델은 14년, 2TB 모델은 70년을 쓸 수 있으며, 매일 80GB의 데이터를 기록하는 극한 상황에서는 250GB 모델은 3.5년, 2TB 모델은 17년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WD 제품은 '용산'용, 샌디스크 제품은 '마트'용?
WD와 샌디스크 모델이 동일한 성능과 가격을 갖추고 있음에도 브랜드를 나누어 출시하는 이유에 대해, WD 제품은 기존의 PC 시장에서 중심으로, 샌디스크 제품은 양판점(마트 등)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WD코리아는 밝혔다.
한편, 긴 수명을 강조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보증 기간은 3년으로, 특별히 긴 편은 아니다. 이에 대해 WD코리아 측은 보증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잡지 않는 대신 그만큼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며, 이것이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2.5인치 제품 기준 권장가격은 250GB 모델 12만 3,000원, 500GB 모델 21만 5,000원이며, 1TB 모델이 39만 9,000원, 가장 고가인 2TB 모델은 79만 9,000원이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WD코리아 신영철 본부장은 WD가 비교적 뒤늦게 SSD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언젠가 삼성전자와 2강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