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IT동아 강일용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경쟁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겨냥한 신규 클라우드, 인공지능 서비스를 대거 공개했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기업용 인공지능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의 거물 둘이 정면으로 맞붙은 것이다.
MS는 11일(현지시각) 시애틀 워싱턴컨벤션센터에서 자사 최대 규모의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17(BUILD 2017)’을 개최했다. 약 2만 명의 개발자가 모인 현장에서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는 ‘지능형 클라우드’가 막대한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왜 기업에게 지능형 클라우드가 필요한지 설명 중인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
지능형 클라우드란 인지컴퓨팅 능력을 갖춘 약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의미한다. MS의 지능형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기업은 컴퓨터 비전(보는 능력), 언어 이해(읽는 능력), 스피치(말하는 능력), 애널리틱스(데이터분석), 외국어 번역. 데이터 검색 등의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직접 개발할 수 있다. 이는 AWS가 공개한 인공지능 기술인 아마존 레코그니션, 아마존 렉스, 아마존 폴리 등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MS의 지능형 클라우드는 29개에 이르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갖추고 있다. 고객 응대 서비스를 자동화할 수 있는 기업용 챗봇을 개발할 수 있는 ‘MS 봇 프레임워크’, 영상 속의 사람과 사물을 판독하고 움직임을 데이터로 수치화할 수 있는 ‘맞춤형 비전 서비스&비디오 인덱서’,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번역 기술이 적용된 MS 번역 API와 이를 프레젠테이션 도중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프레젠테이션 번역,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성능을 클라우드상에서 테스트하고 강화할 수 있는 실험실 ‘애저 배치 AI 트레이닝’ 등이 MS가 이번에 공개한 인공지능 신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능형 클라우드의 개념을 개발자들에게 설명 중인 나델라 최고경영자>
특히 MS는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공지능 개발에서는 경쟁사보다 한 발 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MS는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공지능 ‘그래프’와 기업용 인공지능 비서 ‘택트’를공개했다. 기업은 두 인공지능의 API를 자사의 CRM/ERP 및 문서도구에 접목해 비즈니스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조언과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래프를 활용해 만들어진 서비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델브’다. 델브는 쉽게 말해 경쟁사의 사진 자동 분류 서비스 ‘구글 포토’의 문서 버전이다. 델브는 클라우드(원드라이브)에 올린 문서를 읽고 분석해 해당 문서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이해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서를 종류별로 분리하고 찾기 쉽게 정리해준다. 시기성 있는 문서라 사람이 해당 문서를 반드시 읽고 처리해야 할 경우 이를 알림으로 표시해주기도 한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문서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분석할 수 있다. 즉, 델브는 사람이 클라우드에 문서를 올리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척척 문서를 분류하고 정리하고 관리해주는 문서 관리 자동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를 위한 MS의 인공지능 그래프, MS는 그래프에 MS의 비즈니스 데이터를 더하면 놀라운 앱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MS는 개인용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아마존 알렉사’를 겨냥해 자사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코타나’를 윈도우10에서 꺼내 모든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코타나가 이제 윈도우10 제어와 일정 관리 뿐만 아니라 가정 내 사물 인터넷 기기와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난 것이다. MS는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업이 자사의 기기에 코타나를 탑재시킬 수 있는 API ‘코타나 스킬 킷’을 공개했다. MS는 이날 코타나 스킬 킷을 활용한 하만/카돈의 스마트 스피커 ‘인보크’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시연했다. 가정 내부에 머무르고 있는 경쟁 서비스와 달리 차량용으로도 인공지능 비서의 영역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MS의 개인용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가 탑재된 하만/카돈의 스마트 스피커 '인보크'>
이날 빌드 2017 키노트에서 해리 숨 MS 리서치센터 담당 부사장은 “MS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포함시킬 것이다(We are infusing AI into every product and service)”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MS를 먹여 살리던 솦트웨어 ‘윈도우’는 3시간 동안 진행 키노트에서 딱 두 번 언급되었다. MS가 지난 20년 동안 회사를 먹여 살린 윈도우 대신 새로운 먹거리인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에 ‘올인’하기로 결정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윈도우와 오피스 기업이었던 MS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려 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