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들에게 있어 델(Dell)은 XPS, 인스피론 등의 노트북과 데스크탑PC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업용 컴퓨터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지난 해 조사에서 북미 지역에서 쓰인X86 서버(PC기반 CPU를 장착한 서버)의 35% 이상이 '델 파워엣지'로 나타났을 정도다.
이런 델이 2013년부터 기업용 컴퓨터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것 같다. 2013년 3월 27일, 델 코리아(델 한국지사)가 취재진을 대상으로 기업용 솔루션인 '델 프리시전(Precision)' 브랜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델 프리시전은 기업용 솔루션 중에서도 고급형에 속하며, 워크스테이션 제품군이 대표적이다.
워크스테이션이라면 엔지니어링 및 설계 분야 종사자 입장에서 눈이 번뜩일 제품이다. 과거 워크스테이션은 RISC(CPU-중앙처리장치 안의 명령어를 최소로 줄여 단순하게 만든 프로세서)칩과 유닉스 OS(운영체제)등을 쓰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특수용도에만 쓰이는 제한적인 제품이었고, 대중에겐 먼 개념이었다. 이후, 그래픽 작업이 강조되고 실리콘 그래픽스(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고성능 계산 솔루션을 제조하는 회사)계열 제품들처럼 슈퍼컴퓨터 영역 솔루션을 쓰는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워크스테이션은 대중에게서 더 멀어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전과 다소 다른 개념의 워크스테이션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신개념 워크스테이션은 인텔 프로세서와 MS 윈도계열 OS, 그리고 엔비디아 및 AMD 그래픽카드를 탑재하는 등 과거 워크스테이션에 비해 훨씬 범용적인 제품이 됐다. 연산, 설계, 그래픽 작업 등 특수용도로 쓰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이렇게 기본적인 구조가 PC와 유사해진 제품의 보급이 증가하면서 워크스테이션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도 달라졌다.
이날 델이 소개한 신형 워크스테이션도 이런 추세를 따르고 있다. 인텔 프로세서에 MS OS를 탑재한 델의 신형 워크스테이션 제품은 타워형, 노트북(모바일 워크스테이션)형, 2U 랙형 등 다양한 형태를 갖췄다.
특히 타워형 제품들은 ECC메모리(데이터 입력 과정에서 오류가발생해도 역산 기능으로 오류를 찾아내 수정할 수 있는 램)를 씀으로써, 나름의 차별화를 더했다. 이는 RMT(Reliable Memory Technlogy)기술처럼 메모리에서 오류가 생긴 부분을 격리시키고 정상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타워형 제품들 중 최상위모델 T7600의 외관이 눈에 띄었다. 특히 저장장치 베이(PC 본체에 저장장치를 내장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가 가장 이색적이었는데, 전면에 있는 베이를 뽑아 저장장치를 교체하거나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하 모델들은 옆 부분의 패널을 열어 교체할 수 있는 구조다. 저장장치 도난 방지를 위한 잠금장치도 내장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다음으로, 델 워크스테이션 랙형 R5500이 있다. 보안위협에 직면한 기업들은 사용자가 정보를 빼낼 수 있는 모든 물리적인 장치를 배제한 사무환경을 요구했고, 이러한 사무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 워크스테이션 랙형 R5500이다. R5500은 프로세서 전원을 가상화 기계(제로 클라이언트 등)로 나눠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업은 워크스테이션을 중앙 전산실에 설치하고, 사용자는 책상 위에 제로 클라이언트만 설치하면 된다. 이 클라이언트에 모니터, 키보드 등 입출력장치만 연결해 사용하면 되는데, 네트워크 연결상태만 좋다면 전세계 어디에서도 워크스테이션에 접근해 쓸 수 있다. 쉽게 말해, 중앙 집중식 데이터를 사용해 원격으로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워크스테이션15인치(M4700)와 17인치(M6700)모델 두 가지가 소개되었다. 두 제품은 기본적으로 노트북처럼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나, 그 사양은 타워형 워크스테이션과 맞먹는다. 게다가, 3D 입체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화면을 옵션으로 지원하고, 9셀 배터리와 엔비디아 옵티머스(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엔비디아 GPU나 인텔 내장 그래픽을 자동 선택함으로써 배터리 지속시간을 최적으로 유지하면서 최상의 성능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를 함께 사용할 경우, 배터리 사용 시간이 최대 20시간에 달한다는 것도 주목 할 만하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이 날 행사를 진행한 델 관계자들이 은근히 많이 언급한 것 중 하나가 바로 ISV 인증 여부다. 이는 해당 제품이 다수의 주요 소프트웨어(오토캐드, 카티아 등)개발사들로부터 호환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델은 자사의 타워형/모바일/랙 워크스테이션 제품군 모두 ISV 인증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이렇게 다수의 ISV 인증을 받은 업체는 델, 그리고 HP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HP다. 2위 업체인 델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델의 이러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글 / IT동아 윤리연(yoolii@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