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4일, 노키아가 한국 기자들을 초청해 그들이 생각하는 향후 비전에 대해서 설명했다. 최근 노키아는 모바일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 판매하고, 나머지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체제로 변화했다. 다만, 이 같은 사실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워낙 모바일 사업 규모가 컸기에 '이제 노키아는 망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노키아가 리브랜딩에 나선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키아는 아직 건재하다. 오히려 계속 적자를 내던 모바일 사업부를 정리하고, 잘 할 수 있는 사업부를 키워 흑자로 전환한 상태다.
노키아 히어 사업부, 지도를 제작하는 이유
노키아 네트웍스의 연구기술팀 '라우리 옥사넨(Lauri Oksanen)' 부사장이 5G에 대한 설명을 끝낸 뒤, 노키아 히어 사업부에서 마케팅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우도 사보(Udo Szabo)'가 설명을 시작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그가 제일 먼저 보여준 단어는 'Maps for Life'. 노키아가 히어 사업부를 통해 사람들에게 강조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해서 표현한 말이다.
그는 "히어 사업부는 단순히 위치정보를 가지고 지도를 서비스하는 사업부가 아니다. 우리는 지도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는 것에 집중했다"라며, "지도는 여러 정보를 담고 있다. 그리고 모양도 다르다. 지하철노선도를 보자. 지하철노선도는 각 역의 거리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 A 정거장에서 B 정거장까지 이동할 때, 몇 정거장을 거쳐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지하철노선도는 이러한 것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도는 사용자가 원하는 질문에 해답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지하철노선도를 다시 한번 보자. 여기에도 개선할 점은 분명 있다. 이 지도를 보고, 상하행선의 위치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가? 어렵다. 가끔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점은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 노키아 히어를 통해 제작한 지도가 하나 있다. 미국 시카고의 특정 시간대에 범죄율이 얼마나 높은가를 파악한 지조다. 빨간색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의 실생활에는 1가지 종류의 지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얻고자 하는 정보에 따라 다양한 지도가 필요하다. 노키아가 히어 사업부, 지도를 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정보를 지도에 담아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 기기에 상관 없이 필요할 때마다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위치 정보와 다른 정보를 함께 표현한다
"사람은 하루 동안 여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위해 교통상황을 체크하고, 자가용을 몰고 나갈 건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건지 판단하다. 눈이 내린다면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회사에 출근한 뒤에 외부에서 약속을 잡았다면,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지도는, 그리고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다. 결국 위치 정보다.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있었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지도를 제작해야 한다."
"노키아가 추구하는 지도는 유연성을 목표로 한다.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또한, 지도의 위치 정보를 다른 정보들과 어떻게 통합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보여줄지 고민한다. 단순한 위치 정보가 아니라 추가 정보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위치 정보와 함께 여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참고로, 노키아는 히어 서비스를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기기, 서비스에 특화한 서비스가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를 제작하고 정보를 담는다."
"우리는 3가지 비전을 가지고 지도를 제작한다. 먼저, 전세계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고 지표화하는 작업이다. 지도를 제작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다. 위치 정보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새로운 도로가 늘어난다. 새로운 도시 계획이 아니어도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다. 이 모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두번째, 위치 정보는 계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기기에 맞도록, 빠르게 지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연산 처리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세번째,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필요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에게 맞는, 그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히어 서비스는 얼마나 왔나
"북미에서 출시하는 자동차 5대 중 4대는 히어 지도를 탑재한다. 유럽도 마찬가지. 우리는 B2B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히어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노키아는 히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에게 즐겁고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약속하겠다. 또한, 실시간 위치 정보를 통해 이동하는 시간과 거리를 경제적으로 제공하겠다. 현재 우리는 교통채증도 미리 예측해 약 80% 정도는 미리 피할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면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보여줬던 범죄율 그래프 등을 통해 안전한 곳을 이동하게 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참고로 우리가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장비를 '라이다'라고 한다. 레이저 라이트 레이더의 줄임말이다. 보통 지도 제작은 사진을 찍어서 해당 위치 정보를 인식해 제공한다. 하지만, 이렇게 제작한 지도는 한번 만들어진 이미지를 그대로 계속 사용해야 한다. 다시 해당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서 바꾸기 전까지는 모습을 바꿀 수 없다. 라이다는 각 위치 정보를 수집할 때 모든 정보를 거리에 기반한 점 단위의 데이터로 제작한다. 즉, 픽셀 단위의 3D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러한 3D 데이터를 필요할 때마다 건물이나 도로 등의 모습을 바꿀 수 있고, 원하는 건물만 남겨두고 다른 건물들을 없애 버릴 수도 있다. 보다 유연하게 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키아 히어 사업부의 직원은 전세계에 약 6,000명 정도다. 이 중 4,000명 정도는 전세계 현장에 흩어져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도 현장 제작자를 두고 있다고 자부한다. 연구소에 가만히 앉아서 이미지만 보는 걸로는 지도를 제작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직접 거리로 나가야 한다. 사람들이 현장에, 도로에서 직접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맵을 제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에서 운영 중인 히어 자동차는 300대 이상이다. 참고로, 히어 자동차는 장비를 모듈화해서 자동차 위에 장착하면 그대로 히어 자동차가 된다. 히어 자동차는 계속 확대 중이다. 히어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세계 8만 개 이상의 외부 협력사와 정보도 공유한다. 매일 270만 건의 업데이트와 정보 변경이 이뤄진다. 한국에는 약 10대 정도의 히어 자동차가 운행 중이다."
"각 업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도 한다. ESRI는 농업 업체인데, 각 지역의 위치 정보와 기후 정보를 우리가 제공 중이다. 오라클, 페덱스, SAP 등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는 모든 정보를 협력사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의 정보를 받는 협력사가 요건에 따라 정보를 선별해서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히어 지도를 삼성전자가 갤럭시S5에 탑재해서 관심을 받았다. 일단,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삼성 스토어에서만 이를 제공 중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협력한 부분인 만큼 일종의 혜택으로 제공 중이다. 히어 지도는 이제 시작하는 서비스다. 앞으로 우리는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지도 즉, 위치 정보는 각 국가마다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국경선이나 군 정보 등은 간혹 담기 어렵다. 이는 각 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적용 중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구글과 우리뿐이다. 지도를 제작하고, 위치 정보를 분석하는 맵핑 작업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점을 주목해달라. 향후 우리는 히어 지도를 이용해 스마트카 등 다양한 산업과 협력해나갈 예정이다. 열심히 준비했다.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글 / 핀란드 에스푸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