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일용 기자]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최성현(32)주임. 출근길 비좁은 만원 지하철속에서 그의 유일한 낙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해외의 웃긴 동영상을 보는 것이다. 오전 회의시간에 보고서 똑바로 써서 올리라는 차장의 질책을 받고 마음이 상했지만 새로운 대세라는 '벤츠녀'가 웃는 사진을 보고 다시 힘을 얻었다. 입사동기의 대리 진급을 축하하는 저녁 모임에서 여전히 주임에 머무르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생각나 서글퍼졌지만,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직장 생활을 견뎌내는 23가지 방법'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침대에 누워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의 근황을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준 후 잠에 들었다.
최 주임의 일상이지만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은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동영상 서비스가 매섭게 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우리 일상에 사진과 소식을 전달해 주듯이 동영상도 전달해주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9일 역삼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페이스북 동영상 서비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공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페이스북 동영상이 커머셜(기업)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동영상 서비스 구글 유튜브를 뛰어넘는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보유한 동영상 개수와 일반 사용자가 올리는 동영상수는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매달 올라오는 기업의 동영상 개수는 이제 페이스북이 더 많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소셜베이커스의 작년 한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달 동안 유튜브에 올라오는 기업 동영상 개수는 월 10만 건에서 월 5만 건 내외로 떨어진 반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기업 동영상 개수는 월 4만 건에서 월 8만 건 내외로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기업 동영상 수가 유튜브를 최초로 앞지르는데 성공했고, 현재 그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소셜베이커스의 분석이다.
<페이스북 동영상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설명하고 있는 페이스북코리아 조용범 지사장>
이렇게 기업 시장에서 페이스북 동영상이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일단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동영상을 본 후 좋아요를 누르는 사용자는 66%, 댓글을 읽거나 쓰는 사람은 6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자들과 소통하길 원하는 기업 담당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동영상 자동 재생 기능도 한몫했다. 다른 서비스는 동영상을 보기 위해 링크를 누르거나 재생 버튼을 눌러야 한다. 번거롭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가 동영상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해당 동영상을 보는 순간 동영상이 자동 재생된다. 때문에 동영상 노출 빈도가 다른 동영상 서비스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 매력을 느껴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홍보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는 것.
페이스북코리아 이주원 마케팅 사이언스 팀장은 "링크를 눌러야 보이는 것과 동영상이 바로 재생되는 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전혀 다르게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동영상 자동 재생이 사용자들의 동영상 시청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영상 자동 재생 기능을 뒤받침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지속적으로 서버를 증설해, 버퍼링 없는 안정적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작년 한해 페이스북을 강타한 '아이스버켓챌린지(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기부 운동)'가 주효했다. 아이스버켓챌린지를 통해 페이스북에만 1,700만 개 이상의 동영상이 올라왔고, 이 동영상을 4억 4,000만 명의 사용자가 100억 회 이상 시청했다는 것. 아이스버켓챌린지가 페이스북은 사진, 글 뿐만 아니라 동영상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기업들에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얘기다.
일반 사용자에게도 유튜브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가는 동영상 플랫폼이란 점을 확고히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공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에는 매달 1억 건 이상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전년대비 175% 늘어난 수치다. 뉴스피드에 노출되는 동영상의 개수 역시 3.6배 증가했다. 하루 30억 회의 동영상 재생이 이뤄지고 있고, 전체 페이스북 사용자 가운데 65%가 모바일 기기에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동영상을 언제 보나요? 출퇴근, 자기전, 모임중, TV 시청 도중...
페이스북 동영상 서비스의 약진은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페이스북코리아 박현석 이사는 "한국은 디지털 동영상 수용도가 95.9%에 달해 세계에서 디지털 동영상을 가장 많이 시정하는 나라인 만큼(이마케터 조사 기준)심혈을 기울여 분석/공략하고 있다"며, "국내 모바일 기기 사용자수(3,339만 명)가 PC 사용자수(3,294만 명)를 추월한 만큼 모바일을 통한 페이스북 동영상 서비스 제공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의 페이스북 월 실제 사용자(한 달에 한 번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실제 활동 인원)는 1,40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모바일로 접속하는 인원은 1,300명(93%)에 달한다. 또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 페이스북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용자는 1,000만 명이 넘는다. 페이스북 동영상은 주로 출퇴근 시간, 직장 근무 시간, 취침 시간, 모임도중, TV 시청 도중 소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75% 이상의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영상을 찾기 보다는 지인이 올린 사진, 글을 보다가 동영상을 함께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주원 팀장은 "페이스북에서 인기있는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용자들이 틈틈히 감상할 수 있는 '짧고 인상적인' 동영상이 인기를 끌었다"며, "어떻게 해야 기업이 사용자들에게 동영상을 더욱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