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일용 기자]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업체뿐만 아니라 KT, 네이버 등 국내 업체까지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 중인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라는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NHN은 22일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토스트 2019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토스트(TOAST)’의 국내외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NHN은 게임, 쇼핑몰, 금융 등 특정 사업분야를 집중 공략할 것이라며 한게임, 고도몰 등을 통해 자사가 강점을 가진 게임, 쇼핑몰과 함께 2019년 규제가 완화되는 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NHN은 토스트를 통한 금융 시장 공략의 사례로 KB국민은행과 협력해 ‘클레온’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형태로 전환한 것을 꼽았다.
오픈스택 적극 활용한 퍼블릭 클라우드, 2022년 오픈스택 업계 1위 사업자가 목표
토스트가 타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기술적으로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 오픈소스 기반의 클라우드 운영 플랫폼 ‘오픈스택’을 적극 활용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한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운영 도구를 직접 개발해서 자사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반면 오픈스택은 오픈스택 재단이 오픈소스 기여자들의 도움을 받아 매년 2회씩 신규 버전을 출시하고 있고, 이를 기여자들이 자사의 서비스에 도입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오픈스택은 퍼블릭 클라우드보다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는데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NHN은 네트워크 스위치,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등 클라우드를 외부에 공개하기 위한 기술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오픈스택을 활용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NHN은 2022년까지 서비스 규모와 고객수 면에서 오픈스택 업계 1위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오픈스택을 활용해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업체 가운데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중국 텐센트다. 다만 텐센트의 경우 오픈스택을 자사의 게임 또는 해외의 게임을 중국내에서 서비스하기 위한 프라이빗 클라우드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토스트처럼 퍼블릭 클라우드로 외부에 공개한 업체는 해외의 이동통신사 몇 군데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토스트보다 규모가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2년 오픈스택 업계 1위 업체라는 타이틀을 NHN 토스트가 큰 문제없이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되는 이유다.
클라우드의 모든 요소 갖춰... 게임과 쇼핑몰에 집중
토스트는 사실 약 4년 전인 2014년 10월부터 시작된 서비스다. 그전에는 아름아름 입소문을 통해 아는 사람만 알아서 쓰는 서비스에 가까웠으나, 그동안 문제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비스 규모를 확대해도 시장에서 통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는 클라우드를 NHN의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NHN은 한게임(게임), 고도몰(쇼핑몰 호스팅), 페이코(핀테크), 그룹웨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을 토스트에 담아냈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초인 서버,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등 인프라 서비스뿐만 아니라 개발도구(SDK, API), 보안, 분석 및 통계, 콜센터 및 그룹웨어 SW 등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클라우드 서비스의 3대 요소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프라이빗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와 컨설팅도 함께 제공해 기업 고객들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이 게임과 쇼핑몰 관련 서비스다. NHN은 수많은 PC, 모바일 게임을 운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자들이 백엔드에 대한 걱정 없이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통합 게임 개발도구 ‘게임베이스’를 토스트를 통해 제공한다. 게임베이스는 게임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데이터 수집을 자동화해주는 개발도구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원스토어 등 국내외 모바일 앱 장터뿐만 아니라 중국의 상위 30위권 모바일 앱 장터에 게임을 자동 등록해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특정 국가에서 게임 다운로드나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감지하고 개발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NHN은 국내 서비스를 원하는 중국 게임 개발사들을 토스트와 게임 베이스의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다. NHN은 이러한 개발도구 뿐만 아니라 마케팅, 프로모션 서비스 등도 대신해주는 온오프라인 통합 풀패키지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고 싶은 스타트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한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쇼핑몰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전략은 NHN의 자회사 NHN고도를 통해 진행된다. 과거에는 서버 호스팅만 제공했지만, 이제는 쇼핑몰 업체들에게 NHN 토스트의 기술을 접목한 클라우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토스트를 서비스의 백엔드(인프라 및 기반 기술)로 채택해도, 쇼핑몰 홈페이지와 같은 프론트 엔드는 업체의 취향에 맞게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와 멀티 클라우드 전략으로 틈새 시장 공략나서
토스트는 현재 약 500여개의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다. 이 가운데 30%가 국내 게임 개발사이고, 20%가 엔터프라이즈 관련 기업이다. 50%는 일반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절대적인 고객의 수는 아직 부족하지만 NHN은 크게 개의치않는 모습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인데다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아직 클라우드를 도입한 기업보다 도입하지 않은 기업이 많은 만큼 사업을 운영하는데 충분한 고객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특히 올해는 클라우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한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NHN은 페이코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운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미 지난 해 12월 KB금융지주와 업무 협약을 맺고 국민은행의 플랫폼 서비스 ‘클레온’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클레온은 원래 국민은행의 자체 인프라(온프레미스)와 AWS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였으나, 작년 말 AWS의 DNS 서버다운 사태의 여파로 국민은행은 AWS 하나에 기대는 전략을 포기하고 AWS와 토스트를 함께 이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수립했다. 현재 클레온은 국민은행의 인프라를 NHN의 기술과 결합해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향후 AWS와 토스트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연결하는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전환 중이다.
박형주 KB금융지주 디지털전략 부장은 “국민은행은 현재 스타트업과 핀테크업체들이 국민은행이 쌓아온 기술과 데이터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 클레온을 운영 중이다”며, “안정적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NHN과 손잡았다. 올해 3월쯤이면 국민은행의 기술, 데이터와 스타트업들의 기술, 아이디어가 결합한 융합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고객을 확보하려는 NHN의 핵심 전략은 멀티 클라우드다.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특정 업체에 종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기업에게 대안으로 토스트를 제시해 해당 기업이 두 개 이상의 클라우드를 함께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멀티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을 원하는 기업에게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호스팅, 코로케이션(운영대행) 등 전통적인 호스팅 사업도 병행해 기업이 원하는 모든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글로벌 서비스도 본격화.. 일본 공략에 집중할 것
토스트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에서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특히 일본 공략에 집중해 3년 내로 일본 내에서만 연매출 100억 엔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는 판교에 티어3급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일본에도 국내와 대등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임차할 계획이다.
김동훈 NHN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 사업부 이사는 “현재 토스트의 전체 매출의 20~25% 정도만 일반 고객들에게서 발생하고 있고, 나머지는 자회사 및 관계사 매출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면 이는 곧 뒤집힐 것”이라며, “게임, 쇼핑몰 등 NHN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와 함께 올해 문호가 활짝 열리는 금융, 공공 부문 클라우드 시장을 집중 공략해 빠른 시일내로 경쟁사 못지 않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올해 사업 계획을 정리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