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용 미러리스 카메라 X-T1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3위 목표
후지필름이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후지필름은 올해부터 '혁신에서 나오는 가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디지털 이미징, 광학기기, 헬스케어, 고기능재료물질, 그래픽시스템, 문서관리시스템 등 6개 핵심 사업분야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2014년 2월 20일, 후지필름은 이 계획의 시작으로 디지털이미징 사업 분야의 올해 첫 신제품 미러리스 카메라 X-T1을 선보였다.
후지필름에서 디지털카메라 사업부(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이하 후지필름 코리아)를 전담하고 있는 이다 토시히사 대표는 "X-T1은 우리가 필름회사 시절부터 쌓아온 80년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집약된 전문가급 카메라며, 이 X-T1을 통해 한국 법인 3년을 맞는 올해 한국 미러리스 시장 점유율 3위를 달성하겠다"고 운을 뗐다. 실제로 X-T1은 후지필름 코리아의 프리미엄 미러리스 카메라 X-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조작성과 성능 그리고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조작성 면에서 SLR 카메라나 RF(Range Finder)카메라처럼 아날로그 방식의 조작 다이얼을 갖춘 점이 눈에 띈다. 최근 출시되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보통 휠(바퀴)모양의 다이얼을 1~2개 탑재하는데, X-T1은 이뿐만 아니라 ISO 감도, 셔터속도, 노출 보정 다이얼 등을 각각 외부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셔터속도, ISO 감도, 노출 보정 등을 카메라 전원을 켜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점이다. 여기에 번들 렌즈는 조리개 링까지 따로 갖춰 아날로그 카메라의 조작감을 흡사하게 느낄 수 있다.
각각의 다이얼 밑에는 조작 레버도 있다. ISO 감도 다이얼 밑에는 릴리즈 모드(연사)를 선택할 수 있는 레버가, 셔터속도 다이얼 밑에는 측광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레버가 있다. 수 많은 세부 조작 기능을 모두 외부 버튼으로 노출했기 때문에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조작 편의성을 보여준다.
성능도 상당하다. 제품의 모든 성능은 한 마디로 '빠르다'고 표현할 수 있다. 최대 연사속도는 초당 8매며, 자동 초점 속도는 최소 0.08초다. 카메라 초기 구동속도는 0.5초며,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 초점이 움직이는 속도도 빠르다. 특히 필자가 후지필름 코리아 카메라에서 단점으로 자주 언급했던 후면 액정의 반응 속도도 많이 개선됐다. X-T1은 전자식 뷰파인더(EVF)를 탑재했다. 보통 EVF는 카메라를 빠르게 움직일 때 뷰파인더에 잔상이 남고, 주변 밝기가 심하게 바뀌면 반응도 느려지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런데 X-T1의 EVF는 초당 54프레임을 지원해 이런 현상도 크게 줄였다. 제품 뼈대는 모두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했으며, 부품 결합부위를 밀봉 처리해 방진, 방습 기능도 높였다. 프리미엄 제품답게 내구성에도 신경 쓴 모습이다.
세세한 편의기능도 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를 세로로 세워 촬영할 때 아래에 있는 노출계, 설정, 남은 촬영 매수 등의 정보가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쉽게 설명하면 세로로 쓰던 스마트폰을 회전잠금 버튼을 누르고 가로로 쓰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X-T1은 세로로 새우면 각종 정보가 세로 사용에 맞도록 위치가 바뀐다. 스마트폰을 한번 더 예로 들면 가로사용과 새로사용 시 화면에서 앱 배치가 바뀌는 것과 같다.
EVF도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커서 시원한 느낌이 든다. EVF가 커진 덕에 '듀얼 디스플레이'라는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뷰파인더에 피사체를 보여줌과 동시에 화면 한쪽에 수동초점 어시스트(피사체의 일부분을 확대해 더 정확한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화면을 함께 표시할 수 있다.
사진 전송기능도 기존 후지필름 코리아의 카메라보다 강화됐다. 기존 후지필름 코리아 카메라는 와이파이를 통한 사진 전송기능만 갖췄었는데, 이번에 출시한 X-T1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및 동영상을 원격에서 촬영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 초점을 조절할 수 있으며, 셔터속도, 조리개 등의 노출 값도 조절할 수 있다. 이밖에 타임랩스(일정한 간격으로 자동 연속 촬영하는 기능)촬영과 풀HD(1080, 60P)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췄다.
X-T1 출시와 함께 렌즈 제품군도 보강할 계획도 밝혔다. 현재 X-T1과 호환되는 X마운트 렌즈는 총 12종이며, 2014년안에 5종의 X마운트 렌즈와 3종의 칼자이스 렌즈를 출시해 총 20여 종의 호환 렌즈 제품군을 구축한다.
후지필름 코리아 이다 토시히사 대표는 "X-T1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는 물론, 카메라, 렌즈, 액세서리 등의 제품군도 강화해 다양한 촬영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X-T1의 가격은 149만 9,000원, 18-55 렌즈를 포함한 가격은 199만 9,000원이다.
후지필름 코리아는 이번 X-T1을 출시하면서 기존 X-Pro 시리즈와 함께 2종의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제품군을 갖춘다. 기존 X-Pro 시리즈는 자그마한 느낌의 미러리스 카메라로, 단렌즈와 어울리는 제품이다. 이번에 출시한 X-T 시리즈는 이보다 크기가 커서 대형 줌렌즈를 장착해도 그립감이 좋다. 특히 대형 EVF를 채용해 SLR의 느낌을 미러리스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종류의 제품에 두 가지의 플래그십 제품군을 출시하는 일은 드물다. 이는 후지필름 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참고로 현재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소니가 전체의 1/2 이상을, 삼성전자가 전체의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나머지 1/4 정도를 두고 나머지 기업이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싸우고 있는 형국이었는데, 이번에 후지필름 코리아가 보인 전략은 나머지 1/4가 아닌, 소니와 삼성전자가 이미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가져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