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이상우 기자]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과 함께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 관련 용어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블록체인 역시 최근 몇 년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관련 산업 역시 성장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는 블록체인보다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가상화폐에 과도한 관심을 보였던 만큼, 블록체인에 대한 거부감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는 데이터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이러한 블록체인은 금융 같은 분야 외에도, 우리 삶과 밀접한 공공 서비스에 적용해 삶을 개선할 수 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공공부문 시범사업을 준비해 관세청, 농식품부 국토부, 선관위, 외교부, 해수부 등 6개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해 실효성을 시험한다.
관세청은 개인 통관에 대해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개인의 해외 직구가 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을 국내로 들여올 때는 배송업체가 물품 목록이나 배송 정보 등을 수기로 입력해 신고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통관 과정에서도 X선을 이용한 검사나 승인결과 등록 등의 과정을 거친다. 현재 물품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판매자, 배송업체, 관세청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2017년 관세청 개인통관 건수는 1,321만 7,000건으로, 하루 평균 3만 6,000건을 처리한 셈이며, 통관업무 처리 시간은 평균 5일이 걸렸다.
때문에 150달러 미만인 상품의 개인통관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통관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수입 신고 및 저가 신고를 막을 수도 있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개인통관 서비스는 상품구매, 선적, 통관 등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물품정보나 운송정보, 가격 등을 실시간 공유해 위조/변조 가능성을 막으면서, 동시에 통관에 필요한 절차(X선 검사 등)를 간소화해 기간을 기존 5일에서 2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농식품부는 축산물, 그 중에서도 한우 등 소의 이력 관리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 현재 출하 과정을 보면, 사육장에서 새끼 소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하고, 예방접종 이력 등을 등록한다. 30개월 정도 지난 소는 출하 이후 도축, 가공, 판매 등의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각 단계에서 정보를 최신화 하는 데는 보통 5일 정도가 걸리는데, 이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제품을 소비한 이후 이러한 정보가 등록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소고기 이력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이러한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하는 등 허위 포장을 막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고, 각 유통 단계의 관리자 역시 서류 작성이나 관리에 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를 위해 기존에 필요했던 각종 서류를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하고, 이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할 경우, 민원인은 등기부등본, 전입세대열람확인서, 토지대장,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서류를 발급받아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 2017년의 경우 부동산 서류(공부 서류) 발급 건수는 약 1억 3,600만 건에 이르며, 변경된 토지정보가 시스템에 반영되는 데는 평균 1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 중인 서비스가 정착하면 민원인은 별도의 서류를 국세청, 주민센터, 등기소(인터넷) 등을 돌아다니며 발급 받을 필요 없이, 관련 기관 중 한 곳만 방문하면 된다. 블록체인을 통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특히 종이 문서의 위조나 변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선관위는 블록체인을 통해 투명하고 빠른 온라인 투표를 구상 중이다. 온라인 투표의 경우 유권자가 직접 투표장 까지 가지 않더라도 본인인증을 통해 투표를 진행할 수 있어 편하다. 한편으로는, 서버가 해킹 당해 투표 결과가 사라지거나, 나쁜 의도를 가진 내부자가 결과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현재 선관위는 '케이보팅'이라는 온라인 투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당 내 후보자 경선이나 학생회 선거 등 일부 사례에서만 쓰이고 있다.
투표에서 가장 중시할 것은 신뢰성이다. 유권자 외에는 그 누구도 투표 과정에 개입해서는 안되며, 결과 역시 외부의 조작 없이 투명하게 유지돼야 한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투표 과정 및 결과를 관리하고, 후보자, 참관인, 선관위 등이 내역을 공유하며 검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표 결과를 기존보다 더 빠르게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유권자가 어떤 후보자에게 투표했는지 등의 정보는 제거해야 한다.
외교부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공문서 및 아포스티유를 전자화 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증 받은 문서를 그대로 가져갈 경우 해당 국가에서는 효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해당 문서의 공증을 받고, 인증에 관한 국제 협약인 아포스티유를 발급 받아야 한다. 특히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이라면 이러한 문서를 대사관 등을 통해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문서의 효력을 얻을 수 있는데, 이 과정이 2주 정도 걸린다.
외교부는 이러한 아포스티유 제도를 전자화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한다. 블록체인을 통해 각종 공문서와 이에 대한 아포스티유 인증서가 함께 보관되며, 이를 통해 외부 개입을 통한 위변조가 어렵다. 또한, 문서에 관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취업, 취학 등에 필요한 문서를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서비스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에도 같은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만큼, 외교부는 이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 도쿄와 미국 LA 등의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수부는 해운물류 시 필요한 환적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운송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기존의 컨테이너 이동 방식은 해외 선사, 헤외 운송사, 터미널(항구), 국내 운송사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각 단계마다 컨테이너 반출입에 관한 문서가 새로 발급되며, 전자화 비율 역시 낮은 상태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족용할 경우 주문 내역, 컨테이너의 터미널 반입/반출 정보, 배송 정보 등이 선사, 터널, 운송사 사이에 실시간으로 공유 가능하며, 허위 반출 등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블록체인확산팀 민경식 팀장은 "올해 시범사업의 경우 업계의 요구에 맞춰 빠르게 준비해 아이디어 단계의 사업도 추진했지만, 내년부터 시행할 블록체인 시범 사업은 많은 준비를 했고, 필요성이 더 큰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사업 예산 역시 100억 원 규모로 늘리고, 사업 수 역시 올해 두 배 규모로 진행하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