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예약판매 열풍이 이통사의 개통 이벤트 현장까지 이어졌다.
2014년 10월 31일, SK텔레콤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아이폰6 개통'이라는 콘셉트로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국내에 아이폰3Gs가 출시된 이후, 매번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아이폰을 만나려는 사람이 밤새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점에 착안해 진행한 행사다. 이벤트의 이름은 '누워서 6 받기'.
누워서 6 받기
SK텔레콤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200여 개의 1인 소파(빈백)를 마련하고, 아이폰6를 기다리는 사용자에게 '누워서' 순서를 기다릴 수 있도록 했다. 공식 개통 시간은 8시지만, 이 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를 체웠다. 한 참가자에게 물으니 행사장에 입장 가능한 5시 30분 이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단다. 또 어떤 참가자는 피곤한 모양인지 빈백 소파에 몸을 맡기고 눈을 붙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줄까지 서가며 신제품을 기다리는 문화는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런 모습을 봤을 때 아이폰 사용자의 제품 충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이날 행사에는 약 1,0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사전 구매 예약자 중 200여 명을 추첨해 행사 현장에서 즉시 개통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구매 예약을 하지 않은 행사 방문자에게도 준비한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까지 아이폰6를 개통할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편안히 기다릴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하지는 않았다. SK텔레콤은 '편히 있으려면 완벽히 편하게 있어라'는듯, 무료한 시간을 달랠 수 있는 놀거리와 먹거리도 마련했다. 우선 무대 중앙에서는 재즈 공연팀을 배치해, 대기자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생기있는 음악을 연주했다.
대기자가 자율적으로 놀 수 있는 체험존도 마련했다. 방문자가 개통전 아이폰6와 6플러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 대여 책장을 마련했으며, 이밖에 에어하키 게임기, 당구대, 다트 게임기 등을 설치하고 기다리는 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아침 일찍 행사장을 찾은 사람을 배려해 간단한 요깃거리도 준비했다.
빈 손으로 와서 가득 찬 손으로
행사장을 찾은 사람만을 위한 특별 선물도 준비했다. SK텔레콤은 선착순 방문자를 대상으로 럭키 드로우 이벤트를 진행했다. 행사장에 먼저 도착한 500명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총 177명에게 디지털 카메라, 캡슐커피머신, 스마트빔, 스마트스피커, 빈백소파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오늘 정오까지 행사장에서 아이폰6를 개통한 1,000명에게 패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Jeremy Scott)이 함께 작업한 전용 케이스를 증정한다.
SK텔레콤 아이폰6 1호 개통자 입니다
이날 행사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1호 개통자는 대학생 유성빈(25)씨다. 그는 30일 오후 4시 30분부터 입장하기 위해 기다렸다고 한다. 개통을 위해 12시간 이상을 기다린 셈이다. 그는 "최초 개통자라는 타이틀에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단순히 아이폰6를 빨리 만나보고 싶어서 일찍오게 됐다. 그런데, 1호 개통자라니 조금 얼떨떨한 느낌도 있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아이폰5라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은 1호 개통자에게 LTE 69 요금제 기준으로 1년 무료 통화권을 증정했다.
행사 현장에는 총 60개의 개통 부스와 인원을 배치해 기다리던 사람이 지체없이 아이폰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최대규모다.
사실 필자는 아이폰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국내 출시가 단통법 이후 얼어붙은 이동통신 시장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아이폰 출시를 견제하듯, 주요 제조사가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했으며, 소비자 역시 기다리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밤새워 줄을 서는 '열정'을 보였다. 물론 그들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열광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행복하다니 다행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