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18] 5G로 대동단결은 했는데... 걱정 앞서는 SKT와 KT

[바르셀로나=IT동아 강형석 기자] 현지시각으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은 모바일 관련 기기와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무선통신 관련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5G 시대를 앞두고 많은 통신사와 관련 장비 제조사들이 참여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펼치는 중이다.

우리나라 통신 기업 1·2위를 다투는 SK텔레콤과 KT도 MWC 2018 행사에 참여해 각각 전시관을 마련, 5G 기술 및 다양한 관련 서비스와 장비를 공개했다. 두 통신사는 각자 자리한 위치는 달랐지만 5G라는 큰 파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5G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탄탄하게 대비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5G 무선통신 시범 서비스를 실시할 정도였다. 해외에서는 미국 버라이즌이나 AT&T, 일본 NTT 도코모, 중국 차이나 모바일 등이 5G 주도권을 손에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어깨가 무겁지만 MWC 2018에 참여한 두 통신사는 담담하게 5G를 소개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SK텔레콤은 5G 네트워크 장비 외에 양자 컴퓨팅 기반의 암호화 기술과 자율주행차, 차세대 콘텐츠가 될 홀로그램 등을 준비했으며, KT도 자율주행(기가 드라이브) 및 블록체인, 인공지능 네트워킹, 관련 장비 등을 소개한다.

자율주행부터 양자컴퓨팅까지 기술 총동원한 SK텔레콤

MWC 2018 행사장에 마련된 SK텔레콤 전시관은 삼성, LG, 소니, 인텔, ZTE, 노키아 등 굵직한 국내외 기업들이 모여 있는 3홀에 있었다.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와 장비/설비 제조사들이 배치된 곳에 전시관이 있으니 일단 유동인구는 확보한 셈. 여기에 차세대 통신 기술인 5G를 전면에 내세웠으니 일단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미끼를 던졌다.

기자가 실제로 방문한 SK텔레콤의 전시관은 볼거리가 그래도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눈 앞에 움직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도로를 누볐던 자율주행 시험차(현대 제네시스 G80 기반)가 관람객을 맞는다. 관악구청장이 발급한 임시번호판을 낯선 스페인 땅에서 보게 될 줄이야.

전시관 주제를 ‘완벽한 5G(Perfect 5G)’라고 했을 정도로 5G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했지만 이걸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볼거리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다. 그저 관련 장비를 가져다 놓고 LTE 대비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수치적인 부분에 있어 5G의 강점을 ‘이해’는 할 수 있을지언정 ‘체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물음표가 들었다. 차라리 5G의 강력함을 체험할 수 있는 기기들을 조금 더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5G 기술에 대응하는 태블릿을 2대 배치했고, 옥수수 소셜 가상현실(VR) 체험존을 마련해 관람객들이 고속 네트워크를 활용한 고화질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5G 단말기는 만질 수도 없었고 그저 투명한 유리관 밖에서 구경만 해야 됐다.

양자 컴퓨팅 전시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보였다. SK텔레콤이 인수한 양자암호통신 기업인 스위스 IDQ(ID 양자물리학)와 함께 준비한 부스는 여러 장비와 관련 영상들을 시연해 차세대 컴퓨팅 시대를 선도하는 느낌을 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느껴진 것은 기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오히려 5G와 상관 없을 것 같은 외적인 것에 더 눈길이 갔다. 바로 홀로박스(Holobox)다. 원통형 기기 내에 영상을 가상으로 표시해 주는데 SK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누구(NUGU)와 결합되어 있는 형태다. 인공지능과 홀로그램의 만남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실제로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에는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기자가 먼발치에서 본 홀로박스는 아직 홀로그램과 인공지능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홀로그램도 기대했던 것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홀로그램이라고 그래서 혹시나 원통 주변을 둘러보면 가상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구현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캐릭터는 평면 그대로였다.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캐릭터가 누구이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신기하긴 했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한 듯한 인상이었다.

어떻게 보면 홀로그램 기술도 5G 시대에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실시간으로 캐릭터와 콘텐츠, 인공지능 관련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지금의 무선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각설탕 한 개 크기 정도 되는 영상을 홀로그램으로 처리하려면 1GB 정도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고. 이 정도니까 약 20cm 정도의 높이로 멋진 캐릭터가 활약하는 홀로박스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그런데 홀로박스 어디에도 5G 관련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차라리 이거랑 5G를 묶었으면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5G로 열리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었던 KT

굵직한 기업들이 모여 있는 3홀에 자리를 마련한 SK텔레콤과 달리 KT 전시관은 4홀에 있었다. 그것도 단독은 아니고 주최기관인 GSMA가 마련한 공동 주제관 중 일부를 꾸민 것이다. 이 ‘혁신도시(Innovation City) 2018’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공동관에는 화웨이(Huawei)와 시스코 IoT, 시에라 와이어리스, 투르크셀/라이프셀 벤처스 등도 함께 자리해 있다.

일단 KT는 5G를 다양하게 알리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빠른 속도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5G 상황판’에는 여러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 받는 과정 외에도 다운로드 속도와 지연 속도(Latency), 신호대 잡음비(SNR)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한쪽에는 LTE와 5G의 속도 차이를 보여주는 전광판도 있는데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다.

그나마 관람객들이 주목한 것은 기가 에너지와 블록체인 정도였다. 기가 에너지는 건물의 에너지 낭비요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절감 방안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너지 관리 솔루션이다. 공장, 빌딩, 아파트, 상가 등에 다양하게 적용 가능한 점이 특징. 분석은 수집된 통합 정보는 물론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게 된다.

5G 무선기술을 말할 때 빼놓지 않는 자율주행 관련 전시 역시 KT도 빼놓지 않고 진행했다. 그런데 많이 허전하다. 앉으면 허리에 쥐가 날 것 같은 정체불명의 의자에 대형 스크린과 구색 맞춰 놓은 콕핏 정도가 전부다.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 외에도 KT 전시관 내에는 스페셜포스 VR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지능형 영상보안 솔루션 기가아이즈(GIGA eyes)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5G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을 들고 나온 KT지만 정작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기억 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정돈된 느낌보다는 이것저것 가져다 놓은 듯한 인상이 강했다. 차라리 관람객 입장에서 보면 드론 택시 하나지만 확실하게 5G를 각인시킨 바로 옆 화웨이 전시관에 눈길이 가는 것도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눈길 끌만한 이벤트 없어

LTE 대비 5배 이상 빠른 속도, 최대 속도로 보면 그 이상의 전송속도 차이를 보이며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로 불리는 5G. SK텔레콤과 KT 모두 초고속 이동통신 기술을 앞세워 다가오는 세대교체를 서로가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MWC 2018 행사장에 자리를 마련해 각자 개발한 기술을 공개했다. 그런데 겉보기에 알차 보여도 ‘실제 속까지 알찼을까?’라는 물음에는 선뜻 그렇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워 보였다. 둘 다 5G의 매력을 발산하기엔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해외 통신사들은 마찬가지일까? 막상 보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통신사로만 보면 보다폰이나 T모바일 역시 5G를 내세운 상태. 그러나 더 직관적이고 관람객 친화적인 느낌으로 다가갔다. SK텔레콤과 같은 3홀에 자리를 마련한 일본 NTT 도코모도 5G를 내세우며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관련 장비 기업들은 더 치열했다. KT와 같은 공간에 있었던 화웨이는 드론 택시 하나만으로 관람객을 이끌었다. 인텔은 특정 시간마다 안내자가 관련 기술을 쉽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5G 기술은 물론 자사 장비와 첨단 컴퓨팅 기술을 소개했다. 노키아는 전시관 자체를 마치 작은 마을처럼 꾸며 5G와 스마트 시티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주력했다.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타 전시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한산한 두 전시관을 보면서,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우리나라의 앞선 5G 기술과 다양한 무선통신 관련 기술을 관람객들에게 알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 / IT동아 강형석(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