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태우 기자]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 KT가 주도하는 K뱅크는 지점이 없는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이다. K뱅크는 본인가를 받았으며, 카카오뱅크는 예비인가를 받은 후 본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인터넷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달리긴 했지만, 본질은 그냥 은행이다. 그러므로 은행법 적용을 받는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시끌시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이를 ‘은산분리’라고 하는데, 비금융주력자는 은행 주식 4%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다(지방은행은 15%).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 10%까지 보유할 수는 있다.
한마디로 삼성전자는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는 말이다. 카카오뱅크, K뱅크 또한 카카오와 KT는 고작 4%의 주식만 보유할 수 있다. 이들이 주도는 하고 있지만, 소유는 하지 못한다. 카카오와 KT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2월 2일 국회의원회원 제 1 세미나실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문제 진단 토론회’가 열렸다.
은산분리 모르지 않았을 텐데
카카오와 KT가 은산분리를 몰랐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정부 당국의 책임이 크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고선, 마치 완화가 될것처럼 해서 사업자를 끌어들여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최훈 국장은 “은산분리의 원칙을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시도를 해보자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예외를 만들면서까지 인터넷은행을 해야 하는 걸까? 최훈 국장은 “국내는 4개의 은행이 쥐락펴락하는 독과점 구조로 은행 상품은 이미 동질화, 균질화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기존 은행권 구조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크다”고 설명했다. K뱅크는 24년 만에 새롭게 인가받은 은행이다. 그동안 새로운 은행이 나오지도 않았고, 상당히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시장에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플레이어를 등장시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훈 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준비한 지 2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은행권이 엄청나게 변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 때문이라고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고 밝혔다.
▲ 모바일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 (출처 : 게티이미지)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는 “현재의 은행은 혁신이 없다’며 “신용등급 낮은 이는 대부업체에서 어쩔 수 없이 고금리로 대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계좌가 없는 새로운 은행에서 모바일로 계좌를 만들 수 없는 현실이다”며 “4개 은행이 내놓은 앱만 77개나 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2014년 카카오페이를 내놓으면서 핀테크를 시작했다. 윤호영 대표는 “기존 금융권과 제휴를 하고 싶었지만, 은행에서는 영업이익이 잘 나고 있다 보니 제휴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더라”며 “금융기관의 벽이 높아 성장이 느렸다”고 밝혔다. 직접 인터넷전문은행을 하게 된 이유다.
윤호영 대표는 “2만 명이 넘는 기존 은행의 개발은 모두 아웃 소싱으로 기술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 안 한다”며 “카카오뱅크는 200명가량의 인원 중에서 40%가 엔지니어다” 말했다. 이어 “은산분리 본질 잘 지키면서 모바일에 맞춘 규제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존 틀의 변화가 아닌 작은 물꼬라도 터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은산분리 완화는 안 될 말
토론회에 참석한 6명의 토론자 중에서 4명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발제자로 나선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전성인 교수는 “그동안 은산분리 때문에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없어 폐해를 분석할 사례는 없지만, 저축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로 활용되었던 적은 다수 있다”며 “대부분 도산으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또한 과거 삼성전자는 삼성생명을 이용해 계열사 부도가 날 때 불법적 지원을 수차례 감행했고, 동양증권은 동양그룹의 부도가 임박했음에도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을 통해 5천억 원의 불법적 유동성 자금을 조달한 바도 있다고 밝혔다. 동양증권 사태로 4만 1398명이 피해를 보았고, 피해액만 1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산분리를 완화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된다면, 재벌은 은행을 사사로이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성인 교수의 이야기다. 특히 “기관에서 아무리 감시해도, 재벌은 불법인 줄 알면서 어겨가며 저지른다”고 언급했다.
4개 은행의 독과점 구조에 대해서는 정부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은행이 11개나 있었지만, 정부는 은행 합병이 살길이라고 부추겨 왔다. 하지만 이제 와서 과점 산업이 되어 문제라는 것이다. 전성인 교수는 “우리 사회 권력 서열 꼭대기는 산업자본이다”며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한다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규제가 있어도 어기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업무 영역에서 핀테크를 어떻게 들여올 것인가를 다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고동원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하더라도 문제가 크다”며 “지금의 카카오와 KT는 잘 나가지만, 언제까지 잘 나간다고 보장 못 한다”고 말했다. 또한 “IT 기업이 주도해야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인 만큼 여신관리, 리스크 관리 등이 중요하기에 인터넷보다 은행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있지만, 왜 ICT 기업이 대주주가 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고동원 교수는 꼭 카카오, KT가 주도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김성진 변호사는 “만약 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이 아니라 동양은행을 가지고 있었다면, 동양은행을 가만히 놔뒀을까?”란 이야기를 꺼내며, “증권은 손대도 은행은 손대지 않을 거라는 확답이 있다면 은산분리 완화해도 된다”고 밝혔다.
또한 산업자본은 저축은행을 해도 되지 않냐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를 내세우는 만큼 저축은행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 시스템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한두 업체를 위해 개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김성진 변호사는 전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