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이 모여 자사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비즈니스 교류를 확대하는 자리가 열렸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패스트트랙아시아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초청해 개발, 영업, 마케팅, 기획 전략을 공유하는 'FAST 컨퍼런스(FAST Conference)'를 디캠프(D.Camp)에서 4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스타트업들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펼치고, 각 분야별로 스타트업 운영에 필요한 지식을 나눴다. 또한 스타트업 종사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활발히 교류하는 'D 파티(D. Party)'도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개발&엔지니어 파헤치기', '영업, 맨땅에 헤딩하지 말자', '마케팅&홍보, 부족한 환경에서 추진하기', '기획,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만들기' 등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각 주제별로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패널로 참여해, 박지웅 대표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발&엔지니어 파헤치기 세션에는 케이크워크 박상현 CTO, 에스이웍스(SEWorks)홍민표 대표, 프로그램스 박태훈 대표, 멋쟁이 사자처럼 이덕희 대표, 비테이브랩 용현택 CTO가 패널로 참여했다.
다음은 질의응답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Q. 스타트업에서 좋은 개발자를 정의한다면?
용현택 CTO: 대기업에서 일하면 한 분야만 담당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프로그래밍, 리터치, 시스템 어드민 작업 등을 모두 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 좋은 개발자라고 본다.
박태훈 대표: 무엇이든 해결하고자 하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좋은 개발자다.
박상현 CTO: 스타트업은 작게 시작한다. 따라서 이 동네가 어떤지 알고 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스타트업에서 좋은 개발자란 이미 다른 곳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많은 연봉을 바라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스타트업에 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이 좋은 개발자가 아닐까.
Q. 사람을 뽑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개발자를 어떻게 뽑아야 하나?
박상현 CTO: 아직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다만, 지원자 한 명 한 명에게 기업과 해야 할 일을 자세히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혹 스타트업들이 내는 구인 공고를 보면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그리 거창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진솔하게 다가가는 게 필요하다.
홍민표 대표: 에스이웍스의 경우, 응용 부분보다는 기본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개발자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해커 그룹에서 일부 과정을 거쳐야만 입사할 수 있도록 인사 체계를 마련했다.
이두희 대표: 스타트업은 모두 다른 사업을 하는 만큼, 어떤 기업에서 좋은 개발자가 다른 기업에서는 좋지 않은 개발자일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요소가 2가지가 있다. 첫째는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 능력이다. 들째는 기획자나 마케터가 보지 못하는 포인트를 캐치해 내는 능력이다. 이 2가지를 가진 인재를 뽑는다면 좋겠다. 물론 이런 인재를 뽑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학교에 가면 유능한 인재가 많은데, 그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올 수 있도록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잘 알려주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용현택 CTO: 공감한다.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라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평소 후배들에게 믿음을 주는 모습을 보이면, 향후 창업한 뒤 좋은 개발자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두희 대표: 동아리가 회사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으니 학교 네트워크를 잘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박태훈 대표: 군대에도 유능한 인재를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설득이다. 이 때 윈윈 제안을 해야 한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것이 당신의 커리어와 실력에 도움이 된다고 제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솔깃할 만한 제안을 하려면 회사 내에 부족한 점이 없어야 한다. 탄탄한 팀워크나 회사의 비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좋은 개발자의 공통점은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기질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타쿠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걸 회사 차원에서 장려해야 좋은 인재를 잡을 수 있다(웃음).
Q. 현업에서 개발자와 마케터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주된 이유는 무엇이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용현택 CTO: 사실 비테이브랩은 별로 싸우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웃음).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직장 생활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것이 동료 간의 팀워크 아닌가. 개발자나 마케터는 서로 하는 일이 다르니, 상대방의 일이 쉬울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걸 왜 못해’라는 말을 들으면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자. 또한 상대방이 열심히 준비한 것을 보고 단칼에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맞춰나가는 것이 좋겠다. 농담을 섞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이두희 대표: 일을 하다 보면 자주 다투게 된다. 해결 방법은 서로의 영역을 공부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의 노고에 대해 깨닫는다. 마케터에게 개발 교육을 시키면 저절로 불만이 줄어들고, 개발자에게 마케팅을 시키면 저절로 죄송하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웃음).
박태훈 대표: 프로그램스는 토론을 많이 한다. 한 번은 9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때 내린 결론은 '개발자와 개발자가 아닌 사람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만큼이나 다르다'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똑같은 말을 해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서로를 이해한다는 밑밥을 깔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맡은 일을 서로 잘 해야 갈등이 줄어든다. 상대방이 저렇게 열심히 하니 내가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홍민표 대표: 보안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마케터와 의견 충돌을 할 일이 별로 없다. 다만, 문제점에 대한 개념 정리를 잘 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본다.
박상현 CTO: 회사에서 갈등이 생긴다면 개인적인 차원보다는 조직적인 차원에서 불균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프로세스, 일정, 업무 범위로 개발자와 마케터가 다툴 수 있다. 따라서 회사 차원에서 어떤 부분을 개선할지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회사 개발 환경은 어떠한가?
용현택 CTO: 통상적으로 개발에 집중하는 시간이 약 15분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다. 따라서 회의가 있거나 방해를 많이 받는 환경에 있으면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그래서 비테이브랩은 2시간에 3번씩 집중 근무 시간을 갖고 서로 방해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됐고,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할 필요도 줄었다. 또한, 개발자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회사도 성장한다. 이에 매주 스터디 를 하고 있다.
박태훈 대표: 처음 창업을 할 때, 똑똑한 개발자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신경을 많이 썼다. 프로그램스는 아예 출퇴근이 없다. 원하는 곳에서 마음대로 일하게 한다. 사람만 잘 뽑는다면 출퇴근 시간이나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개발 장비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홍민표 대표: 온라인 협업 툴인 '트렐로(Trello)'를 사용한다. 개발자가 갑자기 아프거나 그만 두더라도 다른 사람이 업무를 추적해서 할 수 있다. 또한 윈도 애저로 업무 환경을 구축해 협업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박상현 CTO: 케이크워크는 기존의 유통 부문을 바꾸는 사업을 하고 있어서, 개발 영역이 다른 회사와는 조금 다르다. 케이크워크에서 개발의 목표는 영업을 지원하거나 유통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일 자체의 비효율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