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IT동아 강형석 기자]
"우리 전자 사업의 핵심은 생생하게 촬영(Capture)하고 기록(Record)하고 보고(Watch) 듣는(Listen)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소니는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실을 시장에 공개하고 있다. 생산자와 사용자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회장으로 추대된 히라이 가즈오(Hirai Kazuo) 대신 단상에 오른 요시다 켄이치로(Yoshida Kenichiro) 소니 최고경영자는 지난 8월 30일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소니가 내건 핵심 요소는 '사람들과 가까이(Getting Closer to People)'다. 게임,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소니는 실제로 보유 중인 자산들을 총동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공개했다.
주력 라인업 외에도 지난 CES에서 공개됐던 반려로봇 아이보(Aibo) 역시 IFA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소니는 아이보의 유럽 시장 출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금씩이지만 아이보의 출시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어떻게 보면 소니의 핵심인 '사람들과 가까이'라는 목표의 정점이기에 유럽 시장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조금 두고 봐야 하겠다.
'생생하게 담고 감상하자'
소니는 2000년대 초반, 위기를 맞았지만 히라이 가즈오 전 최고경영자(현 회장)를 통해 반등했다. 현 최고경영자인 요시다 켄이치로는 그가 세운 업적과 사업을 더 고도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듯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 분야 역량 강화다. 그는 '현실(Reality)'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관련 기술들을 찾는 것과 동시에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언급했다.
여기에는 현장을 생생히 기록(음성 및 영상)한 것을 디스플레이와 스피커로 보고 듣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필요한 장비인 광학기기와 반도체, 출력 장치 등이 고도화 대상. 소니가 이전부터 꾸준히 해왔던 것들이다.
촬영 부문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됐다. 상업시장에서는 시네알타(CineAlta) 시리즈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4K HDR 기록 시대를 열었다. 단순히 선명함을 넘어 생생한 현장 자체를 담아내겠다는 의지다. 3개의 센서를 탑재한 8K 카메라 시스템도 선보인 바 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고성능 풀프레임(35mm 필름과 동일한 이미지 센서)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 9을 내놓기도 했다.
현실적인 현장을 잡아냈다면 다음은 디스플레이의 몫이다. 사용자는 소니 TV를 통해 생생한 현장의 상황을 감상하도록 돕는데 그 중심에는 마스터(Master) 시리즈가 있다. 이번에 공개된 마스터 시리즈 TV 라인업은 AF9와 ZF9 두 가지. 소니가 개발한 X1 울티메이트 영상 프로세서를 통해 선명한 화질과 생생한 색감을 구현했다는 것이 이치로 타카기(Ichiro Takagi) 소니 홈 엔터테인먼트 & 사운드 사업 수석 전무이사의 설명이다.
마스터 시리즈에는 넷플릭스에 맞춘 '넷플릭스 보정 모드(Netflix Calibrated Mode)'가 제공된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넷플릭스 감상 시 더 나은 화질과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시연장에서는 영화 패신저스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일반 TV와는 다른 화질이 인상적이었다.
'생생하게 듣자'
영상 부문에 이어 사운드 부문의 설명이 이어졌다. 최근 고해상 음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니도 이 분야에 적극 대응하는 중이다. 2016년에는 시그니처(Signature) 시리즈를 통해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TA-ZH1ES라는 고성능 오디오 앰프, MDR-Z1R이라는 이름의 고음질 헤드폰, NW-WM1Z라는 이름의 휴대용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를 선보였다.
소니는 여기에 DMP-Z1, IER-Z1R을 각각 추가하며 선택지를 넓혔다. DMP-Z1은 휴대용 오디오 앰프, IER-Z1R은 고음질 이어폰이다. 기존 시그니처 라인업은 실내 감상이 주를 이뤘다면 새로 선보인 제품들은 야외에서도 고음질 음원 감상이 가능하도록 만든 점이 특징이다.
전문 음악인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도 언급됐다. C-100은 스튜디오 녹음 환경에서 활약하게 될 마이크, IER-M9은 모니터링 이어폰으로 뮤지션 시장을 공략한다. 이 제품들은 최근 별도로 공개되었다.
새로운 제품을 통해 소니는 더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시그니처 라인업을 선보였음에도 소니는 대부분 대중 오디오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고급 오디오 라인업을 전개하면서 이미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깜짝 발표도 이어졌다. 지난 2016년 공개되어 화제가 됐던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1000X 시리즈의 3세대 라인업인 WH-1000XM3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출시된 2세대 제품에 이어 1년 만에 신제품이 출시되는 셈이다. 최근 구매한 사용자라면 속 쓰릴 소식일지도 모르겠다.
3세대 1000X는 새롭게 개발된 노이즈캔슬링 프로세서가 탑재돼 기존 대비 3배 이상 성능이 향상됐다. 실제 착용해 보니 거의 대부분의 음성을 차단해 음악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조작 체계가 매우 단순해졌으며 일부 소재 변경으로 인해 착용감이 개선됐다. 하지만 그만큼 원가절감 요소들도 있어 이 부분을 기존 소비자 및 신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강조하는지가 중요할 듯 하다.
드디어 'OLED' 탑재한 엑스페리아
마지막으로 모바일 부문의 설명이 이어졌다. 단상에 올라선 미츠야 키시다(Mitsuya Kishida)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새로운 엑스페리아 XZ를 공개했다. 어느덧 3세대인데 이미 신제품들을 선보인 LG전자와 삼성전자와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려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다.
일단 흐름을 따라간 부분이 있다면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탑재한 디스플레이를 썼다는 점이다. 액정 디스플레이(LCD)에 비해 더 밝고 생동감 넘치는 화질 구현이 가능했다. 아무래도 이를 채택한 것은 앞서 언급한 '현실(Reality)'을 즐기자는 목표에 부합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는 기존과 동일하게 엑스-리얼리티(X-Reality)와 트라이루미노스(Triluminos) 기술이 적용되어 화질과 색감을 최대한 끌어냈다. 동적 명암비 증폭기(Dynamic Contrast Enhancer)도 적용했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9 파이(Pie)를 채택했다. 어떻게 보면 비교적 빠르게 차기 운영체제를 선택한 셈이다. 이 외에도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즉시 불러오는 스마트 런치와 디스플레이 측면 일부를 두 번 터치하면 필요한 아이콘이 나타나는 사이드 센스(Side Sense) 등이 새로 적용됐다. XZ2에서 호평 받았던 초고속 촬영과 일부 기능은 그대로 탑재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 방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