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디지털 공간에 또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VR(가상현실) 기술, 현실 세계에 디지털 콘텐츠를 융합하는 AR(증강현실) 기술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VR/AR 기술을 통해 도약을 꿈꾼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금이나 경험, 법률적인 지식 등이 부족해 꿈을 펴지 못한다면 이보다 아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의 'NRP(Next Reality Partners)'은 이러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VR/AR 진흥 프로그램이다. 경콘진은 작년 7월 개최한 경기 VR/AR 창조오디션을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 19사를 선정한 바 있다. 이들은 NRP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육성 및 기술개발, 해외시장 진출 등에 관련한 교육 및 지원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일반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관합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점 역시 NRP의 특징이다. 경콘진은 NRP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 HTC바이브, 아이코닉스, 구글, KT, 오토데스크, 네비웍스, 더벤처스 등 32개 관계기관 및 민간기업, 투자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중에서도 더벤처스는 초기기업 엑셀러레이터(투자/육성) 전문 업체로, 스타트업과의 공동창업 및 지원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8일, 더벤처스는 서울 선릉로의 본사에서 '투자유치 및 정부과제유치 전문가와 함께하는 더벤처스의 제2회 세미나'를 열고 NRP와 연계한 스타트업 지원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NRP 2기 팀 중 17개사가 참여했다.
브릿지온벤처스 손미경, '죽음의 계곡' 건너기 위한 투자유치 비법 전수
이날 첫 번째 강의로, 초기기업 엑셀러레이터 업체인 브릿지온벤처스의 손미경 대표가 '투자유치'를 주제로 다양한 조언을 전달했다. 손 대표는 스타트업은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자사의 비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기술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브릿지온벤처스의 손미경 CEO>
NRP 프로그램 참가기업들이 종사하고 있는 VR/AR 시장의 경우, 2~3년 전에 비해 열기가 다소 식었다는 의견도 있고, 예전에 비해 시장 확대 전망이 다소 하향 조정된 상태다. 10여 년 전에 잠깐 인기를 끌다가 사그라진 3D 영상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모든 산업은 초기에 다소의 거품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안정화되는 사이클을 겪을 수 밖에 없으며, VR/AR은 3D와 달리, 다른 산업과의 융합 효과가 크기 때문에 3D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의견을 밝혔다.
뒤이어 스타트업의 단계적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모든 스타트업은 최초 설립 단계와 첫 번째 매출이 발생하는 구간,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무사히 넘기는 것이 가장 큰 고비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엔젤 투자자(창업 초기단계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나 벤처 캐피탈(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기업, 혹은 그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한국은 이 단계에서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 주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특히 작년 말에 정부에선 엔젤 투자자와 벤처 캐피탈 사이를 연결하는 ‘마이크로 VC 펀드’를 출범하기도 했으니 이를 지켜볼 만 하다는 의견도 언급했다.
또한 투자를 받기 위해선 투자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해당 투자자가 최근 결성한 펀드가 있는지, 어떤 의사결정체제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투자 금액의 최소/최대치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스타트업 측에서 확신을 가지도록 설득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손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작정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팁을 공유했다. 특히 제목만 읽어도 사업의 목적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본문에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솔루션인지를 필수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솔루션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 3~6개월 정도 테스트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 정확한 지표를 제시하며 해당 솔루션이 시장에 얼마나 유용한지, 그리고 예상되는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실히 어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이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향후 6개월 내지 1년 사이의 비전을 소개함과 동시에, 유치해야 할 금액을 정확히 예측한 뒤 이보다 1.5~2배를 잡아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서강대 이문규, "정부 R&D 과제 유치, 시작은 올바른 과제계획서부터"
뒤 이어 서강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이문규 본부장이 단상에 올라 정부 R&D 과제 유치를 위한 과제계획서 작성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정부 R&D 과제를 주로 주관하는 곳은 중소기업벤처부 및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콘텐츠진흥원, 테크노파크, 창업진흥원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은 이들을 통해 정부 R&D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사의 기술을 어필함과 동시에 유용한 수익 역시 거둘 수 있다.
<서강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이문규 본부장>
다만,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령이 없어 정부 R&D 과제를 따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너무 많아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으로 과제계획서를 작성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이 본부장은 말했다. 특히 주의할 점은 투자 설명회를 하듯 회사 전체의 비전과 같은 불필요한 내용을 많이 넣는 것이라며, R&D 과제계획서에는 명확한 기간과 정확한 목표치, 그리고 평가 지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미 완료된 과제나 다른 곳에서 진행되는 과제와 겹치는 과제는 진행할 수 없으므로 제목에서 차별화를 강조하는 것을 잊으면 안되며, 그리고 정부에서 진행하는 일 일만큼 해당 과제가 수출, 고용창출 등의 공익적인 기대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 본부장은 언급했다.
또한 정부 R&D 과제의 특성 및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지적했다. 특히 과제를 수행하는 중에 각종 증빙자료가 철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수행 중에 확인된 성과지표를 증명하는 공인 성적서, 그리고 연구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항을 세세하게 정리한 연구 노트의 작성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또한 과제 평가가 끝난 후에도 연구성과의 실용화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연락이 자주 오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정부 R&D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은 이처럼 번거로운 점이 있긴 하지만, 초기부터 자금을 받을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자금 규모는 대략 5,000만원 이하에서 최대 5억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토대로 1~3년 동안 개발을 진행한다. 다만, 모든 자금을 그대로 받는 것은 아니다. 약 20% 정도의 민간 부담금이 있으며, 약 10% 정도의 기술료를 내야 한다. 이는 정부에 환원하는 책임금에 가까운 비용이다. 만약 혼자서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외부와 컨소시움을 구성해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이 본부장은 조언했다.
그 외에 이 본부장은 정부 R&D 과제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팀원 전체가 과학기술인 번호를 부여 받은 상태여야 한다는 점, 몇몇 과제는 온라인 입력 시에 각종 관련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는 점 등, 정부 R&D 과제 응모 과정에 필요한 세세한 주의점에 대해서도 언급, 참여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이상원 매니저>
한편, NRP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이상원 매니저는 이날 행사를 마무리하며 "제 2기까지 진행된 NRP 프로그램에 생각 이상으로 많은 스타트업이 참여해 줘서 고무적" 이라며, "오는 5월부터 시작되는 제 3기 프로그램도 많은 스타트업의 호응을 것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