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행사의 주연은 둘이었다.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 국내 출시 행사를 열고, '갤럭시노트4'를 포함해 '갤럭시노트엣지', '기어S', '기어VR' 등을 선보였다. 행사명부터 포스터까지 표면적인 중심은 '갤럭시노트4'였지만, 부스 내에 전시된 제품 비율이나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보면 갤럭시노트엣지도 이날 한 자리를 단단히 꿰찼다.
패블릿(5인치 이상 대화면 스마트폰)의 원조인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정통 후계자 '갤럭시노트4'와 새로운 디자인으로 이단아 느낌을 주는 '갤럭시노트엣지'. 이 둘은 닮은 듯 전혀 분위기로 행사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혁신이자 실험작, '갤럭시노트엣지'
현장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은 쪽은 '갤럭시노트엣지'였다. 비슷비슷한 최신 스마트폰에 시큰둥해진 기자들의 눈이 갤럭시노트엣지 앞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오랜만에 보는 독특한 제품이었다.
기자도 치열한 경쟁 끝에 갤럭시노트엣지를 손에 잡았다. 화면의 오른쪽을 살짝 휘게 해놓았을 뿐인데 이전의 스마트폰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옆면 스크린 이름은 '엣지 스크린'이다. 이곳에 자주 쓰는 아이콘을 갖다 놓거나, 새로운 알림을 뜨게 하고, 재생/일시 정지 등 기능 버튼이 표시되게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뉴스 알림을 뜨게 해보았다. 주식 정보나 새 뉴스가 계속해서 업데이트됐다. 분명 편리했지만 배터리 소모가 빠르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됐다.
카메라 기능을 구동했다. 촬영, 플래시, 촬영 모드 선택 등의 버튼이 엣지 스크린으로 올라갔다. 버튼 등으로 가려지지 않은 촬영 화면은 꽤 시원시원했다. 동영상을 감상할 때도 메시지 알림, 제어 버튼 등이 엣지 스크린에 떠서 영상의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측면 엣지 스크린을 빼면 사양 및 주요 기능은 갤럭시노트4와 비슷하다. '갤럭시노트'답게 필압을 2,048단계까지 인식하는 S펜도 있다.
화면은 0.1인치 작은 5.6인치 QHD AMOLED 디스플레이다. 옥타코어 프로세서, 3GB 램(RAM) 메모리를 탑재했다. 카메라도 갤럭시노트4와 동일하게 고사양이다.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기능을 더한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와 밝기 F1.9의 37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채용했다. 카메라 기능은 아래 갤럭시노트4에서 더 자세히 다뤄본다.
분명 재미있는 제품이지만 직접 몇 번 써보니 살짝 아쉬운 부분들이 보였다. 시연용 데모 기기라지만 간혹 터치 오류가 발생했고, 전원 버튼을 꺼두었는데도 화면을 계속 터치하니 제품이 켜졌다. 실사용 시 배터리 방전을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계를 표시하는 나이트 클락 기능을 켰는데도 시계가 나타나지 않아 몇 번씩 전원 버튼을 다시 눌러야 하기도 했다. 아직 엣지 스크린을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앱이 적은 것도 단점 중 하나다. 또한, 이미 많은 곳에서 지적했듯이 엣지스크린이 오른쪽에 있어 왼손잡이는 이를 활용하기 불편할 수밖에 없다.
관련 액세서리가 충분치 않을 것도 구매 의사를 떨어트릴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엣지 스크린이 보이게 평평한 화면만 덮는 케이스도 같이 출시할 예정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엣지 스크린을 보여줌으로써 개성을 드러낼 수는 있겠지만 이 부분의 흠집을 걱정한다면 구매가 망설여질 만하다.
여러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삼성전자는 10월 이후 '한정판' 방식으로 갤럭시노트엣지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로써 '갤럭시라운드'나 'G플렉스'가 받았던 '판매량이 적다'는 조롱을 피할 수 있으며, 구매자에게는 '한정판을 획득했다'는 특별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애초에 이러한 독특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꽤 괜찮은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엣지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패블릿의 원조, '갤럭시노트4'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네 번째 최신작, 갤럭시노트4도 체험해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이 '아이폰6플러스' 등 대화면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을 의식해서인지 '패블릿 분야를 독자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실제 갤럭시노트 이후 여러 제조사가 대화면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휴대폰이 클 필요 없다고 했던 애플마저 5.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갤럭시노트4가 여타 패블릿과 비교했을 때 다른 것은 무엇 인가.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S펜'이라고 답했다. S펜이야말로 큰 화면을 제대로 활용할 만한 기능이라는 것. 와콤 기술을 적용한 S펜은 얇은 펜촉으로 정밀한 묘사가 가능하며, 일반 펜을 쓰듯이 화면에 손을 대고도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다른 제조사의 몇몇 패블릿이 정전식 터치펜을 함께 구성하기도 했지만, S펜만큼 사용자의 만족도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갤럭시노트4는 기존 S펜을 업그레이드했다. 필압 인식 수준을 1,024단계에서 2,048단계까지 끌어올렸고 필기 속도, 펜의 기울기 및 방향도 인식한다. 전용 앱인 S노트에 캘리그래피와 만년필 펜도 추가했다.
직접 S펜으로 글씨를 써봤다. 필압 인식 단계가 두 배로 정교해졌다지만 사실 느끼기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캘리그라피 펜은 쓰는 재미가 있었다. 대충 휘갈겨 써도 멋이 살아났다.
S펜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셀렉트' 기능도 에어 커맨드에 추가됐다. 어떤 앱의 화면이든 S펜으로 원하는 부분을 선택해 이미지로 최대 10장까지 저장하고 공유하는 기능이다. 평소 화면 스크린샷을 많이 찍는 사용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스마트 셀렉트 기능은 하나하나 이미지를 캡처해 저장하고 갤러리에서 이를 선택해 공유할 때보다 확실히 편했다.
갤럭시노트4의 디자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전작인 갤럭시노트3에서 호평 받았던 가죽 소재 느낌의 뒷면 디자인을 각색해 적용하고, '갤럭시알파'의 메탈 프레임도 변형해 덧붙였다. 테두리에 스티치가 들어갔던 갤럭시노트3 뒷면 디자인과 달리 갤럭시노트4는 가죽 느낌만 그대로 살렸다. 손에 쥐어보니 가죽 느낌 덕에 차가운 디지털 제품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지는 듯했다.
옆면 테두리는 메탈이다. 손으로 쥐는 가운데 부분을 살짝 들어가게 디자인했다. 덕분에 제품 크기가 커도 손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겠다.
카메라도 진화했다.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와 밝기 F1.9의 37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채용했다. 선명한 QHD 화면 덕에 촬영 화면이 선명해 찍을 맛이 났다. '셀카'를 자주 찍는 사용자를 위해 전면 카메라의 밝기를 높인 점이 돋보인다. 전작 대비 60% 밝아졌다. 직접 찍어보니 전체적으로 사진이 화사하게 표현됐다.
파노라마 방식으로 셀카를 찍는 '와이드 셀프샷' 기능도 돋보인다. 셀카를 찍을 때 카메라를 좌우로 움직이며 찍으면 120도의 넓은 화각으로 더 많은 사람을 한 장에 담을 수 있다.
학생이나 직장인에게 유용할 기능도 있다. '포토 노트'는 카메라로 문서, 칠판, 메모 등을 찍으면 알아서 이를 인식해 S노트에 저장해준다. 비스듬히 찍어도 똑바로 수정해 저장하며, 사용자는 이를 자신의 스타일대로 편집할 수도 있다. 행사장의 갤럭시노트4 안내판을 찍으니 마치 스캔한 것처럼 깨끗하게 S노트에 저장됐다.
직접 써보니 갤럭시노트4는 전작보다 새로움은 적었지만, 향상된 성능 및 기능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었다. 일반 소비자라면 갤럭시노트엣지보다 갤럭시노트4에 훨씬 더 끌릴 듯싶다. 삼성전자도 갤럭시노트4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4는 이미 예약 판매량부터 전작을 뛰어넘었으며, 전작보다 훨씬 많이 팔릴 것”이라 예상했다.
갤럭시노트4는 차콜 블랙, 프로스트 화이트, 브론즈 골드, 블로섬 핑크 등 4종으로 오는 26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출시된다. 출고가는 95만 7,000원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