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30일, 광화문 본사에서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양자 컴퓨팅)에 대해 소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풀 스택 오픈소스 클라우드 생태계 애저 퀀텀(Azure Quantum)과 퀀텀 컴퓨팅 언어인 큐샵(Q#), 그리고 실제 사례를 안내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임원(NTO) 신용녀 박사는 "마이크로소프트는 2004년에 이미 퀀텀 기술 연구소인 스테이션 큐(Station Q)를 설립했고, 2017년 퀀텀 컴퓨팅 언어인 큐샵(Q#)을 발표하며 괄목만 한 성과를 내고 있다."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퀀텀 컴퓨팅은 2019년부터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 퀀텀을 통해 프리뷰로 제공되고 있고, 미국 샌타바버라, 덴마크 링비 등 총 8개의 연구소에서 퀀텀 컴퓨팅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퀀텀 컴퓨팅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퀀텀(양자) 컴퓨팅에 대한 개념과 정의에 대한 소개가 선행됐다. 신 박사에 따르면, 전통적인 컴퓨팅은 트랜지스터를 통해 0 혹은 1, 꺼짐 혹은 켜짐을 반복해 연산을 수행하며, 이 단위를 비트(Bit)로 규정한다. 반면, 퀀텀 컴퓨팅은 양자의 얽힘이나 중첩같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해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qubit)단위로 계산한다.
기존 컴퓨터가 1과 0을 통해 최대 16개 신호를 만들고 한 번에 하나씩 표현할 수 있다면, 퀀텀 컴퓨팅은 동시에 모든 신호가 존재하는 상태로 있다.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지수는 확장되고, 연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현재 전통적인 컴퓨터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더 이상 물리적으로 줄일 수 없는 수준에 가까워지며 한계를 겪고 있다. 이 한계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퀀텀 컴퓨팅이 필요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퀀텀에 접근하는 시각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 이 문제들을 퀀텀 컴퓨팅 에코 시스템(양자 컴퓨터 생태계)로 해결하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목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퀀텀 컴퓨팅에 관련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과 연계하고 있으며, 기존 연구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7년에는 퀀텀 컴퓨팅 연구를 위한 큐샵(Q#) 언어와 QDK(Quantum Development Kit)를 공개했고, 2019년부터는 깃허브(GitHub)를 통해 Q#과 QDK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가 퀀텀 컴퓨팅을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애저 퀀텀을 사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전 세계 대학교와 연구소, 스타트업 등 50여 개가 넘는 기관이 글로벌 퀀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애저 퀀텀을 활용한 퀀텀 컴퓨팅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응용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분자 단위의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의료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할 수 없는 지구 온난화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환경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양자 암호를 통한 보안 체계의 강화나 인공 지능 분석의 고도화 작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미리 보는 퀀텀 컴퓨팅의 실제 사례
퀀텀 컴퓨팅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 중 의료, 에너지 분야의 예시도 제시됐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퀀텀 알고리즘을 통해 MRI(자기 공명 영상)의 속도를 3배 빠르게 실현하고, 질병의 주요 식별자 판단을 30% 가까이 정밀하게 하도록 돕는다. 또한, 퀀텀 컴퓨팅을 통한 머신 러닝으로, 개인의 MRI 결과를 지문처럼 인식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또 두바이 수전력청(The Dubai Electricity and Water Authority, DEWA)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운용 정책을 결정하는 데 퀀텀 컴퓨팅을 쓴다. 국가 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에너지원과 전송 방식, 시간 등의 다양한 변수를 모두 고려한 조합 중 최적의 선택을 계산하고, 예측해 실시간으로 수요에 대응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퀀텀 컴퓨팅이 응용되고 있지만, 추후 발표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 퀀텀으로 그리는 세상
2004년부터 퀀텀 컴퓨팅을 연구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2020년에 이르러서야 한국에 이를 알리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신용녀 박사는 "아직 한국에서 퀀텀 컴퓨팅은 생소하며, 활용 사례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큐샵(Q#)이나 활용 사례를 통해 한국에서도 퀀텀 컴퓨팅 산업이 확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퀀텀 컴퓨팅 개념을 제시한 지 올해로 35년이 흘렀다. 2011년, 캐나다의 D-Wave System이 세계 최초의 상용 128 큐비트 퀀텀 컴퓨터인 'D-Wave One'을 공개하긴 했어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조금씩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제한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부분부터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퀀텀은 2017년을 기준으로 8개의 연구소가 설립돼있고, 50개의 글로벌 기구와 협력 관계에 있다. 또한, 퀀텀 컴퓨팅과 관련해 150건 이상의 과학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 SCI) 등재를 포함해 20만 건 이상의 개발 도구를 배포했다. 2017년 집계이니, 올해는 이보다 더 성장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퀀텀 컴퓨팅 업계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