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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국가경쟁력은 슈퍼컴퓨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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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코리아가 27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내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슈퍼컴퓨터)활용 현황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와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박인규 교수가 참여해 지구환경변화 예측과 힉스입자 발견에 HPC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설명했다.

이상묵 교수는 한국의 스티브 호킹 박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8년 전 큰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의 시련이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교수로서 연구를 지속해나가고 있다. 박인규 교수는 CERN(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의 회원으로, 힉스입자 발견을 거드는 등 국내 물리학계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이인묵 교수

먼저 이 교수는 HPC를 활용하면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자들도 연구를 지속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연구자들은 신체 장애와 상관없이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신체장애는 연구를 지속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지구과학은 흔히 '역마살'에 비유된다. 지구를 연구하기 위해 쉬지 않고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 하지만 관측이 대단히 어렵거나 힘든 분야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멘틀 운동이다. 멘틀의 움직임은 직접 관찰하기도 대단히 어렵고,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탓에 사람이 이를 일일이 지켜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분야에 HPC를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서울대학교는 이러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계산과학 전공을 신설했다.

이 교수는 "언젠가 왜 우리나라는 HPC와 계산과학에 투자를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HPC를 활용한 계산과학은 지구 자원 및 환경 분석, 질병 확산 등을 예측하는 데 필수적인 분야"라고 계산과학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옆 나라 일본, 중국의 경우 자체적인 HPC 플랫폼을 연구해가며 HPC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계산과학은 수치계산, 빅데이터, 공학과 예술을 결합한 비주얼 애니메이션 등 세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가 경제, 천문 과학 등 실험과 관측이 불가능한 분야에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또, "실험과 관측이 가능한 분야라고 할지라도 미리 계산과학을 적용하면 예측 범위를 좁힐 수 있어, 관련 결과를 도출해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힉스입자를 발견하는 데 HPC가 어떤 공헌을 했는지 설명했다. 힉스입자란 물체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다. 1964년 피터 힉스 박사가 그 존재를 예측했고, 2012년 7월 그 존재가 입증돼 힉스 박사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에 기여했다.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

CERN은 힉스입자를 증명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 지하 100m에 초대형 강입자 충돌기를 설치한 후 실험을 진행했다. 또, 이를 세계에서 제일 거대한 디지탈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했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만 연 25PB(페타바이트, 1페타바이트는 100만GB)에 이른다. 전세계 8,000여명의 과학자가 동원돼 이 데이터 속에서 특정 입자가 2개의 광자 또는 4개의 입자로 분해된 흔적(힉스입자의 존재를 입증할 증거)을 찾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를 사람의 힘으로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천문학적인 단위의 흔적 속에서 사람의 눈으로 해당 조건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ERN은 전세계 HPC를 그리드 컴퓨팅(분산 컴퓨팅)으로 연결해 찾기 시작했다. 동원된 프로세서 코어만 20만 개에 이른다. 결국 지난해 7월 힉스입자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힉스입자가 신의입자로 불리게 된 비화도 함께 공개했다. 한 과학자(리언 레더먼 박사로 추정)가 힉스입자를 연구한 결과를 출판했는데, 힉스입자의 개념을 설명하기 워낙 힘들어 책 제목을 '갓뎀 파티클(빌어먹을 입자)'로 정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비속어를 책 제목으로 정할 수 없다고 말하자 어쩔 수 없이 뎀을 제거했다. 결국 책의 제목이 '갓즈 파티클(신의입자)'으로 정해졌다는 이야기다.

두 과학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HPC의 개념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이 교수는 "HPC는 상대적인 개념에 불과하다며, 남들보다 빠르면 그게 바로 HPC"라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컴퓨터로 진행한 실험결과를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성능과 센서가 발달함에 따라 믿을 수 있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91년 CERN에서 HPC 크레이를 처음 접했는데, 그 성능에 놀라 지인에게 슈퍼컴퓨터를 만져봤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내 사무실 책상 위에 있는 맥북 프로 컴퓨터가 크레이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두 과학자는 HPC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운용하는 연구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빅데이터를 넘어 빅콘텐츠의 중요성이 대두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콘텐츠란 대용량 콘텐츠를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빅콘텐츠를 구축하기 위해 허블망원경에 1조 5,000억 원, 큐리오시티에 2조 5,000억 원, 대형 강입자 충돌기에 7조 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천문, 물리 등 다양한 분야의 빅콘텐츠를 생성하고 있다. 이렇게 투자된 돈은 관련 기반 산업 발전을 견인하며, 결국 경제발전에 한몫 거들게 된다.

인텔코리아 이휘성 사장은 "HPC는 기상 예보, 금융, 문화 콘텐츠 제작 등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며, "HPC를 활용하면 실험에 앞서 미리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관련 비용 및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텔코리아 이휘성 사장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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