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이문규 기자] 독서의 중요함은 동서고금, 남녀노소, 지위여하를 떠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식 함양은 물론 올바른 가치관 형성과 이성적/논리적 판단력 배양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런 기틀이 다져지는 초등학생에게는 더욱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학 능력도 독서의 영향 범위에 있다. 교육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어원서를 꾸준히 읽으면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언어인지력과 원문독해력이 강화된다. 주입식/암기식 영어교육이 아니라 능동적/자율적 영어활용 습관이 중요한 때다.
이에 따라 일선 초중고등학교 중 이른 바 '혁신학교' 또는 '영어특성화 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시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영어교육 및 원서독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얼마 전에 소개한 '르네상스러닝'이 대표적인 영어원서 독서지도 프로그램이다. 20여 년간 수집한 미국 현지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독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그 기준에 따라 여러 나라 학생 대상의 영어원서 독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경기 성남 분당에 위치한 수내초등학교는 성남교육청이 지정한 영어활성화 학교로, 5년 전부터 교내에 영어원서 독서방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입과 강요가 아니라 '이런 책을 이렇게 읽는 게 좋다'는 제시와 유도를 텅헤 학생과 학부모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수내 초등학교의 독서지도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겼다. 방과 후 학생들이 모여 있는 영어독서방을 찾았다.
영어원서 독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5년 전 성남교육청에서 관내 초등학교 대상으로 '글로벌 인재 양성' 캠페인을 추진하면서 영어독서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다. 당시 본교에는 영어문화권에서 거주했던 학생들이 다수 입학(전학)하면서, 그들의 어학 능력을 유지하면서 관내 학생들의 어학 습관을 갖게끔 하는 시도가 필요했다. 특히 본교가 도입한 르네상스러닝의 경우 이미 영어문화권 학생들이 현지 학교에서 사용하던 독서 프로그램이라 교내 도입이 훨씬 유연했다. 교장선생님 주도 하에 2010년에 영어독서방을 개설했고, 2011년에 르네상스러닝 등의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최종 도입됐다.
지도 대상 학생은 따로 정해지나? 1학년 학생도 가능한가?신청 학생만을 대상으로 지도하며, 학기 초에 가정통신문을 통해 영어독서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부모들에게 전달한다. 전 학년 학생이 해당된다. 학부모 대상으로 독서지도 프로그램에 관한 설명회 등도 (비정기적이긴 하지만)열어 이해를 돕고 있다. 현재 약 400여 명의 학생들이 신청, 활용하고 있다(전교생 1,300여 명). 신청 학생이라도 학습 내역이나 실적 등이 전무하거나 대단히 저조하면, 다른 신청 학생으로 교체하며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독서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럼 따로 학부모에게 따로 교육비가 부과되는 건가?정규 교과 외 교육이기에 약간의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학교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본교는 '사교육 없는 학교'의 목표에 따라 전액 본교 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도 신청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물론 대단히 좋다. 도입 전 학부모들의 추천도 있었다.
지도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개중에는 독서를 싫어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을 텐데?이런 독서지도 프로그램은 완전한 자기주도형 학습이기에, 학생 자신이 스스로 수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교사들 역시 이들에게 별다른 강요는 하지 않는다. 다만 프로그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은 지도교사가 곁에서 도와주고 있다. 원서를 충분히 읽고 이해한 다음, PC를 통해 원서내용 이해도를 검증하는 단계(일종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주로 이에 대한 지도다. 고학년은 대개 학원을 가야 하기에 1~3학년 저학년 학생들이 많다. 한편 원서독서에 큰 흥미를 갖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독서를 좋아할 수 있을 또 다른 관심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현재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원서 수는 얼마나 되나?영어독서방과 영어도서관 등을 포함해 원서만 2만 권이 넘는다. 원서는 영어도서관을 통해서만 대여할 수 있는데, 학생들은 대여보다는 영어독서방에서 책을 읽고 PC로 테스트를 수행하는 걸 좋아한다. 원서독서 프로그램이 특색 교육사업이라 장서 확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중에 가장 많은 원서를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2만 권의 대부분은 르네상스러닝 프로그램과 연계된 원서다.
하루 독서지도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나?일과 수업이 끝나면 오후 1시 반부터 영어독서방 운영이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한 시간동안은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어떠한 교육과정이 있는 건 아니고, 학생들이 독서방에 와서 원하는 책을 읽고 PC로 테스트를 수행한다. 더러는 한글자막 없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더러는 서로 책 내용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지도교사는 그저 그들의 이러한 독서 활동을 묵묵히 지켜보는 역할만 한다. 영어독서방에 오지 못하는 학생은 원서를 대여해 집에서 읽고 집 PC를 통해 테스트를 수행하면 된다. 참고로 본교에는 교육용 PC 40대(데스크탑)가 있다.
독서 실적이나 테스트 성적이 좋은 학생은 별도의 포상을 하고 있나?특정 독서지도 프로그램과 상관 없이, 독서 후 혹은 테스트 후 포인트가 누적되는데, 매월 이 누적 포인트를 토대로 학생들에게 상장이나 인증서 혹은 작은 상품을 주며 독서를 칭찬, 독려하고 있다. 상품은 주로 간단한 학용품 등이지만, 학생들에게는 큰 자부심이 된다. 아울러 신청 학생에게는 본교 자체의 '영어독서통장'을 만들어 주어, 자신의 독서 활동을 '저축'하도록 하고 있다.
원서독서를 접한 학생들의 어학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던가? 1~2년 혹은 2~3년 원서를 읽는다 해서 학생 모두의 영어실력이 현저하게 향상된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영어원서를 자주 접함으로써 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공포감을 떨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독서 이외에 PC를 활용해 사진이나 영상 등도 참고하기에 더욱 그렇다. 본교는 영어실력 향상보다는 독서습관 배양을 위해 원서독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 독서 대상을 영어원서로 택했을 뿐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독서를 좋아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럼 영어원서가 아니더라도 한글서 독서를 권장, 독려하는 지도 프로그램이 있나?현재 각 학년 학급마다 '북클럽'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독서습관을 기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담임교사 지도 하에 북클럽을 통해 '릴레이독서'나 '독서토론부' 등의 자발적 독서활동을 하도록 돕는다. 학생들이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고 관련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어 교과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교사 입장에서 영어원서 독서가 교육계에서 예전보다 중요도가 높아진 것 같나?영어독서는 물론이고 독서 자체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도와 중요도가 예전보다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여가활용이나 학생 개인 취미 정도로 인식되던 독서에 대해 교육당국이나 학교, 학원 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추세다. 영어독서가 교육 지표로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학생들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글 독서에 비해 접근성과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학생의 읽기 수준을 측정해서 그에 맞는 원서를 제안하는 르네상스러닝 프로그램은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끝으로, 교사가 생각하는 초등학생 영어교육, 무엇이 중요한가?독서는 사고력과 논리력, 분석력을 길러주는 중요한 습관이라 어떤 교과가 됐든 책을 자주 읽는 게 중요하다. 물론 학생 스스로 찾아 읽는 습관이어야 한다. 학교든 가정이든 학생이 그런 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원서독서 환경이 좋은 사례다. 각 학생의 읽기 수준을 진단해 그에 적합한 원서를 제시하고, 독서 후 원문 이해도를 평가해 지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초등 영어교육에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