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이상우 기자] 오는 2015년 2월 12일, 요코하마에서 일본 최대 규모의 카메라 전시회 'CP+ 2015'가 열렸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공협회(Camera & Imaging Products Association, CIPA)가 주관하는 국제 행사로, 오는 15일까지 캐논, 니콘, 소니, 올림푸스 등 주요 카메라 기업 및 카메라 주변기기(액세서리)기업 등을 포함해 100여개 기업이 올 한해 출시할 핵심 제품을 선보인다.
지난해 행사 기간에는 3일간의 폭설에도 불구하고 4만 2,000여 명이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를 거듭할 수록 가족단위 관람객과 여성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어, 카메라 애호가만이 아닌 국민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올해 행사는 "초점을 맞춰라! 영감은 프레임 너머에 있다"라는 주제로 열리며, 5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전망이다.
CP+는 카메라가 주인공인 행사다. 여성 모델이 신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면 관람객이 플래시 세례를 터뜨리는 국내 카메라 행사와 달리, 방문자의 체험과 각 기업이 준비한 강연이 조금 더 부각된다. 물론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 부스에는 전시 콘셉트와 어울리는 의상의 모델이 부스의 분위기를 살린다. 부스의 꽃은 여성 모델이라기보다 제품과 부스의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모델보다 제품이나 촬영 기법 등을 설명하는 강사가 더 많이 보였다.
신제품을 체험해보려는 열기도 뜨겁다. 15분 이상 줄을 서가며 기다리는가 하면, 행사 스태프의 설명을 꼼꼼히 들어가며 제품의 기능을 체험해보는 모습이다. 특히 많은 부스가 일본어 외에 영어를 구사하는 직원을 배치해, 외국인 관람객도 큰 어려움 없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함께 열리는 부대행사 역시 알차다. 프랑스 파리에서 매년 열리는 유명 사진영상 행사 'Salon de la Photo'의 사진 경연대회(Les Zooms)에서 지난해 수상한 작품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한다. 이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Editor's Photo Award ZOOMS JAPAN' 행사도 진행한다. 이는 일본과 프랑스의 유력 사진 잡지 편집장이 직접 참여해 작품을 평가하는 사진 경연대회다.
CP+는 디지털 카메라만 전시하는 행사가 아니라 사진, 영상 산업을 아우르는 행사다. 이를 보여주듯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전시회도 함께 개최한다. '미래 영상 기술 체험'이라는 이름의 전시장에서는 8K 해상도의 콘텐츠를 시연한다. 고해상도 DSLR카메라를 통해 타임랩스* 기법으로 촬영한 콘텐츠다. 이와 함께 4K 상영관을 마련해 고해상도 동영상을 시연한다.
*타임랩스: 사용자가 지정한 간격으로 장시간, 지속적으로 사진을 자동 촬영해 이를 동영상으로 만든 콘텐츠다. 이 동영상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 꽃이 서서히 피어나는 모습, 새가 집을 짓는 모습, 유성우가 내리는 모습 등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일을 짧은 시간안에 보여줄 수 있다.
밸런타인 데이를 맞이한 특별 행사도 눈에 띈다. 우선 보도 사진 연맹(Magnum Photos)의 멤버 마틴 파르(Martin Parr)가 연인을 위한 사진 촬영 기법에 관해 강의한다. 이와 함께 CP+ 사무국에서 별도의 사진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2월 14일부터 15일까지 카메라를 지참하고 스튜디오를 방문한 연인을 위해 사진을 촬영해준다.
일본은 전세계 디지털카메라와 영상기기 산업을 이끄는 국가다. 즉 이번 행사는 전세계 카메라 시장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서 엿본 2015년 카메라 시장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특화'다. 이번 행사에 전시한 제품은 각각 독특한 기능이나 차별화한 성능을 통해 특정 사용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맞췄다. 예를 들면 캐논 EOS 5Ds는 5,06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통해, 디지털백 대신 DSLR 카메라가 필요한 스튜디오 사진작가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니콘 D810A는 이미지 센서의 적외선 투과율을 높여, 성운 등의 천체를 촬영하려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파나소닉 DCM-GF7은 셀카 촬영이 잦은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기능을 갖췄다.
사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은 디지털카메라보다 휴대성이 좋으면서 카메라적 성능 역시 준수하고,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사진을 손쉽게 공유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제조사가 특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스마트폰과는 차별화한 디지털카메라만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노려으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