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이상우 기자] 2018년 10월 10일, 북유럽 ICT 강국 에스토니아의 케르스티 칼률라이드(Kersti Kaljuaid) 대통령이 방한해 디지털 국가 전략(e-에스토니아)을 소개하고, 전자영주권 등 디지털 사회를 위한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소개했다, 에스토니아는 현재 모든 시민과 주민에게 디지털 신분증을 발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공/개인 데이터 접근이나 공공 서비스 이용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등 디지털화를 잘 이룬 국가로 손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전자영주권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한국을 떠나지 않고도 에스토니아를 기반으로 EU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케르스티 칼률라이드(Kersti Kaljuaid) 대통령은 "우리는 모든 사람과 기업이 21세기에 맞는 디지털 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디지털 경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IC 칩이 탑재된 디지털 신분증 제도를 도입해 주민이 공공 데이터에 접근하고, 민원 등 공공 서비스를 원격에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금융 거래의 99%, 납세의 95%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은행 지점이나 주민센터를 줄이는 것은 물론, 1인당 업무 처리에 걸리는 시간을 4~5일 정도 줄였다. 관공서까지 교통수단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업무 처리에 필요한 서류 역시 디지털화 하기 때문에 완전한 종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단순히 인프라만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까지 함께 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이러한 법체계 정비 및 제도개선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부 관계자가 개인 정보 등에 무단으로 접근하고 내용을 변경할 경우 사법처리한다. 또한, 블록체인과 유사한 모델을 통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목적으로 정보를 열람했는지 확인 가능하며, 개인정보의 경우 정보주체에게 이를 알려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정부가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제도 개선이다. 기술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보안 등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많은 나라에서 기술은 민간이 앞서고, 정부가 뒤따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에스토니아는 기업과 정부가 함께 발맞춰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이 앞서나가는 만큼 정부 역시 법체계를 개선하고, 시민이 더 안전하게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영주권 역시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신분증 제도를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이다. 한국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전자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으며, 대사관 대신 서울에 있는 민간 수령 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또한, 전자영주권을 받으면 간단한 절차를 통해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에스토니아는 EU 회원국이며,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로, 국내 기업이 상대적으로 쉽게 EU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한국과 에스토니아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혁신 주도 국가이며, 에스토니아는 한국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유럽 진출을 위한 디지털 관문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