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전화나 문자 등 알림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벨소리와 진동. 무음인 상태에서 진동까지 끄고 불빛만으로 확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위 두 가지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벨소리와 진동에 자신만의 개성을 담는다. 유명 가수의 노래를 벨소리로 등록하기로 하고, 문자 및 알림 메시지도 재미있는 목소리 등을 담아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진동만큼은 대부분 그대로 사용한다. 가끔 남들과 다른 진동으로 전화나 문자 등을 개인화해 사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진동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특히,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 시계, 웨어러블 밴드 등 사용자 피부에 맞닿아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에 여러 가지 진동으로 각 상황별 알림을 별도로 확인할 수만 있다면 어떨까.
2015년 5월 21일, 이머전(Immersion, www.immersion.com)이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기사간담회를 열고, 자사가 보유한 '햅틱' 기술을 소개했다. 햅틱은 터치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사용자가 사용하는 다양한 기기에 동작과 터치 피드백(진동)등을 담아 촉각 효과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상황에 따라 여러 진동을 사용자가 느낄 수 있도록 반응하는 기술. 제조사는 이 햅틱 기술을 통해 기기와 사용자가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타 제조사와 다른 맞춤형 촉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햅틱, 촉각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
이머전코리아의 명종옥 지사장이 먼저 나섰다. 그는 "스마트 시계나 웨어러블 밴드 등 손목에 착용하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는 굳이 매번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상황에 있던 진동이나 소리를 통해 알림 메시지가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머전은 이 진동에 여러 감성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라며, "이머전이라는 회사명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이머전이 보유한 햅틱 기술은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납품하고 있으며, 실제 여러 제품에 탑재되어 국내외 사용자가 사용 중이다.앞으로 이머전은 사용자에게 모바일 기기 및 웨어러블 기기에서 1~2년 내 보다 가치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서 이머전의 사용자 경험 부문 총괄 크리스 울리히(Chris Ullrich)부사장이 나섰다. 참고로 그는 2000년 이머전에 입사해 신기술 개발 및 시장 진출을 담당했으며, 3D 소프트웨어 리서치 및 개발, 메디컬 시뮬레이션 엔지니어링 팀 총광, 차세대 외과용 의료기구 디자인 및 개발 등을 주도했다. 또한, 인간 컴퓨터 인터페이스, 가상현실, 알고리즘, 유저 인터페이스, 터치 앱 분야에서 미국 내 40개 이상 특허를 등록했으며, 80개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그는 "이머전의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오늘날 모바일 기기 및 웨어러블 기기에는 고품질의 모터를 탑재한다. 이를 통해 햅틱 기술을 보다 세밀하고,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다. 이미 65%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매일 촉각 피드백(진동)을 통해 메시지, 알림 등을 확인한다"라며, "이머전의 기술은 콘솔 게임기의 패드, 휴대폰, 태블릿PC 등 약 15억 개 이상의 기기에 탑재되어 있다. 단순히 촉각 피드백을 전달하는 기능이 아닌 모바일에 맞춘 사용자 경험에 깊이를 더하고자 노력 중이다"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햅틱 기술은 여러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햅틱 기술을 지원하는 게임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는데, 상위 10개 게임이 햅틱 기술을 사용 중이다. 앵그리버드, 닌자 히어로, 피싱마스터: 시즌 3 등이 대표적이다. 이머전은 제조사에게 2가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터치센스 코어(TouchSense Core, 이하 코어)와 터치센스 인게이지(TouchSense Engage, 이하 인게이지)다. 코어는 모바일 기기와 웨어러블 기기에 고품질의 촉각 경험을 전달하는 기술이며, 인게이지는 동영상이나 채팅, 광고, 게임 등에 촉각 효과를 통합 구현하는 기술이다."
새롭게 개선된 이머전의 코어 솔루션은 '직관적인 알림 프레임워크(Instinctive Alerts Framework)'에 추가된 솔루션이다. 이머전은 햅틱 기술이 어떻게 사용자에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연구했으며, 본질적으로 사용자가 몸에 착용하고 있다는 웨어러블의 특징에 착안해 이에 맞는 촉각 경험을 제공하고 보다 직관적이고 거침없는 사용자 경험을 선사한다고 전했다.
더이상 지겨운 알림은 필요없다
이어서 그는 햅틱 기술을 통해 웨어러블 기기도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햅틱을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 태블릿PC처럼 모바일 시장에서 주요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크게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스마트 시계, 스포츠 시계, 피트니스 밴드, 스포츠 밴드다. 이 중 스마트 시계는 사용자와 하루에 약 200회 이상 상호작용한다. 쉽게 말해, 진동이나 소리 등으로 하루에 약 200번 정도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중 74%는 '알림' 메시지다. 문제는 알림이 단순 반복에 그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용자가 알림을 귀찮다고 여긴다. 우선 순위가 낮은 알림들은 되려 집중력만 떨어뜨릴 뿐이고, 정작 중요한 알림은 놓칠 수도 있다. 이건 중요한 시사점이다.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한 알림은 의미도 없고, 필요도 없다. 이머전의 생각은 다르다.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는 아니,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에게 보다 의미있는 알림을 전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감성까지 담아 의미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햅틱 터치센스 코어는 웨어러블 기기에 새로운 촉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알림을 재정의하고 싶다. 직관적이고, 소통할 수 있으며,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관적인 알림은 두 가지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연 이 알림이 내게 중요한 것인가?'라는 맥락(Context)의 관점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과 이 알림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집중(Attention)의 관점이다. 이머전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생각한 알림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목표는 사용자가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할 때, 알림에 대한 분류 체계를 바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문자 메시지인지, 일정 알림인지, 배터리가 떨어졌다는 것인지, 전화가 온 것인지 등을 촉각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촉각 효과의 강도와 길이 등을 이용해 이를 구현할 수 있다. 일종의 리듬이다. 실제 사용자들은 인지 학습 능력을 통해 액 40~70가지의 알림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을 학습할 필요도 없고, 몇 번의 사례를 통해 반복해 이용하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햅틱,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악수
이어서 그는 햅틱을 통해 감정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감정을 주고 받을 때 촉각은 중요한 수단이다. 감정을 담는 것은 사람들이 소통하는데 필요한 가장 보편적이고 직관적인 방법 중 하나다. 특히, 다양한 감각을 통한 전달은 항상 효과적이고 설득력도 높다"라며, "소셜미디어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감정 표현을 창조했다. 이모티콘, 스티커 등이 대표적이다. '^^'나 'ㅠ_ㅠ' 등과 같은 특수문자도 마찬가지다. 햅틱을 여기에 적용할 수 있다. 이모티콘이나 스티커에 햅틱을 적용하면 촉각을 통해 감정을 보다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다"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 움직이는 스티커와 함께 상황에 맞는 진동을 느낄 수 있다 >
"일반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다. 원격으로 터치할 수도 있다. 만약 웨어러블 기기 화면에 그림을 그려서 보내면, 상대방의 웨어러블 기기 화면에 그림이 나타나면서 촉각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촉각을 통해 감정적으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글쎄. 21세기의 악수는 이렇게 변화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그는 "이머전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감성을 다시 도입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는 20년 이상 햅틱 기술을 소비자 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지금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분석한다. 여러 운영체제와 호환되는 유연한 구조를 지녔으며, 기술 통합을 위해 이머전의 전문 기술과 지원을 제공한다. OEM과 함께 일하며, 그들이 원하는 맞춤화된 촉각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라며, "햅틱이 가미되면 웨어러블에 새로운 경험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새로운 기기에 대한 재학습 속도를 촉진하는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기능적이고 일관성 있는 촉각 경험을 창조할 수 있다. 햅틱은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사용자들의 생각을 바꿀 것이다. 소리가 나지 않아도 직관적인 진동 알람 보다 높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터치와 진동을 통해 보다 감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크리스 울리히 부사장과 몇 가지 대화를 나눴다. 그는 "햅틱은 이미 과거부터 사용되어 온 기술이며,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함께 영역을 넓힌 것"이라며,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길 때도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촉각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 콘솔의 게임 패드, 조이스틱 등을 생각하면 된다. 삼성, LG 이외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샤오미, 화웨이, 모토로라, 쿄세라, 메이주 등 많은 곳과 업무를 제휴하고 있다. 앞으로 이머전의 햅틱 솔루션을 알리려고 한다. 많은 곳과 좋은 경험을 쌓아 나가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