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5월, 경국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의 컴퓨터와 서울대학교 컴퓨터가 1,200bps 속도의 전용 회선으로 연결, 통신에 성공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해 통신에 성공한 최초 사례다.
그리고 1994년 6월 20일. 국내 최초로 '코넷(KORNET)'이라는 인터넷 상용 서비스가 시작됐다. 당시 코넷의 인터넷 속도는 9.6Kbps였다. 이는 현재 인터넷 평균 속도인 100Mbps의 만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큰 이슈였다.
이로부터 약 20~30년이 지난 오늘날,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 인터넷은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인터넷 속도가 향상된 것은 물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음악과 동영상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 이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IT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변화가 일어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20년 동안 일어났던 변화보다 향후 20년 동안 훨씬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인터넷이 발전할까. 또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대응하고 나아가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KT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인터넷의 발전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위한 것'으로 나아가야
이날 포럼에는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알려진 전길남 박사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전길남 박사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도입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국제적으로 인터넷 세계화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전 박사는 인터넷의 미래를 조망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전 박사가 인터넷을 연구하던 80년대, 한국은 인터넷은커녕 당장 먹고 살기도 팍팍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선진국이 아니고서는 컴퓨터나 인터넷을 특화한 나라가 없었다.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보다는 '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던 것 같아요.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 이동통신사, 거물급 대학교와 연구진은 모두 참여했어요. 경제적 여유도 없고 무리하는 점도 있었지만, 산학연 모두 이걸 끊임없이 연구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국내 인터넷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전 박사는 한국 인터넷 도입을 연구하던 80년대를 돌아보며, 인터넷을 통해 이토록 세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고 회고했다.
"20~30년 전에는 TV, 전화, 자동차 등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목적으로 인터넷 발전을 연구했고, 이런 생각은 예상한 대로 흘러갔지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세상이 발전할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카카오톡이 나올 것이라고 누가 예측했을까요? 요즘에는 어린 학생들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만큼 세상이 바뀌었는데요, 이런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세상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길 바랍니다"
불과 20~30년 만에 인터넷은 세상을 확 바꾸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몰고 올 변화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2014년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는 약 30억 명입니다. 하지만 2020년대에는 인터넷 이용자 수가 40억 명이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10년 내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도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사물 인터넷이란, 사물에 인터넷 센서가 장착돼 알아서 정보를 수집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 시계가 사용자의 컨디션과 교통 상황을 종합해 알맞은 시간에 알람을 울리고, 자동차가 사용자의 일정을 파악하고 스스로 운전해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전 박사에 따르면, 2020년대 사물 인터넷 장비는 약 1조 개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세상이 되면 편리해질 수는 있겠지만, 앞서 해결해야 할 점들도 많다. 전 박사는 인터넷이 올바르게 발전하려면 확산, 보안, 남용, 인권, 인터넷 관리체계 등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산이란, 누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넓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라 확산은 잘 됐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강국을 인터넷 선진국이 되려면 나아가야 할 길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체장애인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례가 드뭅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시각장애인들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게 진짜 인터넷 선진국 아닐까요?"
이어 그는 앞으로 보안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고, 인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안 문제는 앞으로 훨씬 나빠질 것입니다. 지금 이슈되고 있는 스미싱이나 해킹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인터넷은 보편화됐는데, 인터넷 관련 관리 체계는 부실한 것도 문제입니다. 인권 문제도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온라인상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두고 논쟁이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인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전 박사는 국내 인터넷 환경의 문제점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산학연 단위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인터넷에 특화된 만큼, 인터넷으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한 내용도 대부분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산업계와 학계 등이 힘을 모아 연구를 한다면 인터넷을 좀 더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과거에는 기차나 자동차도 매우 위험한 수단으로 여겼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대책 마련으로 나아진 것입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가 앞서가고 있으니, 먼저 연구해서 산업 발전에 활용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 박사는 한국은 이제 인터넷 강국을 넘어 인터넷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하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여러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강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각 나라에서 인터넷과 관련된 문제를 겪고 있을 때, 우리나라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넷 선진국이 되려면, 인터넷의 발전은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잘 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생활 속에 인터넷을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시킬지, 인터넷을 어떻게 안전하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보안 문제나 인터넷 윤리 등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 끊임없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거죠. 신뢰가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인터넷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이동통신사 서비스를 걱정 없이 믿고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인터넷 선진국이 되기 위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해야 할 역할 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국내 IT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를 널리 선보이고, IT 업계를 주도하길 바랍니다. 싸이월드와 같은 국내 서비스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해외 SNS에 밀린 것이 안타깝습니다. 지금도 페이스북이나 왓츠업, 위챗 등이 세계를 주도할까 하는 염려가 드는데요, 국내 업체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 국내 업체들의 저력을 보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세계에서 아직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인구가 40억 명 가량 되는데요, 이 40억 명의 잠재적 사용자들을 북돋아 모두가 행복한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KT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르완다를 도와주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인터넷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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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