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피아노를 만들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적외선이요." "자외선이요." "방사선이요." "진동센서요."
갈릴레오를 활용해 가상 피아노를 만들려면 어떤 준비물이 필요한지 선생님들이 초등학생들에게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정답은 없다. 대신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왜 그렇게 답했는지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한다. 학생들은 한참 궁리한 후 자신이 그렇게 대답한 이유를 말한다. 조리있게 차근차근 설명하진 못했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눈에 띈다. 지켜보는 선생님의 입가에도, 친구들의 입가에도, 그리고 기자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오른다.
2014년 여름방학, 인텔코리아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텔 갈릴레오 여름 캠프 2014'를 3회에 걸쳐 진행했다. 인텔 갈릴레오 여름 캠프 2014는 갈릴레오를 이용해 스마트 신호등, 도난방지기, 가상 피아노, 반딧불 로봇 등 다양한 기계를 초등학생들이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행사다. 이를 통해 초등학생의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목표다.
갈릴레오는 인텔이 제작한 아두이노 호환 임베디드 보드다. 아두이노는 임베디드 기기를 접한 적 없는 사용자도 쉽게 다양한 기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제작된 교육용 오픈소스 임베디드 플랫폼이다. 기존의 복잡한 임베디드 보드와 달리 손쉽게 주변 기기를 연결하고 프로그래밍 예제를 추가할 수 있다. 이는 갈릴레오도 마찬가지다. 갈릴레오는 인텔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사용자들이 임베디드 기기를 제작할 때 인텔의 플랫폼 대신 아두이노를 활용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개발을 지시한 임베디드 플랫폼이다. 구조 자체는 아두이노와 동일하다. 단지 프로세서로 아트멜의 RISC 프로세서(AVR)대신 우리에게 친숙한 인텔의 CISC 프로세서(쿼크)를 채택했을 뿐이다.
갈릴레오도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인텔 갈릴레오 여름 캠프 2014 역시 갈릴레오를 이용해 초등학생의 창의력을 증진시키려는 것이 목표다. 꼬마 전구, 반딧불, 스마트 신호등, 도난방지기, 공중 피아노 등 다양한 기기를 직접 제작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표현할 수 있다.
행사는 총 3기로 나눠 진행했다. 각 기수 별로 인텔 ICT(인텔 크리에이티브 티처)소속 초등학교 선생님 5명과 전국 각지에서 모집한 초등학생 20명이 모여 2일 동안 수업을 함께 했다. 참여한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세상을 바꾼 기술에 대한 얘기를 듣고, 갈릴레오를 활용해 다양한 기기를 직접 제작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에게 '아이디어를 현실로'라는 주제로 강의도 들었다.
인텔 갈릴레오 여름 캠프 2014는 학생들에게 갈릴레오를 알리려고 기획한 행사가 아니다. 학생들에게 기술을 알려주고, 꿈을 심어주려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참여한 학생들은 '꽉 막힌'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할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도수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안경, 캠프장 질식사 방지장치, 수조를 청소하는 로봇 물고기, 유괴방지 깔창. 모두 갈릴레오를 이용해 무얼 만들고 싶니 물어보자 나온 생각들이다. 실제로 만들 수 있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학생들의 상상력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중마초등학교 최재학 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보자.
"현재 소프트웨어 교육이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이에 대한 준비를 전부터 해오고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교육을 통해 학생 모두를 프로그래머로 만들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학생들에게 '너희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가 있고, 이를 통해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독후감 정도로 끝났겠지만, 이제 학생들이 배움을 활용해 무엇인가를 직접 만드는 실습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이번 행사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창의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다양한 기기를 예시로 보여주고 '너희들은 무엇을 만들래?'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60명의 학생들이 60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들려줬습니다. 학생들에게 갈릴레오가 무엇인지 알려주려는 행사가 아닙니다. 갈릴레오를 통해 아이디어 실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과 호기심을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서울 우이초등학교 최정호 학생(4학년)은 "친척의 권유로 참여했는데, 직접 수업을 들어보니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앞으로도 갈릴레오 같은 기기를 계속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공부를 계속해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위한 의수나 의족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인텔코리아 기업사회공헌팀 이효주 대리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학교의 열망이 크다. 덕분에 인텔 갈릴레오 여름 캠프 2014 참여 접수도 금방 마감 됐다"며, "더욱 향상된 규모의 캠프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학때마다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