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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으로 교육, 심리상담을 한다고? '소셜 게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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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안수영 기자]

보드게임은 재미와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교육, 심리 치료 효과까지 선사한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보드게임 활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보드게임을 교육 및 상담, 노인복지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에 적합한 보드게임을 선별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 등을 대상으로 보드게임을 활용한 교육이나 상담을 하는 전문 직업도 생겨났다. 바로 '소셜 게임 큐레이터'다. 소셜 게임은 보드게임을 일컫는 또 다른 명칭이다.

서울산업진흥원은 미래 인재를 길러내고 선진 놀이문화를 만드는 인력을 양성하고자, 보드게임 전문기업 젬블로와 손잡고 소셜 게임 큐레이터 교육생 1기를 모집했다. 1기 교육생 수업은 국내 최고의 강사진을 바탕으로 총 3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를 통해 소셜 게임을 통한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방법, 세대별로 적합한 게임을 소개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했다.

지난 4일 진행된 3차 교육은 '소셜게임을 활용한 교수법'에 대한 내용으로, 다즐에듀의 이현희 대표가 강연했다. 이현희 대표는 대전대 아동교육상담학과 겸임 교수로 게임과 놀이를 활용한 교육 및 치료, 상담 분야의 전문가다.

소셜게임 큐레이터 1기 교육

보드게임이 교육, 심리 상담 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사람의 인지 능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현희 대표는 사람의 인지능력을 소개하고, 보드게임이 어떻게 사람의 인지능력을 향상하는지 설명했다.

보드게임,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된다

인지 능력이란 사람이 외부 자극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이 대표는 "인지 능력은 후천적 요소로, 자극을 주면 향상된다. 인지 능력을 향상하는 보드게임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인지 능력이 향상되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학습 능력이 좋아지고, 노인들의 치매를 예방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인지능력의 종류는 시각적 주의력, 청각적 주의력 등으로 다양하다. 시각적 주의력은 눈으로 본 것 중에 자신이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주의해 기억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단순히 보는 것보다는 유의미한 정보를 선별하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확하게 행동하고 반응할 수 있다. 시각적 주의력은 학습의 기본이 되는 능력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소셜게임 큐레이터 1기 교육
소셜게임 큐레이터 1기 교육

교육생들은 시각적 주의력을 길러주는 소셜 게임의 예시로 '컬러풀 세렝게티'를 직접 플레이했다. 컬러풀 세렝게티는 다양한 색깔의 동물 카드를 늘어놓고, 그 카드들 중 같은 색깔이나 동물이 전혀 겹치지 않는 카드를 빠르게 찾아내야 하는 게임이다. 여러 카드들 중 다른 모양과 색깔의 카드를 고르는 만큼 시각적인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같은 모양의 과일이 5개 모이면 종을 치는 '할리갈리', 자신이 가진 카드와 테이블 중앙에 놓인 카드에서 공통된 그림을 빨리 발견해야 하는 '도블'도 시각적 주의력을 길러주는 보드게임이다.

이어 이 대표는 청각적 주의력에 대해 소개했다. 청각적 주의력은 방해 요소를 무시하면서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내용을 잘 캐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능력으로 불린다. 청각적 주의력은 학습 능력과도 연결된다. 이 능력이 부족할 경우, 수업에서 들은 핵심 내용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청각적 주의력을 향상하는 놀이로 '청기백기' 게임, 보드게임 '로보 77' 등을 소개했다. 이 역시 후천적 능력으로, 자극을 주는 게임을 반복하면 개선할 수 있다.

소셜게임 큐레이터 1기 교육

정보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시공간 지각력도 있다. 시공간 지각력은 시각적 조직화, 공간 지각 능력으로 나뉜다. 시각적 조직화는 자신이 본 것을 어떻게 조직하고, 순서대로 분류할 것인지 등의 능력을 뜻한다. 시각적 조직화 능력이 부족할 경우 계획 없이 행동하거나, 분류된 물건을 잘 찾지 못하기를 반복하거나, 시간 관리와 계획 실천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럴 때는 '치킨차차', '힛 더 햇'과 같은 보드게임이 도움된다. 공간 지각 능력은 '젬블로', '러시아워' 같은 게임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 젬블로는 제한된 공간 안에 퍼즐을 얼마나 많이 잘 놓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하며, 러시아워는 주차장에 꽉 차 있는 자동차 블록 속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도록 한다.

보드게임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작업 기억력'을 향상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작업 기억이란,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기억 활동이다. 이는 사람이 보다 다양한 전략을 동원할 수 있도록, 두뇌에서 처리하는 자료의 양과 파지 시간을 증가시킨다. 작업 기억력이 좋으면 중요한 정보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여기에는 순서 기억력 향상을 돕는 '햄버거 게임', 보드게임 '솔드 아웃'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소셜게임 큐레이터 1기 교육

소셜 게임을 활용하면 문제해결 능력도 향상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정보처리 능력 중 문제해결력은 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학습 능력이다. 특히 '실행 기능'은 문제해결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데, 학습이 부진할 경우 실행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실행 능력을 길러주는 보드게임 중에는 '마라케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라케시는 양탄자를 놓아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보드게임이다. 자기 차례에 양탄자를 놓으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다른 사람을 견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력이 자극되어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다.

내담자의 심리 발달, 보드게임을 활용하라

이날 수업에서는 심리 발달에 필요한 게임 활동에 대한 설명도 진행됐다.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 등을 대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면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개개인에게 적합한 보드게임을 큐레이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은 길었지만, 수강생들은 자신이 아는 보드게임을 대답하기도 하는 등 귀를 기울였다.

이 대표는 "심리발달은 자아 강화와 자기 조절과 관련된다"라고 말했다. 이 역시 게임 활동을 통해 향상할 수 있다. 체스와 같은 전략게임을 한 재소자들의 경우, 사회 환원 효과가 좋았다는 사례가 있었다. 재소자들의 자아 강화 효과도 있었다.

그렇다면 자기 조절이란 무엇일까? 이는 어떠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 주어진 행동만 하는 것이다. 충동적인 성향의 아이들은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아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는데, 이를 자기조절 게임으로 회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벌점을 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할 경우, 행동을 느리게 하는 미션을 주면 좋다. '1분 동안 믹스커피 타기'처럼 간단한 행동을 천천히 하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소셜게임 큐레이터 1기 교육

이러한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사회성이 향상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 이유는 여러 명이 게임을 하면서 규칙을 지키고, 소통하고 협동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게임으로 도울 수 있다. 여럿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이를 알아맞히는 '텔레스트레이션'과 같은 게임이 효과적이다. 플레이어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다 같이 협력해야 하는 보드게임도 적합하다.

게임은 누구나 이기고 질 수 있으며, 게임에서 상대 플레이어의 입장은 자신과 동등하다. 따라서 게임에서는 어린아이도 당당해질 수 있다. 부모와 자녀,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게임을 할 경우에도 권위가 동등해진다. 따라서 게임을 반복하면, 힘과 권위있는 사람을 다룰 줄 알게 되면서 사회성이 좋아질 수 있다.

소셜게임 큐레이터 1기 교육

이날 강연처럼, 소셜 게임은 사람의 인지능력과 심리발달에 도움을 준다. 특히 각각의 사람들에게 알맞은 소셜 게임이 제시된다면 교육과 심리 상담 분야에서 더할 나위 없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소셜 게임 큐레이터다. 소셜 게임 큐레이터 1기 교육생들이 양질의 수업을 거쳐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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