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명관 기자]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전세계 애플 스토어 앞에는 항상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된다. 신제품을 누구보다 먼저 구매하기 위한 대기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고 있는 것.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애플 전문 매장인 명동 프리스비 앞을 비롯해, 여러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많은 사람이 대기한다. 혹자들은 '대체 왜?'라며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구매자들에게 대기하고 있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똑같이 답변한다.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그저 빨리 손에 쥐기 위함이라고.
< 지난 2014년 10월 31일, 아이폰6와 6+ 출시 당시의 모습 >
아이폰6s와 아이폰6s 플러스의 출시를 하루 앞둔 오늘,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에 재미있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명동 프리스비 앞에 제품 구매를 위해 대기자가 등장했다는 것. 매년 애플 신제품 국내 출시일에 맞춰 프리스비를 찾았지만, 전날 아침 일찍부터 대기자가 나타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에 회사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렸다. 궁금했다. 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24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리려고 하는 것일까.
"남자는 핑크 아닌가요"
명동 프리스비 앞에 도착하니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먼저 명함을 건네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장소를 옮겨서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곳을 떠나면 언제 다른 대기자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 아닌가. 서로 암묵간의 협의 끝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마 국내 1호 아이폰6s 구매자가 확실한 그의 이름은 오 원택. 집은 홍대 근처로 그리 멀지 않았다. 작은 잡지사에서 컨텐츠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오전 8시 30분쯤 도착했단다. 혹시 다른 제품 출시 때도 이렇게 기다린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의외였다. 처음이라는 것. 기자라고 밝힌 순간부터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은 확실히 평범한 일반인임이 분명했다.
그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궁금했다. 아이폰 사용자였냐는 질문에 그는 주머니 속에서 쿼티 자판이 달려 있는 작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정체는 블랙베리 Q10. 아이폰3Gs 이후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가 블랙베리를 주로 사용했단다. 당연히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했던 기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아이폰 이외에는 애플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며, 맥과 맥북,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를 사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구매할 예정인 제품은 아이폰6s 64GB 로즈골드. 색상 선택에 대해 묻자 그는 "아직 실물을 보지 못했지만, 남자는 핑크라고 생각한다"라며, "색감이 마음에 들고, 전체적인 디자인이 예뻤다. 그리고 애플이 아이폰 중 새롭게 추가한 색상이라 관심이 생겼다"라고 웃었다.
이어서 색상과 디자인 이외에 기능적으로 아이폰6s를 구매하려는 이유에 대해 묻자 "여자 친구가 왜 자기 사진을 자주 찍지 않느냐며,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질문했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블랙베리로 찍은 사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을 뿐인데"라며, "얼마 전, 여자친구가 아이폰6로 바꿨다. 확실히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 괜찮더라. 그래서 결심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커플폰으로 하자는 약속도 했고…"라고 대답했다.
불현듯 오늘 아침 일찍부터 어떻게 기다릴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회사에 연차를 내고 기다리는 중이다. 내일 구매하고 나면 바로 출근할 예정이다. 여기서 기다린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다. '미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웃음)"라며, "그냥 정말 사고 싶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애플의 높은 고객 충성도
고객 충성도라는 말이 있다. 고객 충성도란, 소비자가 해당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구매하는 비율을 뜻하며, 고객 유지율이라고도 말한다. 애플의 고객 충성도는 매번 조사할 때마다 90%에 육박할 정도로 높게 나타난다. 사실상 이러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한 기업은 애플이 유일하다. 어쩌면 애플이 보유한 진정한 '기술'은 이처럼 높은 고객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그와는 내일 아침 다시 명동 프리스비 앞에서 만날 것이 분명하다. 글쎄. 더 이상 어떤 말을 더하고 싶지는 않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