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소비자들이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선뜻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품질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혹여 구매하고 나서 자잘한 문제나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중소기업 제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쌓인 편견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이런 편견에 맞서 꾸준히 고품질 제품을 출시,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대우루컴즈가 그 주인공. 다양한 가전·전자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제품 못지 않은 인기를 얻는 제품도 많다. 기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내구성 또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단순히 잘 만들고 시장에 출시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대우루컴즈 제조 공장(본사)을 찾았다.
혹독한 테스트 넘지 못하면 출시 못해
대우루컴즈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품질 관리. '품질은 양보할 수 없다'는 윤춘기 대표의 목표 아래 제품 개발 단계에서 생산 및 서비스, 엔지니어들이 깊이 관여하게 된다. 특히 생산 전에 이뤄지는 4단계 검증 과정은 대기업 제품 이상으로 혹독하다. 대량생산 전 시제품을 소량 만든 뒤, 가혹하게 진행되는 테스트를 버틴 이후에서야 대량생산 여부가 결정된다.
최태달 대우루컴즈 제조·서비스 부문장(전무)은 "작은 부품 하나라도 고장나면 제품 전체가 고장나는 것이므로, 불량이 나오지 않도록 부품 선택 단계부터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우리는 저온·고온·습도에 대한 테스트는 물론, 최근 배송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진동·충격 테스트까지 진행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테스트 공정을 확인해 보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혹독하게 진행됐다. TV를 수평으로 얹은 다음, 격렬한 충격을 줘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심지어 떨어뜨렸을 때의 내구성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충격실이 인상적이었다. 시제품이 약 1m 가량의 높이에서 10회 이상 낙하,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출시가 이뤄지지 않는단다.
고온·저온에 대한 테스트도 이뤄진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챔버는 고온동작을 위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40도까지 상승한 방 안에서는 TV가 작동된 채 노출되어 있었다. 장시간 작동을 위한 에이징(가속수명) 시험을 위한 공간도 있다. 이곳에서는 6개월간 계속 작동시켜 수명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혹독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서야 우리가 구매하는 제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실험 과정을 보면 마치 평범했던 민간인이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군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약 5주간 힘들게 갈고 닦은 뒤 멋진 대한민국 군인이 되듯, 이들 제품도 여러 시험을 거치고 나서야 대우루컴즈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철저한 분업화로 생산성과 효율을 확보
부품의 품질이 확보되었다면 이제 최종 완성되는 단계에서 품질을 확보해야 된다. 실제 소비자들은 완성된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우루컴즈는 이 부분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불량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실제 오래 전부터 IBM, HP, NEC 같은 제조사들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또는 주문자위탁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기자가 공장을 방문했을 때에는 가전이 아닌 PC 조립 라인이 가동되고 있었다. 확인해 보니, 월 말에는 가전제품 조립 라인을 가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요한 수량은 월 중반기까지 모두 생산하고 하반기에는 물류에 집중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조립 라인은 철저하게 '4M 관리' 측면에서 진행되도록 구현했다. 여기에서 4M이란 사람(Man), 설비(Machine), 재료(Material), 방법(Method)을 말한다. 문제의 원인 또는 해결 과제를 누락 없이 분석하고 근본원인을 도출하기 위한 분석 기법이다. 이 과정에서 불량이 나타나면 모두 기록되며 철저히 공정에서 배제된다. 또한 수입·공정 검사와 신뢰성 시험을 새로 진행한다.
작업 공정은 모니터와 컴퓨터로 직접 확인하는 구조다. 다른 라인도 다르지 않다. 또한 바코드로 실시간 관리되는 구조이므로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대처 가능하다는 장점도 생긴다.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면서 달라진 풍경 중 하나다.
최태달 제조·서비스 부문장은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감히 도입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였다. 여러 바이어들에게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가능하도록 분할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문제를 겪는데 대한 실패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예방 및 평가 비용에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후에는 사후서비스의 몫이다. 2013년부터 TV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대우루컴즈는 루컴즈서비스로부터 전문 콜센터 상담 및 전국 방문 출장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우수한 서비스 품질을 바탕으로 한국서비스진흥협회에서 인증하는 ‘한국서비스품질우수기업(SQ)’을 받은 바 있다.
인정 받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우루컴즈가 주목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외 바이어들이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 최태달 최태달 제조·서비스 부문장의 설명.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듯하다. 그 동안 제조에서 변화를 꾀했다면 현재는 물류 부문에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대우루컴즈. 소비자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현장에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우루컴즈 제품은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뒤에는 임직원들의 노력과 헌신이 숨어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위한 투자인 셈이다. 대우루컴즈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