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주기로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또 1년 후 아키텍처를 개선해 프로세서 성능을 높이던 인텔의 이른바 틱톡 전략이 거의 10년 가까이 이어져 왔건만, 이런 주기가 최근에는 다소 느슨해진 느낌이었다. 2014년에 출시된 4세대 인텔 코어의 개선판, 코드명 '하스웰 리프레시'는 근본적인 공정이나 아키텍처의 개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2014년 하반기, 모바일 기기를 위한 저전력 프로세서인 '코어M(코드명 브로드웰-Y)'가 14nm 공정을 적용, 출시되긴 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기다린 건 당연히 주력 제품인 5세대 코어 프로세서였다.
혹시나 인텔의 틱톡 전략에 차질이 생긴 걸까? 이에 대한 대답을 1월에 와서야 들을 수 있었다. 1월 13일, 인텔코리아는 서울 전경련 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14nm 공정의 5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코드면 '브로드웰'을 공개했다.
2세대 트라이게이트로 14nm 공정 실현, 19억개 트렌지스터 집적해
인텔코리아 이희성 대표는 그간 인텔은 2년마다 프로세서의 집적도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었다며, 2014년 말에 우선 출시한 코어M 프로세서를 통해 이를 증명했고, 이날 발표할 5세대 코어로 이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사실 프로세서의 집적도를 높이는 건 쉽지 않다. 이미 공정의 미세화는 nm(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2007년에 도입한 하이케이 메탈게이트 기술을 통해 실현한 45nm 공정, 그리고 2011년의 트라이게이트 기술을 통한 22nm 공정이 대표적이다.
이날 발표된 5세대 코어에는 기존의 트라이게이트 기술을 개선한 2세대 트라이게이트 집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14nm 공정이 적용되었다. 내부의 트랜지스터 핀이 3개에서 2개로 줄어들어 집적도와 전력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5세대 코어는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트랜지스터의 수는 13억 개에서 19억 개로 46% 늘어났고 다이 크기는 181 제곱밀리미터에서 133 제곱밀리미터로 27% 작아졌다.
내부의 2/3 차지하는 그래픽 코어, 다이렉트X 11.2, 4K UHD 지원
이를 통해 5세대 코어는 4세대 코어에 비해 3D 그래픽 성능은 최고 22%, 동영상 변환 속도는 최고 50% 빨라졌으며, 배터리 성능은 최고 1.5시간 이상 늘어났다고 인텔은 강조했다.
이날 인텔이 강조한 5세대 코어의 가장 큰 특징은 그래픽 성능의 향상이었다. 노트북용 5세대 코어는 TDP(열 설계전력) 15W 모델과 28W 모델로 나뉘어 출시된다. 특히 28W 모델의 경우, 특히 고성능 그래픽인 ‘아이리스 그래픽스’를 내장했다. 프로세서 내부를 살펴보면 그래픽코어가 거의 2/3을 차지할 정도로 큰 것이 인상적이다. 5세대 코어는 그래픽 유닛당 20% 성능이 향상되었으며 다이렉트X 11.2, OpenGL 4.3 등의 그래픽기술도 지원하며, 4K UHD 비디오 콘텐츠 구동 능력도 항상 되었다.
셀러론, 펜티엄도 동일 아키텍처 적용, 전 제품군 세대 교체
이날 인텔은 성능 외에 사용자 경험의 향상도 강조했다. 특히 케이블을 없앤 무선 접속, 비밀번호 없이 지문과 같은 생체인식 기능을 강조했다. HDMI와 같은 케이블의 없이 무선 접속을 통해 4K UHD 영상을 끊김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인텔 무선디스플레이(WIDI, 와이다이) 5.1 기술이 LG전자의 TV에 탑재되었다는 소식, 그리고 각종 비밀번호를 저장해 편하게 보안 접속이 가능한 트루키(True Key) 서비스가 지난 5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향후 인텔은 태블릿이나 투인원 등에 주로 탑재되는 코어M과 함께, 일반 노트북, 올인원, 데스크톱 등에 5세대 코어를 탑재, 전 제품군의 세대 교체가 완료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달과 다음달 중에 총 14종에 달하는 5세대 인텔 코어 i3 및 코어 i5, 코어 i7 등을 출시할 예정이며, 셀러론이나 펜티엄과 같은 보급형 제품군 역시 동일한 브로드웰 기반 제품으로 교체된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삼성전자, LG전자, HP, 델, 레노버 등의 업체에서 내놓은 5세대 코어 기반 노트북과 올인원 PC 등이 전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 제품 중 상당수는 이미 시장에서 판매 중이지만, 데스크톱 제품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듯 하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날 발표된 5세대 인텔 코어는 이전의 코어 시리즈 출시 주기에 비하면 반년 정도 늦게 나온 편이다. 동일한 14nm 공정을 작용한 코어M이 작년 하반기에 출시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인텔의 주력 제품은 코어 i3 / i5 / i7 시리즈다. 게다가 벌써 6세대 코어인 코드명 '스카이레이크'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정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기도 하다.
출시 타이밍이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물론 그렇다고 5세대 코어가 구매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 제품의 성능이나 출시 타이밍은 더 뒤쳐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2년 주기로 2배씩 프로세서의 집적도를 향상시킨다는 '무어의 법칙'을 실현할 만한 기술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시장의 상황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