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PC를 대체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종종 언급되는 것처럼, 저장장치 분야에는 'SSD가 HDD를 대체할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꽤 자주 거론됐다. 대체 SSD, HDD가 무엇이기에 이런 얘기가 나올까?
HDD(Hard Disk Drive)는 보조기억장치로 플래터라고 불리는 자기디스크를 회전시켜 데이터를 읽거나 저장한다. HDD의 단점은 반도체를 소재로 하는 CPU나 램에 비해 동작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CPU와 램의 속도가 제 아무리 빨라도 데이터를 공급하는 하드디스크의 속도가 느리다면 PC의 전반적인 속도가 저하된다. 하지만 SSD와 비교해 수명이 길고, 가격이 저렴하며, 상용화된 제품 용량도 크다. 현재 SSD는 512GB까지 상용화되어 있지만, HDD는 1TB(1,000GB)까지 상용화된 상태다.
반면 SSD(Solid State Drive)는 하드디스크와 달리 자기디스크 대신 반도체의 플래시 메모리를 내장했다. 따라서 하드디스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읽고 쓴다. 작동 소음이 없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노트북에 사용 시 배터리 유지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하드디스크 대비 가격이 비싸고 수명이 짧다.
SSD 사용이 점점 늘어나자 'SSD가 HDD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그래도 가격과 용량 때문에 SSD가 HDD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저장장치 전문 기업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솔루션 전문기업 WD(웨스턴디지털)은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DD는 사라지지 않는다. SSD와 HDD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통합 솔루션이다"라고 말했다.
WD 아태지역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및 데이터센터 사업부를 총괄하는 마케팅 매니저 패트릭 로(Patrick Lo)는 HDD가 SSD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로 '빅데이터'를 꼽았다. 빅데이터란 분석이나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빅데이터는 IT 기기와 소셜 미디어 발달 등에 힘입어 점점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WD는 전세계 데이터가 연평균 34%씩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SSD의 용량과 가격으로 이 빅데이터를 저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WD에 따르면 SSD와 HDD 가격 차이는 최소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는 이어 "HDD는 비용과 성능을 고려했을 때 가장 균형적인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 낸드 플래시가 자주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PC나 엔터프라이즈 분야 등에서는 여전히 HDD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WD는 이러한 현상이 미래에도 마찬가지라며, 2020년 클라우드에 있는 모든 데이터의 75%는 여전히 HDD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HDD는 빅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여전히 존속할 것이고, 빅데이터를 주로 이용하는 것은 개인보다는 기업인 만큼, 기업의 HDD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WD는 기업들을 위한 대용량 저장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엔터프라이즈용 'WD Se' 하드 드라이브를 공개했다.
WD Se는 6~12베이의 SMB NAS(Network Attached Storage)에 최적화됐다. WD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업무용 자료를 보관하고자 나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해당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SATA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용량은 2TB, 3TB, 4TB 이며 가격은 각각 159.99달러, 235.99달러, 309.99달러다. 품질 보증 기간은 5년이다.
WD Se는 대규모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복제 환경,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백업 및 보관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됐다. 다시 말해 WD Se는 여러 데이터 중에서도 백업해야 하는 데이터, 빅데이터, 하우징을 위한 데이터 등을 보관하는 데 적합하다. 패트릭 로 매니저는 "데이터 특성에 맞추어 적절한 저장장치를 선택, 사용했을 때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래서 WD는 HDD를 Xe, Re, Se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WD의 Xe, Re, Se를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Xe는 스포츠카처럼 성능이 매우 뛰어나지만, 마치 2인승처럼 용량은 적은 편이다. Re는 많은 짐을 적재할 수 있는 대용량 트럭이다. 용량과 내구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한편 Se는 일반 트럭이다. 업무용으로 적합하며, 보다 실용적인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