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빠른 LTE, 광대역 LTE-A'
SK텔레콤이 28일 '광대역 LTE-A' 시연회를 열었다. 광대역 LTE-A의 최고 다운로드 속도는 이론상 225Mbps로 기존 LTE 서비스보다 3배 빠르다. 광대역 LTE-A가 현실화되면 800MB 용량의 영화를 28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최대 속도 기준). '광대역 LTE'와 'LTE-A' 서비스는 이미 나와 있지만, 이 둘을 합친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직접 시연한 것은 SK텔레콤이 처음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은 여기에 '국내 최초' 딱지를 붙였다.
실제 SK텔레콤 분당 사옥에서 광대역 LTE-A의 속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고 속도인 225Mbps를 찍지는 못했지만 속도계는 꾸준히 217~218Mbps를 기록했다. 사실 이는 제한된 실험 환경에서 뽑아낸 이상적인 속도다. 실제 사용자가 체감할 속도는 최고 200Mbps, 평균 60~80Mbps 정도. 기존 LTE 서비스의 평균 속도가 20~30Mbps, 광대역 LTE는 40~60Mbps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르다.
다만, 광대역 LTE-A는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나와야 구현할 수 있다. 빨라진 데이터 속도를 받쳐줄 프로세서, 메모리, 모뎀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SK텔레콤은 조심스럽게 내년 하반기쯤은 되어야 광대역 LTE-A용 스마트폰이 나오고 이에 맞춰 서비스 상용화가 시작되리라 예상했다.
상용화는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상용화까지 아직 1년이나 남은 서비스를 벌써 발표하는 이유가 뭘까. 여기에는 국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외적인 요인부터 살펴보자. 얼마 전 홍콩, 영국 등이 300Mbps 속도를 내는 LTE 서비스를 먼저 시연했다. 이것이 SK텔레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SK텔레콤은 이들에게 '세계 최초' 타이틀을 빼앗겼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한국, 미국, 일본 등이 LTE 기반 통신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든 국외든 SK텔레콤은 '선도자'의 위치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며, "주파수 경매 때문에 9월 이후에야 본격적인 기술 개발 등이 가능했다. SK텔레콤은 한번 잡은 기술 리더십을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 이 일에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덧붙여 "시연은 세계 최초를 놓쳤지만 상용화만큼은 세계 최초를 뺏기지 않겠다"고 결의도 다졌다.
국내적으로는 어떨까. 3일 전(25일) KT가 수도권에 광대역 LTE 구축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오는 11월 말 완료할 계획이다. KT보다 한발 늦은 시기다. 3G가 저물고 LTE 시대에 접어들며 이통사 1위인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강력한 위협을 받고 있다. 통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틈새를 노리고 이통 3사가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 실제 의미 있는 결과도 나왔다. 여전히 3위이긴 하지만 LG유플러스가 LTE 가입자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은 LTE 경쟁에서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렇게 이른 시연회를 열었다. 광대역 LTE-A의 '국내 최초' 타이틀만큼은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주파수 경매 후 KT가 광대역 LTE-A 용어를 마케팅적으로 사용했던 것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것은 광대역 LTE지 광대역 LTE-A가 아니라는 것. SK텔레콤이 시연한 이 서비스가 바로 진정한 광대역 LTE-A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광대역 LTE-A 서비스 상용화 시 제일 유리한 이통사는 어디일까. SK텔레콤은 가장 빨리 LTE-A 서비스를 시작했고, KT는 가장 빠르게 수도권 광대역 LTE를 시작했다. 언뜻 두 이통사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사실 주파수 경매 후 KT가 자신에게 무척 유리한 주파수를 가져 갔기에 이 경쟁은 시작선부터가 다르다. KT는 현재 활용 중인 주력 주파수와 맞닿은 1.8GHz D2 대역을 확보해 별다른 노력 없이 광대역 LTE 서비스가 가능하다. 오죽하면 미래창조과학부가 'KT는 내년 7월 이후 광대역 LTE 커버리지를 전국으로 확대하라'고 했을까. KT는 마음만 먹으면 연내에도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경쟁할 준비 시간을 확보하도록 기다리는 것뿐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시연회에서 KT와의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피땀 흘리는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열심히'의 강도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며, "이 추운 겨울에도 기지국 구축 공사를 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5G는 언제?
IT 업계의 변화가 빠르긴 한가 보다. 광대역 LTE-A 상용화도 멀었는데 벌써 5G, 차세대 통신 규격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SK텔레콤은 2020년은 되어야 5G 서비스가 시작되리라 내다봤다. 암묵적인 통신 기술 발현 규칙에 따른 계산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다양한 요소 기술에 대한 계획은 이미 나와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은 지금 시점에서 아직 5G는 '먼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이동통신 속도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SK텔레콤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통신 속도를 높이는 방법은 세 가지다. 주파수 폭 넓히기, 주파수들을 묶기, 전송 효율을 높이기. 이중 전송 효율을 높이는 것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 따라서 가능한 방안은 두 가지다. 주파수 폭을 넓히거나 여러 개를 묶거나. 하지만 주파수 관련 문제는 이통사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파수는 공공재이므로 정부의 할당이 필요하기 때문.
이론적으로 현재 광대역 LTE-A 규격은 5개까지 주파수를 묶을 수 있다. 물론 이를 구현하려면 통신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하고, 주파수도 더 할당받아야 하며, 이를 지원할 단말기 등도 보급되어야 하므로 빠른 현실화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