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일본 최대 규모의 카메라 영상 관련 행사 'CP+2014'가 요코하마 PACIFICO 전시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오는 16일까지 4일간 열리며 니콘, 캐논, 소니, 올림푸스, 파나소닉, 후지필름 등 유수의 일본 카메라 업체를 포함해 약 114개 업체가 참여한다. 특히 캐논, 올림푸스 등 일본 카메라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전략 신제품을 공개하기로 해 오래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IT동아도 CP+ 2014 행사장을 찾았다. '카메라 관련 전시니 국내 분위기와 비슷하겠거니'싶었는데, 여기저기서 다른 모습이 보였다. CP+2014를 토대로 일본 카메라 행사와 국내 행사의 다른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막일인 13일 오전 10시, 일반 관람객 출입 시작 시각이 2시간이나 남았는데 이미 출입구를 시작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이어졌다. 이 부분은 국내 인기 행사 시작 전의 풍경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여기 있다. 대부분 관람객의 나이가 중장년층이었다. 일본 카메라 사용자층은 국내와 달리 중장년층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특히 카메라에 열성적인 50~60대 사용자가 많은 편. 이날 행사장 출입구 앞에 가장 먼저 줄 서 있던 관람객 4명도 중년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렸을 텐데도 '짜증', '피곤'이라기 보다 '기대', '설렘'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행사장 앞에 줄을 섰기 때문이리라. 이뿐만 아니라 행사장 곳곳에서 노년의 부부가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열심히 제품을 체험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또한, 각 부스마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강연을 하고 있었다. 강연자는 프로 사진 작가나 제품 전문가. 이들은 자신의 작품들을 차례로 보여주며 실질적인 촬영 기술 등을 알기 쉽게 전했다. 관람객이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며 좀 더 나은 사진을 만드는 팁 등을 알려주는 세션도 있었다. 관람객과 작가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것.
강연을 듣는 사람의 대부분도 역시나 중장년층. 마련된 좌석이 한정되어 있기에 많은 사람이 앉은 사람들을 둘러싸고 서서 강연을 들었다. 이런 강연이 하루에 1개가 아니라, 1시간마다 1개씩 연이어 진행된다. 거기다 한 업체에서 스테이지를 여러 개 마련해 동시에 강연과 체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니콘만해도 강연 관련 스테이지가 3개이며 한 스테이지당 하루에 4~5개의 세션을 마련해 두었다. 관람객이 온종일 강연만 들어도 전체 강연을 다 들을 수 없는 것. 마치 대학 시간표를 짜듯 겹치지 않게 청강 스케쥴을 구성해야 한다.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부스 여기저기에 많았다. 단순히 제품의 외관만 보고 마는 게 아니라 앞에 놓여진 모형이나 포즈를 취한 모델들을 찍으며 '손맛'을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니콘같은 경우 각 렌즈마다 화각을 비교할 수 있도록 디오라마 모형을 설치해두었다. 또한, 각 업체는 '망원 렌즈존'을 마련해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망원 렌즈를 일반 사용자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기자도 직접 망원존에 올라가 렌즈를 체험해봤다. 뻔한 이야기지만, 먼 곳의 피사체도 정말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다.
또 하나 신기했던 점은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제품 전문가들. 각 업체마다 대략 5~7명쯤 되는 제품 전문가가 자사의 주력 제품을 설명하는 코너 앞에서 대기했다. 일종의 '카메라 과외 선생님'과 비슷하다.
제품 체험존 옆에도 스텝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관람객이 잠깐 제품을 만져보며 질문을 했을 때 대답해주는 정도다. 우리나라 전시회의 스텝과 비슷한 역할이다.
그런데 제품 전문가는 제품을 체험하는 관람객에게 A부터 Z까지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묻지 않아도 이 제품의 목적과 특징 등을 꼼꼼하게 알려주는 것. 실제 제품에 대해 관심있고 구매까지 고려 중인 사용자는 제품 체험존이 아니라 제품 전문가들로부터 설명을 듣길 원한다.
실제 제품 전문가들의 코너는 무척 인기 있었다. 후지필름의 X-T1을 설명하는 코너는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20분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마저도 조금 지나자 30분으로 늘었다. 사람이 몰리기도 몰렸지만, 각 제품 전문가들이 대충 설명하고 넘기지 않고 시간과 공을 들여 관람객을 대하기 때문이리라.
기자도 줄을 서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일본어를 못해 간단한 영어로 이것저것 물었는데 (업체마다 달랐지만) 제품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영어 실력이 있었기에 무리 없이 특징을 알려줬다. 거기다 친절하게 제품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이것저것 신경 써주기도 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빨리 보고 비켜나야겠다'는 압박감이 없었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일본 카메라 행사장에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스마다 1명부터 많게는 약 3명 정도의 모델들이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이들은 (국내 촬영 모델과 달리) 노출이 과하지 않았다. 업체 측에서도 모델의 선정성으로 관람객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관련된 분위기(예를 들어, 올림푸스는 자사 미러리스 펜 시리즈에 맞춰 감성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모델들에게 잔꽃무늬 쉬폰 원피스를 입혔다)를 내는 데에 집중한 듯싶다. 거기다 모델이 서 있는 배경도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설정해뒀다. 소니는 깔끔한 흰색과 푸른색 계열의 직선으로 이뤄진 구조물로 배경을 만들었고, 니콘은 LED 조명과 꽃으로 무대를 장식한 것이 그 예.
모델을 찍는 관람객의 태도도 우리나라와 꽤 달랐다. 특히 비치된 제품 앞에 서 있는 모델을 찍을 때 많이 차이 났다. 마구잡이로 모델들을 찍으며 '여기 좀 보세요'라고 소리치는 국내 촬영 환경과 달리 일본 관람객은 모델에게 먼저 '사진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하고 물었다. 만약 모델이 싫다고 거절하면 '알겠다'며 돌아섰다(실제 어떤 중년 남성이 모델과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지만 모델이 거절했다). 만약 모델이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하면, 관람객은 사진을 찍고 끝에 꼭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모델을 그저 '피사체' 정도로 여기는 국내 촬영 문화와는 꽤 다른 면이었다.
이외에도 니콘, 캐논 등은 현재까지 출시한 렌즈를 한곳에 모아두어 렌즈 제품군의 위상을 알리기도 했다. 카메라가 정밀 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니만큼 자사의 기술, 제품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한 코너도 많아 볼거리가 가득했다. CP+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CP+ 공식 홈페이지(www.cpplus.jp/en)를 참고할 것.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