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치열한 경매 끝에 SK텔레콤(이하 SKT)과 KT, 그리고 LG유플러스(이하 LGU+)를 비롯한 이동통신 3사는 각각의 추가 주파수를 확보, 기존의 LTE보다 한층 빠른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KT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그도 그럴 것이 SKT와 LGU+의 경우, 각 사의 기존의 주력 주파수 대역과 이번에 새롭게 확보한 주파수 대역을 조합/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전국망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KT의 경우는 다르다. 새로 획득한 주파수가 기존의 KT LTE 주력망과 바로 연동이 가능한 대역이기 때문에 경쟁사 대비 가장 빠르게 전국망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광대역 LTE 서비스는 단말기 교체 없이 기존의 LTE 단말기로도 곧장 속도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소비자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이득도 크다.
KT에게 과도하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 될 것을 우려, 정부에서 KT의 광대역 LTE의 서비스 시기를 광역시는 내년 3월, 전국망은 7월 이후에 실시하도록 제한을 걸었을 정도다. 하지만 당장 서울과 수도권 내의 광대역 LTE 서비스는 할 수 있다. KT가 여전히 경쟁사 대비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90% 승률이라는 KT의 '광대역 LTE 대결'의 신뢰성?
이런 상황 속에 최근 KT는 서울과 수도권 각지를 돌며 타사와 KT의 LTE 속도를 비교하는 이른바 '광대역 LTE-A 한판 대결'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 25개구 423개동(10월 1일 ~ 19일)에서는 96%, 수도권 41개 지역(11월 6일 ~ 15일)에서는 97%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고 지난 10월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과연 KT의 이런 발표를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타사의 3G 단말기와 비교했다', 'KT 단말기는 와이파이를 켜고 비교했다', '아예 결과 자체가 조작이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KT의 주장이 사실인지, 그리고 정말로 논란이 될 만한지를 검증하기 위해 직접 KT의 대결 이벤트 현장을 찾아가봤다. KT가 11월 12일에는 의정부를 중심으로 한 경기 북부, 13일에는 안양과 시흥 근방의 경기 남부 지역에서 이벤트를 실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틀간 현장을 직접 찾아 이벤트의 진행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대결현장' 직접 찾아가보니
이벤트의 과정을 살펴보니 매일 해당 지역의 3~4군데를 1시간 단위로 돌며 주변을 지나는 일반인 중 SKT와 LGU+의 LTE 단말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참여를 권유, '벤치비' 앱을 이용해 KT 단말기와의 인터넷 속도를 비교하는 식으로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여자 전원에게는 KT의 '황금주파수'를 상징하는 황금색 상자에 담긴 초콜릿을 선물하며, KT와의 대결에 승리할 경우에는 영화 예매권 2장을 추가로 제공하는 조건을 걸어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KT 가입자나 3G 단말기를 쓰는 이용자는 당연히 이벤트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으며 와이파이도 확실히 비활성화 된 것을 확인했다.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인지 KT측은 제법 다양한 단말기를 준비해 대결에 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갤럭시S4), LG전자(옵티머스G 프로), 팬택(베가아이언), 그리고 애플(아이폰5)을 비롯한 4개 제조사의 LTE 단말기를 준비했으며, 여기에 LTE-A를 지원하는 단말기 1종(갤럭시노트3)도 더해 LTE-A 이용자와의 대결에 사용했다.
KT측은 참여자가 가진 것과 같은 제조사의 KT용 LTE 단말기를 제시해 속도를 비교하게 했다. 예를 들어 참여자가 LG전자의 SKT/LGU+ 단말기를 쓰고 있다면 KT용 옵티머스G 프로와 속도를 비교하게 하는 식이다. 다만, LTE-A 서비스를 이용하는 참여자의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갤럭시노트3와 속도를 비교하게 하는 것은 약간 아쉬웠던 점이다. 'LTE-A 가입자 수와 지원 단말기의 종류가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 KT측의 해명이다.
대결 결과, 예상 이상의 승률
아무튼 KT측에서 거점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한 거점당 적게는 20여명, 많게는 50여명 정도의 SKT/LGU+ LTE 사용자가 참여해 KT LTE와의 속도 비교에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KT측은 대결이 끝날 때마다 사용한 단말기 기종과 측정 속도를 기록했고, IT동아는 기록 결과가 올바른지를 매번 확인했다.
측정 결과는 KT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다운로드 속도 기준으로 SKT/LGU+ LTE 단말기가 평균 20~40Mbps의 속도를 기록한 반면, KT의 LTE 단말기는 60~80Mbps의 속도를 기록해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LTE-A의 경우에는 SKT/LGU+의 단말기가 평균 30~50Mbps의 속도를 기록하는 동안 KT의 단말기는 70~90Mbps의 속도를 기록,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의정부와 안양, 시흥의 5군데 거점에서 총 5시간 정도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총 225건의 속도대결이 이루어졌고, 그 중 KT는 무려 223건에서 SKT/LGU+를 이겼다. 승률로 따지면 거의 99%에 육박하는 셈인데, 이는 KT에서 밝힌 96~97% 승률도 능가하는 수준이다. 너무나 일방적이라 그 동안 자사의 승률을 일부러 낮춰 발표한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물론 일반 사용자의 단말기는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제 속도를 내지 못할 수도 있으며, KT측에서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단말기가 속도가 잘 나오는 최신 모델이라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다만, 이벤트에 참여한 일반인들 역시 신형 단말기를 쓰는 비율이 높았으며, 기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KT용 아이폰5 역시 현장에서 50~70Mbps 수준의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KT, 지금 당장의 우위는 확실한데…
결론적으로 KT의 '광대역 LTE-A 한판 대결' 이벤트에서 조작이나 거짓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행사 비용이 그다지 많이 드는 것도 아닐테니 KT가 이 이벤트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만 재확인 했을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KT의 이런 우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경쟁사들도 내년 3월과 7월 이후에 KT 못잖은 수준의 광대역 LTE 커버리지를 확보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SKT는 이번 달부터 서울 전역에 광대역 LTE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도권 전체가 커버리지인 KT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감이 있으나 아무튼 열심히 준비를 하는 것은 사실인 셈이다. LGU+의 경우는 아직 광대역 LTE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내년 7월까지는 전국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지금 시점에서 확실히 말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다만, 지금 당장의 시점에서 KT가 광대역 LTE 경쟁에서 경쟁사 대비 상대적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체험한 KT의 ‘광대역 LTE-A 한판 대결' 이벤트의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