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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걸친 MS-PC방간 싸움, 정말 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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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일용 기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와 PC방 사업자간의 길고 지지부진한 싸움이 이제 끝나려나 보다. 한국MS와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하 PC방 협동조합)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중회의실에서 PC방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쉽게 말해 양자가 화해한 것이다.

한국MS와 PC방 협동조합은 대체 왜 대립했고, 왜 이제 와서 손을 맞잡은 걸까.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자.

MS와 PC방

MS "정품 윈도 좀 쓰시죠?" PC방 "왜 이리 비쌉니까?"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2년 12월 PC방 협동조합은 PC방 업주 1,000여명과 함께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MS의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PC방 협동조합은 "한국MS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윈도를 판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세 PC방 업주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MS는 "MS는 언제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윈도 라이선스를 제공했고, 무차별적인 단속을 한적도 없다"며 즉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반박에 나섰다.

당시 한국MS와 PC방 협동조합이 대립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중고 윈도XP 라이선스 이전 문제', 둘째 'RR을 통한 이중 과금', 셋째 'PC 교체시 COEM 라이선스 사용불가', 넷째 '단속에 걸린 PC방에 GGWA 라이선스 강매' 등이다.

중고 윈도XP 라이선스 이전 문제부터 얘기해보자. 긴 얘기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몇몇 PC방 업주들이 폐업한 PC방에서 흘러나온 윈도XP 라이선스를 중고로 구매했다. 그리고 정품을 구매했으니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 생각하며 장사를 지속했다. 하지만 해당 윈도XP 가운데 타인에게 양도가 불가능한 라이선스가 섞여 있었고, 한국MS는 이를 문제 삼아 불법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으니 정품 윈도 라이선스를 구매하라고 공문을 발송했다. PC방 업주들은 내 돈내고 윈도XP 라이선스를 구매했는데 왜 불법이냐고 반발했다.

RR을 통한 이중과금이란 뭘까. 이를 이해하려면 일단 MS의 윈도 라이선스 정책에 대해 알아야 한다.

윈도는 크게 3가지 형태로 판매 중이다. 첫째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패키지 판매 방식. 바로 'FPP(Full Package Product)'다. 가장 비싼 라이선스지만, PC를 업그레이드해도 계속 설치할 수 있는 영구 라이선스다.

둘째가 'COEM(Commercial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이다. COEM은 시스템 빌더(조립PC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신규 PC에 사전설치해 납품하는 경우 적용되는 라이선스다. 하나의 PC에만 설치할 수 있고, PC를 업그레이드(정확히는 메인보드를 교체)하면 사용이 불가능한 대신 가장 저렴하다. 예전에는 DSP(Delivery Service Pack)라고 불렀다. 윈도8이 출시되면서 라이선스 정책이 변경돼 일반 사용자는 COEM 라이선스를 구매할 수 없고, 대신 저렴해진 FPP 라이선스를 구매할 수 있다. 

셋째가 'GGWA(Get Genuine Windows Agreement)'다. PC에 설치돼 있는 불법 윈도를 온라인 인증을 통해 1회에 한해 정품으로 변경해주는 라이선스다. COEM와 마찬가지로 PC를 업그레이드하면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가격은 FPP보다는 싸지만 COEM보다는 비싸다.

앞의 세 가지는 윈도를 집이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라이선스다. 윈도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려면 세 가지 외에 받아야 하는 라이선스가 하나 더 있다. 바로 'RR(Rental Right)'이다. PC방은 윈도 라이선스에 추가로 RR 라이선스도 받아야 한다. RR 라이선스 비용은 20달러(약 2만 원)가 조금 넘는다.

PC방 협동조합은 먼저 RR 라이선스에 이의를 제기했다. "따지고 보면 일반 회사에서도 윈도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데 왜 PC방에만 RR 라이선스 비용을 추가로 받느냐"는 주장이다. 이에 한국MS는 "일반 회사와 달리 PC방은 윈도가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한 수단인 만큼 상업적 용도에 따른 추가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며, 이는 전세계 모든 국가에 일괄 적용되는 MS의 표준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기계를 돌려 제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PC방 역시 윈도를 활용해 이익을 얻는 만큼 일반 사용자와 같은 라이선스를 적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PC를 교체하면 COEM 라이선스가 폐기되는 것도 반발했다. PC방은 그 특성상 PC 교체주기가 매우 짧은데(평균 2년), PC 교체 시 윈도를 새로 구매하는 것 때문에 등골이 휘어질 지경이라는 주장. 이에 MS는 간결하게 회신했다. "PC를 자주 업그레이드하는 경우를 대비해 (좀 더 비싼) FPP 라이선스가 있습니다."

PC방 협동조합은 불법 윈도를 사용하던 PC방 업주에게 저렴한 COEM 라이선스를 공급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비싼 GGWA 라이선스만 공급하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MS는 "COEM 라이선스는 윈도 정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매우 저렴하게 책정된 라이선스"라며, "불법 윈도를 사용하던 PC방 업주에게 COEM 라이선스를 공급하는 것은 정품 사용자에 대한 역차별이며 나아가 '불법 윈도를 사용하다 걸리면 그제야 COEM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되지'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당시 기사를 참고하자.
MS "제발 정품 좀 쓰세요" vs PC방 "그 가격에?" http://it.donga.com/12379/
"여력이 없습니다. 굶어 죽으라는 말밖에 안됩니다" http://it.donga.com/12382/
"대한민국 PC방 1/6이 '불법 윈도'를 사용합니다. SW 개발 의욕이 나겠습니까" http://it.donga.com/12383/

한국MS vs PC방

우리 화해했어요

이번 MOU는 이러한 네 가지 쟁점에 대한 합의를 담고 있다. 일단 윈도XP 라이선스 이전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PC방 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의 답변이 걸작이다. 최 이사장은 "윈도XP를 사용하는 PC방은 이제 없다. PC방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윈도7으로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라며 "한국MS와 PC방의 관계에 윈도XP 라이선스는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MS와 PC방이 주도적으로 해결한 문제가 아니라 PC방 사용자들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윈도XP가 퇴출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RR 라이선스 이중과금 문제는 어떻게 됐을까? 한국MS 디바이스파트너 총괄 장홍국 상무는 "지적재산권 재판매에 관련된 부분인 만큼 렌탈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MS의)권리는 주장하지만 그 비용을 굉장히 형식적인 형태로 조절하려는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받기는 하되 개당 2만 원이 넘는 RR 라이선스 비용을 현실적으로 낮추겠다는 의미다.

COEM 라이선스 정책 역시 굉장히 유연하게 변한다. 장 상무는 "재구매 라이선스(COEM)는 PC의 수명과 함께하며, PC 업그레이드가 잦다면 거기에 맞는 라이선스 상품(FPP)를 구매하라는 것이 MS의 일관된 정책"이라며, "하지만 고장 때문에 메인보드를 동일 모델로 교체할 경우(즉 A/S 시) COEM 라이선스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등 매우 유연한 정책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PC방에 비싼 라이선스만 공급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인지 PC방 업주의 윈도 라이선스 구매 비용 부담도 대폭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PC방은 윈도 프로페셔널 버전만 사용할 수 있고 홈 버전은 사용할 수 없다'는 기존 정책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TG삼보, 대우루컴스 등 대형 사업자에게만 공급하던 직공급(OEM)라이선스를 PC방용 조립PC를 판매하는 사업자들에게도 공급해 PC방 업주들이 윈도 라이선스를 한층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꾼다. 유통과정을 간소화해 PC방 업주들의 실구매가를 낮추겠다는 것. 장 상무는 "윈도 라이선스가 여러 단계를 거쳐 PC방에 공급되다 보니 PC방 업주들이 대형 사업자보다 윈도 라이선스를 비싸게 구매하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유통과정 간소화를 통해 윈도 가격이 낮아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윈도 라이선스 하나 당 2만~3만 원의 가격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불법 윈도를 사용하던 PC방 업주에게 GGWA 라이선스만 공급하는 정책은 변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품 윈도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되 불법 윈도를 사용하던 PC방 업주와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MOU의 내용 및 목표

MOU는 이외에도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MS가 라이센스 정책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함을 인정하고, 보다 유연한 정책을 펴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하드(PC속 저장 장치를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하는 형태)' PC방이다. PC방 사용자의 저장장치 변조를 막고,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노하드 PC방은 MS의 기존 라이선스 정책에 위반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한국MS는 "라이선스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못따라가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노하드 PC방이 대표적이다. 노하드 PC방에 라이선스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해 정품 윈도를 구매한 PC방 업주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하드 PC방뿐만 아니라 일반 PC방 대상 라이선스 정책도 유연하게 변한다. PC방 업계에서 나올 수 있는 혼란과 어려움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PC방을 하든 일괄된 라이선스 정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국MS는 강조했다. 예를 들어 많은 PC방이 윈도와 각종 프로그램을 모아놓은 마스터 CD를 활용해 PC를 관리하는데, 이는 원래 라이선스 위반이다. 하지만 한국MS는 하나의 마스터키를 제공해 추가 부담 없이 전체 PC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PC방 애로사항 청취를 목적으로 하는 소상공인 헬프데스크를 PC방 협동조합에 설치하고 MS가 이 헬프데스크 운영을 지원한다는 내용과 KT의 인터넷 전용선과 정품 윈도 라이선스가 포함된 PC를 함께 판매하는 번들 패키지를 제공해 PC방 업주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도 MOU에 포함돼 있다.

장 상무는 "이번 MOU의 목표는 PC방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윈도 라이선스를 제공해 모두가 '윈윈'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MS는 지금까지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했지만, 이제 한국과 PC방 시장(로컬)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합한 상품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궁극적으론 윈도를 게이밍 키보드 가격(10만 원대 초반)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윈도의 가치가 프로세서나 그래픽 프로세서만 못한 것은 아니지만,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해외의 대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명목 하에 강압적인 정책을 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MS와 PC방이 손잡음으로써 협력이 강압적인 단속보다 양자에게 더욱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MS 김 제임스 사장은 "한국MS는 PC방 사업자와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소상공인에게 어울리는 MS의 라이선스 정책을 통해 PC방 업주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MOU를 통해 한국MS는 원래 사이가 좋았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뿐만 아니라 PC방 협동조합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국내 PC방 대표 협회는 인문협과 PC방 협동조합으로 양분된 상태다.

한국MS, PC방 협동조합 MOU 체결

라이선스 변경은 PC방 시장 확대 대비를 위한 초석

한국MS의 이번 MOU는 전세계에 동일한 정책(글로벌 스탠다드)을 펴고 있는 MS의 정책과 반대되는 독자적인 정책이다.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일단 '윈도10' 보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 MS의 새 운영체제 윈도10이 시장에 출시된다. 반면 PC방은 대부분 윈도7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아직도 윈도XP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PC방에 윈도10을 저렴하게 공급해 윈도10 점유율을 확 끌어 올리려는 계획이다. MS 본사 차원에서도 윈도10의 점유율을 출시 초기에 확 끌어올리기 위해 파격적인 프로모션(1년 간 윈도7~8.1에서 윈도10 무료 업그레이드)을 진행하는 만큼 한국MS 역시 유사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번 MOU 역시 그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PC방 시장만을 위한 라이선스를 개발하기 위해 MOU를 체결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한민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PC방은 이제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에까지 상륙하며 그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PC방 시장만을 위한 특별한 라이선스 개발을 시작했고, 이를 PC방의 근원지인 대한민국에서 실험하고 있다는 것. 라이선스 개발이 완료되면 중국,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장 상무는 이에 대해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권에 PC방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낸 라이선스 모델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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