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관련 하드웨어가 성공하기 위해선 역시 게임 개발사들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한때 PC게임을 원활히 구동하려면 엔비디아의 지포스 그래픽카드가 필수라는 인식이 퍼졌던 것도 이런 이유다. 엔비디아가 게임 개발사들과 긴밀히 협조,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상당수 게임이 지포스에 최적화된 형태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AMD의 움직임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특히 최근 AMD는 자사의 라데온 그래픽카드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API(개발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인 맨틀(Mantle)을 발표, 상당수의 개발 개발사들을 끌어들였다. AMD 맨틀의 최종목표는 기존에 PC 게임 개발의 거의 표준처럼 쓰이던 API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를 대체하는 것이다.
다이렉트X의 대체재 AMD 맨틀, 활용 범위 넓어지고 있어
10월 20일에 AMD가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Future of Compute' 행사에서도 그들의 의욕은 확실히 드러났다. 이날 AMD는 맨틀이 마이크로소프트 다이렉트X 12, 애플 메탈(Metal), 그리고 차세대 OpenGL보다 먼저 발표되어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프로스트바이트3(Frostbite 3), 크라이엔진(CRYENGINE), 니트로어스 엔진(NITROUS ENGINE), 그리고 아수라 엔진(ASUSRA ENGINE) 등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게임 개발 엔진에 메탈이 적용, 베틀필드4나 씨프, 문명 비욘드 어스와 같은 대작 게임에서 성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에 처음 발표된 맨틀은 현재까지 20여 개의 게임에 적용된 바 있다.
AMD의 발표에 따르면, 배틀필드4나 씨프는 맨틀을 적용하면 다이렉트X 적용시에 비해 최대41~66%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2대의 라데온 GPU를 탑재한 PC에서 문명 비욘드 어스를 플레이 할 경우, 각 GPU가 화면의 절반씩 프레임을 나눠 그래픽을 처리, 한층 부드러운 구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캡콤, 향후 게임 개발에 맨틀 활용 천명
게임 개발사 관계자들도 행사에 참가했다.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하자드)의 개발사로 유명한 캡콤(Capcom)의 기술 디렉터인 이주인 마사루는 이날 단상에 올라 캠콤의 게임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기존의 캡콤은 다이렉트X 9 기반의 게임 개발 엔진인 MT 프레임워크(MT Framework)를 이용, 플레이스테이션3나 엑스박스360 등에 적용되는 게임 개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이렉트X 11급의 성능을 내는 판타레이(Panta Rhei) 엔진으로 교체, 차세대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 및 엑스박스원용 게임 개발에 투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PU 성능의 한계에 부딪히거나 GPU의 비효율적인 활용 때문에 일부 그래픽의 디테일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연산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리소스까지 다시 체크해야 하는 등의 경우도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AMD의 맨틀을 접하고 위와 같은 문제가 상당수 해결되는 것을 느꼈으며, 다양한 플랫폼으로 동시에 게임을 개발하고자 할 때도 한층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그래픽의 품질도 높일 수 있어 향후 자사의 엔진에 맨틀을 적용,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스퀘어에닉스, AMD APU 적용한 드래곤퀘스트X 특별판 PC 출시
또 다른 게임 개발사인 스퀘어에닉스(SQUARE-ENIX)의 사이토 요스케 프로듀서도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사이토 프로듀서는 일본의 국민 게임이라 불리는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MMORPG로 재구성한 드래곤퀘스트X가 AMD APU 탑재 PC에서 최적의 성능을 낸다고 밝히며, 이에 드래곤퀘스트X가 포함된 AMD A10 기반 데스크탑과 노트북의 특별판을 일본 시장에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사이토 프로듀서는 AMD의 APU가 스퀘어에닉스가 필요로 했던 성능뿐 아니라 가격까지 만족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 이러한 솔루션을 이용해 게이머들이 현재 서비스 2년째인 드래곤퀘스트X을 향후 10년 이상 더 즐겨줬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