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일용 기자] 대한민국을 윈도 천하로 만들어 다른 운영체제가 발붙이지 못하게 한 원흉.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액티브X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모두 액티브X 퇴출을 외치고 있으니 내년이면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윈도용 한컴오피스다. 정부와 공기업에 문서를 제출하려면 이 문서도구가 필요하다. 다른 운영체제용 한컴오피스가 없으니, 사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윈도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조차 옛말이 될 듯하다.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윈도 플랫폼으로부터의 탈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컴은 오늘(31일)인터넷만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문서도구(SaaS) '넷피스24(www.netffice24.com)'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넷피스24는 문서작성 웹앱 '씽크프리 웹오피스', 문서작성 응용 프로그램 '한컴오피스 2014 VP', 이미지 편집도구 '이지포토3 VP', 클라우드 저장소 '씽크프리 드라이브' 등을 월정액의 형태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씽크프리 웹오피스는 PC, 맥, 리눅스 컴퓨터, 크롬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아이폰 등 모든 스마트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서도구다. 인터넷에만 연결하면 따로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한글 문서(HWP)와 MS오피스 문서(DOCX, XLSX, PTTX)를 생성하고 편집할 수 있다. 단순히 문서작성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문서를 팀원 또는 타인과 공유하고, 함께 편집할 수 있다. 문서 생성, 편집뿐만 아니라 협업까지 강조한 것. 이를 바탕으로 한컴은 MS 오피스365, 구글독스, 네이버웍스, 쿠쿠닥스 등 다른 클라우드 문서도구와 경쟁할 계획이다.
한컴오피스 2014 VP는 윈도와 OS X에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문서작성도구다. 기존에 사용하던 문서작성도구의 뛰어난 기능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 현재는 윈도와 OS X용만 제공하고 있지만, 추후 리눅스용 응용 프로그램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지포토3 VP는 일반 사용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지 편집의 핵심 기능만 추려서 제공하는 이미지 편집도구다. 무료 이미지 편집도구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어, 개인 사용자 또는 일반 기업에서 사용하는데 적합하다.
씽크프리 드라이브는 씽크프리 웹오피스 또는 한컴오피스 2014 VP로 작성한 문서를 보관,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저장소다. 넷피스24 가입자에겐 10GB의 공간이 기본 제공된다.
윈도를 넘어 모든 플랫폼을 지원
넷피스24가 기존 한컴오피스보다 뛰어난 점은 뭘까. 가장 큰 장점은 '플랫폼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윈도, OS X, 크롬OS, 리눅스, 안드로이드, iOS 등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플랫폼에 맞춰 응용 프로그램(앱)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국내SW 업체 가운데 손꼽히는 규모라는 한컴조차 고작 윈도와 OS X만 지원했다. 이러한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클라우드 문서도구다. HTML5 웹 표준에 맞춰 개발된 클라우드 문서도구는 HTML5를 지원하는 최신 웹 브라우저만 설치되어 있으면 어떤 플랫폼에서든 실행할 수 있다.
넷피스24에 포함된 씽크프리 웹오피스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익스플로러11, 크롬, 파이어폭스 등 HTML5를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만 설치되어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문서를 작성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HTML5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구형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선 씽크프리 웹오피스를 실행할 수 없다. HTML5를 제대로 지원하는 최신 버전 오페라, 사파리, 크롬(OS X 버전)는 호환되지 않는 웹 브라우저라고 표지되지만 씽크프리 웹오피스 자체는 정상 실행된다.
(씽크프리 웹오피스는 기존 HWP를 편집할 수 있을 뿐, 새 HWP 문서를 생성할 수는 없다. 새로운 문서는 DOCX 형식으로 생성된다. HWP 문서 생성 기능은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또 다른 장점은 협업이다. 씽크프리 웹오피스로 작성한 문서는 클라우드 저장소에 자동 저장된다. 이를 타인과 공유하고, 함께 문서를 편집할 수 있다. 팀원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붙어서 일하는 것과 같은 업무 효율을 거둘 수 있다. 편집한 내역은 클라우드 저장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문서 작성 도중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직전으로 되돌리면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플랫폼으로부터의 독립과 협업은 넷피스24만의 장점이 아니란 것이다. 다른 클라우드 문서도구도 모두 갖추고 있다.
온/오프라인 문서도구를 함께 제공해 구글독스와 차별화
그렇다면 넷피스24가 다른 클라우드 문서도구와 비교해 갖는 강점은 뭘까.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문서작성 플랫폼이란 점이다. 구글독스, 네이버웍스 등 오직 웹앱만 제공하는 클라우드 문서도구는 인터넷 연결이 끊기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반면 넷피스24는 인터넷이 끊어져도 문서작성을 할 수 있도록 응용 프로그램 형태의 문서도구인 한컴오피스 2014 VP를 함께 제공한다.
한컴오피스 2014 VP는 웹앱보다 문서작성 기능이 월등하다. 기초적인 문서 작성/편집만 가능한 웹앱과 달리 다양한 서식과 차트를 넣을 수 있다. 오탈자 교정이나 변경 내역 추적 등 고급 기능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한 문서 작성과 협업은 씽크프리 웹오피스에서, 보고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고급 문서 작성은 한컴오피스 2014 VP에서 하라는 얘기다. 문서 보관은 씽크프리 드라이브에 하면 된다.
넷피스24는 언제나 가장 최신 버전의 한컴오피스를 제공한다. 지금은 한컴오피스 2014 VP를 제공하지만, 추후 새로운 한컴오피스가 출시되면 이에 맞춰 교체된다.
또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아이폰에서도 문서를 작성/편집할 수 있도록 한컴오피스 모바일도 함께 제공한다.
구축형 솔루션 제공으로 오피스365와 경쟁할 것
사실 이러한 넷피스24의 서비스 제공 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피스365를 통해 이미 선보인 바 있다.
한컴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오피스365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넷피스24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바로 넷피스24 솔루션을 기업 또는 관공서에 구축형(On-premise)으로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많은 기업이 구글독스, 오피스365 등 클라우드 문서도구를 도입했다. 하지만 구글독스, 오피스365는 회사 내부 서버에서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구글과 MS의 해외서버에서 실행된다. 기업의 비밀이 담긴 문서가 구글과 MS의 데이터센터속에 보관된다는 뜻이다.
영업 비밀이 담긴 문서를 다른 회사에게 맡겨놓자니 불안하다. 관공서도 같은 입장이다. 관공서와 공기업에 클라우드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다(물론 구글과 MS가 기업의 데이터를 훑어본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그렇다고 편리한 클라우드 문서도구를 도입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넷피스24는 이러한 클라우드 문서도구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한컴은 넷피스24가 한컴의 서버 대신 기업 또는 관공서의 서버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구축형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ERP, CRM 솔루션이 기업과 관공서의 서버에서 실행되는데, 클라우드 문서도구도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보안을 위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또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선택한 기업과 관공서를 중심으로 넷피스24를 보급해나가겠다는 것이 넷피스24 판매전략의 핵심이다.
한컴 관계자는 "국내와 유럽에선 기업의 서버에 일괄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방식에 대한 보안 우려가 크다"며, "넷피스24만의 고객맞춤형 서비스로 기업 고객을 공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서도구를 넘어 플랫폼으로
한컴은 넷피스24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먼저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국내외 기업들이 넷피스24를 연동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할 계획이다. 추후 문서자원 및 이미지 콘텐츠 거래를 위한 오픈마켓도 추가할 예정이다. 업무 생산성 향상과 협업 기능 강화를 위해 SNS서비스도 연계한다. 오피스365(오픈API, 야머), 어도비CC(비핸스, 포토리아)등 타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좋은 점을 중점적으로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개인 사용자는 넷피스24를 월 6,900원, 연 6만 9,000원에 구독할 수 있다. 기업과 학생 사용자의 요금은 아직 미정이다.
출시를 기념해 넷피스24를 오늘부터 향후 6개월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베타테스트 성격이 강하다. 자잘한 버그가 곳곳에 있다. 가입할 때 이메일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치명적인 버그도 눈에 띈다(타인의 이메일 주소로도 가입할 수 있다는 뜻.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빠른 출시를 위해 QA를 소홀히 한 느낌.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6개월 후에는 완성된 서비스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