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미래를 그린 SF 영화나 만화를 보면 거의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로봇’이다. 거의 인간과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똑똑하고 다재 다능해서 온갖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낸다.
다만, 2016년 현재 상황에서 저런 똑똑한 로봇은 구현할 수 없다. 다만 가능성만큼은 분명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건 역시 올해 3월에 열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일 것이다. 알파고의 압도적인 실력에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가 급상승했다.
다만, 가능성만으로는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 사람과 직접 대화하며 실제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용적인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면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절실한 건 최대한 많은 데이터베이스(DB)의 구축인데, 이를 위해선 정말로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든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이하 SKT)이 살짝 변칙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바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을 참여시켜 자연스럽게 방대한 DB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서 제시한 것이 바로 누구(NUGU) 서비스다. 21일, SKT는 서울 이태원의 스트라디움에서 행사를 열고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NUGU)의 출시를 알렸다.
블루투스 스피커 + LED 조명 속에 담긴 인공지능
이날 행사에서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디바이스인 ‘NUGU’가 선을 보였다. NUGU는 높이 9.4cm 남짓의 원통형 디바이스로, 기본적으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및 LED 조명 액세서리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제품 가격은 9만 9,000원이다. 오디오 전문 제조사인 아이리버의 아스텔앤컨 기술이 탑재되어 있어 고음질을 기대할 수 있다. 내장된 와이파이 기능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에선 클라우드에 기반한 음성 인식 기능을 쓸 수 있다. 초기 상태에선 '노래 틀어', '조명 켜', '내일의 날씨는 어때?'등의 간단한 지시 및 대화가 가능하다.
이렇게 단순한 블루투스 스피커나 LED 액세서리로 쓰더라도 쓸 만하겠지만 사실 이 제품의 진정한 목적은 음성인식 DB의 구축이다. 최대한 많은 사용자가 NUGU와 대화를 하도록 하여 방대한 음성 DB를 수집, 클라우드 상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 초기에는 아주 단순한 음성 명령밖에 수행하지 못하겠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한층 복잡하고 다양한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SKT는 강조했다. 이를테면 '재미있는 동화 들려줘',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재즈 음악은 뭐지?' 등의 수준 높은 지시를 수행하거나 사용자와 농담을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SKT는 밝혔다.
AI 키우는 프로젝트, '누구나 주식회사'
한편 SKT는 누구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인 '누구나 주식회사'도 발표했다. 진짜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계의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누구 서비스 발전을 위해 참여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누구나 주식회사의 가상 CEO는 서울대 출신의 유명 해커인 이두희씨가 맡았으며 그 외에도 카이스트 뇌과학 분야 정재승 교수, 뇌인지과학연구소,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한국조명디자이너협회, 한국성우협회, 한국어정보처리연구실 등이 전문가 그룹으로 참여해 누구 프로젝트의 발전을 도모한다.
서울대 교수, '뽀로로' 성우도 참여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누구나 주식회사의 전문가 그룹으로 속한 실제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두희 CEO 및 정재승 교수 외에도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 교수, 김숙연 홍익대 인터랙션디자인 교수,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뽀로로' 이선 성우, '엘사' 소연 성우, 권혁철 한국어 정보처리연구실장 등이 한데 모여 간이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누구나 주식회사의 이두희 CEO는 "현재로선 누구 인공지능의 성능이 제한적이지만, 전문가들과 사용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빠르게 개선될 것" 이라며, "사용자들이 어린아이를 키우는 느낌으로 NUGU를 사용하다 보면 언젠가 깜짝 놀랄 정도로 성장한 인공지능과 상당히 고차원적인 대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