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안수영 기자] 최근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1인 기업이란, 혼자서 사업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소규모 기업을 일컫는다. 프리랜서가 용역을 통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대가를 지급받는다면, 1인 기업은 전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동반 성장한다는 점에서 보다 능동적이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난 요즘, 1인 기업 운영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인 기업을 운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꿈을 일구며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1인 기업가들이 서로 모여서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를 위한 자리가 안양에 위치한 창업지원공간인 '에이큐브: 인텔TG랩'에서 지난 14일 열렸다. 이날 행사는 '1인 기업가, 마이크를 잡아라'라는 제목으로, 에버노트 전문가로 유명한 홍스랩의 홍순성 소장과 약 30여 명의 1인 기업인들이 함께하는 네트워킹 파티로 진행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창업자와 1인 기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네트워킹 파티는 여느 행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활기차고 적극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서로 명함을 나누고 인사를 하며 음식과 웃음을 나눴다. 자기 소개 시간에는 행사에 참여한 이유와 현재 하고 있는 일, 관심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상호 접점을 찾고 반가워하기도 했다.
강력한 개인의 등장, '1인 기업'을 이루다
자기 소개가 끝난 후, 비즈웹코리아의 은종성 대표가 '강력한 개인의 등장'이라는 주제로 1인 기업의 시대와 1인 기업의 전략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은 대표에 따르면, 1인 기업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으며 현재는 시작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이 자기 몸의 일부인 양 필수품이 된 세상,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이 1인 기업을 탄생하게 한 계기가 된 셈이다.
기존에는 TV, 라디오, 신문 등 매스미디어만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했지만, 이제는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콘텐츠 소비가 쉬워지면서 일반 개인의 힘은 더더욱 커졌다. 대표적인 예로 유명 유튜버 양띵과 대도서관, SNS 시인 하상욱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 파워블로거와 페이스북 스타로 이름을 날리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강력한 '1인'의 특징은 무엇일까. 은 대표는 "1인으로 비즈니스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무료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지식을 많이 갖추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지식과 콘텐츠를 타인에게 제공해 그들의 시간을 점령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라고 설명했다.
SNS는 1인 기업가와 대중이 연결되는 접점을 제공하며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은 대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가 검색이나 공유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연결되지 않은 개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오지 않는다. SNS를 통해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바쁜 현대인들이 필요한 것만 검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을 적절히 노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1인 기업에게 연결과 노출은 필수이자 기회다"라고 설명했다.
내가 아는 지식을 내놓는 것은 결코 남에게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 은 대표는 오히려 내놓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게임이고 그것이 1인 비즈니스라고 했다. 각자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있을 거고 그것을 공유했을 때 만족할 사람이 있고 결국 소비로 이어지고 가치창출이 되기 때문이다. 은 대표는 "이제 앞으로 대기업이 개개인의 맞춤화된 수요를 감당 못하고, 1인 기업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향후 우리 사회는 한 명의 개인이 다른 개인의 수요를 맞춰주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1인 기업으로 자생하려면 좋은 콘텐츠, 무료 제공, 연결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은 대표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대중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여러 곳과 연결되도록 하라. 이것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서비스를 판매하기보다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경험을 풀어놓고, 스토리를 말하라. 제품과 서비스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다음으로 1인 기업을 운영하는 5인의 발표와 토크가 이어졌다. 1인 기업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협업'이었다. 비케이로웰의 김보경 대표는 1인 기업가로 마스크팩을 만들었다. 1인 기업으로서 대기업과 직접 제휴하기 어려웠던 그는, 정동사업을 통해 화장품 제조로 유명한 기업 코스맥스와 제휴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결국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면세점과 다양한 편집샵에 제품을 입점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1인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협업이 중요하다. 의사결정이 어렵고 수익률이 낮으며 많은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필요하다는 난점도 있지만, 유통망과 품질 확보, 고정비 감소, 네트워크 및 전문성을 얻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혼자서 하기 어렵다면 다른 창업자, 기업들과 최대한 협업하는 것도 전략이다"라고 소개했다.
EMT앤컴퍼니의 유수호 이사는 "1인 기업을 하려면 퍼스널 브랜드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개인이 가진 한계를 네트워크와 협업을 통해 극복하려 노력했다. 실제로 퇴사 전부터 네트워크 확보와 전문성 확보에 주력했다. 예를 들면 온오프믹스 모임에 자주 참여하고, 연구소와 워킹그룹에 합류해 정보를 교류하고 인맥을 쌓았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사업 아이템은 협업으로 해결하고, 파트너와 함께한다. 이 때 수익 배분 방식과 팀 구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한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5인 기업가들이 소개를 마친 뒤, 적극적인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참석자들은 혼자서 사업을 할 때 부딪칠 수 있는 문제, 준비 과정과 기간, 수익 창출과 쉐어, 1인 기업 준비 방법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공식적인 행사 이후 마련된 네트워킹 파티는 밤 10시까지 계속됐다. 1인 기업가들의 저력이 협업이라서 그럴까, 참가자들은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소개했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강연 내용을 후속 질문하고, 아는 사람과 온 경우에는 함께 소개를 하는 등 활발한 분위기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세계 70억 인구 중에 개인 1명은 약할 것만 같지만, 은 대표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만의 강점을 어필하고 노출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SNS를 통해 연결점을 찾는다면 1인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리라.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이와 같은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연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과 사람은 연결될수록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행사가 열린 '에이큐브: 인텔TG랩'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네트워킹 공간이다. 스타트업과 예비창업자를 위한 각종 교육, 세미나, 창업지원 멘토링, 개발 대회, 네트워킹 파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안양창조산업진흥원(원장 박병선)과 IT동아(대표 강덕원) 주최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안양창조산업진흥원의 박병선 원장은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창조경제 담론이 확산된 가운데, 1인 창업을 하는 기업가들도 늘고 있다. 이번 네트워킹을 통해 1인 기업가들이 실질적인 도움과 인맥을 얻어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