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요즘 스마트 시계를 보면 다양한 기능이 담겨 있어요. 이것을 보고 우리는 가상현실(VR)에 적용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헤드셋을 직접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연구개발한 결과, 뇌파를 활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 기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채용욱 룩시드랩스 대표는 뇌파를 활용한 가상현실 장비를 개발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구성원과 꾸준히 연구개발에 몰두한 결과, 앞선 뇌파 가상현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이야기는 청중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기술과 사람이 있는 이야기, 테크(TEC) 콘서트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테크 콘서트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창업 전문가를 초청, 직접 경험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동시에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노하우를 전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이미 지난 2년간 총 24회에 달하는 강연이 진행됐고, 약 1,520여 명의 청중이 호흡을 함께했다. 올해는 지난 7월부터 세 번째 시즌을 시작, 11월까지 지역에 따라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연은 단순히 창업이나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가 아닌 지역별 특색과 대상을 충분히 고려해 운영된다. 이에 고양(뉴미디어 및 모바일), 광교(가상/증강현실), 시흥(사물인터넷), 부천(하드웨어), 의정부(디자인)에서 각 성격에 맞는 강연이 열린다. 그리고 지난 9월 26일, 광교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는 뇌과학과 가상현실 기술을 융합해 주목 받고 있는 룩시드랩스의 채용욱 대표가 '뇌와 연결된 가상현실(VR)의 시대가 온다'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루시드랩스은 뇌파를 활용한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이 찬란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6년, 미국 CES에 참여해 주목 받는 10개 스타트업에 선정됐을 정도로 혁신을 인정 받았지만 사업 자체는 잘 되지 않았다. 아이디어는 좋았어도 사업성이 좋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
이후, 기업을 이끌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단다. 그 중 하나가 루게릭병 환자의 눈을 인식해 문자를 입력, 전송 가능한 소프트웨어 '루시'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주목을 받았어도 사업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그려졌다. 상용화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이야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히 기술 개발에 몰두했고, 가상현실과 뇌과학 기술을 접목한 '룩시드 VR'을 개발할 수 있었다.
가상현실과 뇌파 기술을 접목하게 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가상현실 기기가 하나 둘 등장하던 때, 이들 기기에 자신들의 기술을 접목하면 미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채용욱 대표는 "요즘 스마트 시계를 보면 다양한 기능이 탑재됩니다. 이것을 보고 우리도 가상현실 기술에 결합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쉽지 않았다. 가상현실 기기를 만들자니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는 "생산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언급할 정도. 작은 부품 하나하나 다 설계하고 조립하는데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이를 아끼고자 하나씩 직원들이 직접 조립해 판매하기도 했었다고.
결과적으로 첫 개발한 제품은 수백만 원 수준으로 가격이 높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연구용으로는 수요가 존재했고, 해당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높았지만 주목은 받을 수 있었다. 뇌파는 물론, 전면의 카메라는 동공을 인식해 뇌파 분석 성능을 높였기 때문이다. 행운은 의외의 장소에서 찾아왔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8에 참가해 혁신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 잡으면서다.
이 기세를 몰아 기존 가상현실 기기에 센서를 부착하는 형태로의 개발을 추진했고, 룩시드 링크(LOOXID LINK)가 태어났다. 이 제품은 바이브 혹은 오큘러스 등 시판 중인 가상현실 기기에 뇌파를 인지하는 센서를 부착해 사용한다. 뇌 상태를 3D로 확인 가능하고, 게임이나 영상, 휴식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게 된다. 개발도 가능하다. 유니티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채용욱 대표는 뇌과학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봤다. 특히 그가 보고 있는 것은 가상현실 헬스케어 시장이다. 2025년까지 약 6조 원에 가까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우울증, 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에 가상현실이 쓰이고 있다. 여기에 뇌과학을 접목, 착용자의 정확한 심리 상태와 인지 능력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아직 제약은 있다. 가상현실과 뇌과학을 접목해도 아직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규제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음을 말하는 것. 하지만 조금씩 규제가 풀리고 있어 다양한 방향으로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하는 영역은 미개척 분야입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그만큼 구성원들과 대화도 많이 했습니다.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 하면서도 실패했을 때의 걱정도 했으며, 싸울 때도 많았거든요. 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으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창업자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목표를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아이디어가 구현되고 한고비를 넘길 때마다 보람은 있습니다. 다만,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현명한 길입니다."
채용욱 대표는 현재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이 기회가 오기까지 많은 역경이 있음을 강조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에 대한 그의 조언이 와 닿는 이유는 창의적인 기술 뒤에 숨겨진 노력이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9월 4회차 테크 콘서트가 마무리 되었다. 다음 순서는 9월 27일, 서부클러스터(부천)에서 레오 란타가 '핀란드 스타트업 붐'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