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이상우 기자] 잘 알려진 것처럼 국내 기업은 이미 음악이나 영화 같은 콘텐츠 부문,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전자 부문, 메모리 및 낸드 플래시 같은 반도체 부문에 등 여러 분야이서 이미 세계로 진출해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잘 알려진 대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으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역시 CES 등 해외 전시회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의료기기 분야만큼은 해외 진출이 더디다. 글로벌 의료 기술, 솔루션 및 서비스 1위 기업인 메드트로닉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약 55억 달러에 이른다. 규모로는 세계 9위 수준이며 세계 시장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 관련 수출이나 수입은 통계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적다. 실제로 글로벌 의료기기 수출국을 보면 미국 및 유럽 국가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추세이며, 아시아의 경우 중국과 일본이 눈에 띈다. 특히 시장 규모는 한국보다 작은 싱가폴의 의료기기 수출 규모는 약 69억 달러로, 국내 시장보다 더 큰 규모의 수출을 이뤘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규모와 수출입 규모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실제 역량과 비교해 저평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시장 역시 내수 시장 정도에 불과하며, 해외 진출 사례 역시 중동이나 남미 등으로 제한적이다. 메드트로닉코리아 허준 대표는 대한무역진흥투자공사(KOTRA)와 공동으로 진행한 2018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은 의료 수준 및 기술 수준이 높고, 기초공학과 관련 산업이 발달했으며, 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은 만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이번 행사를 아시아 내에서 한국에서 처음 열었으며, 향후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고 말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 2018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
헬스케어 기업의 해외 진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것이 인허가 문제다. 의료기기는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특히 이러한 기준은 국가나 지역마다 세부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기준에 맞춘 제품이나 솔루션을 선보이기 어렵다. 인허가 기준을 맞췄다 하더라도, 믿을 만한 현지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현지 기업과 경쟁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아이디어 기획 및 기술 개발 단계의 스타트업은 이러한 문제 외에도 임상이나 연구개발 비용, 특허 출원 및 등록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 협업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 성장 가능성은 더 커진다. 실제로 지난 20여년 간 헬스케어 분야의 신생 기업은 6,000여개나 생겨났으며, 초소형 심부전 모니터링 장비나 스마트 알약 등 새로운 기술은 이러한 신생 기업을 통해 개발됐다.
메드트로닉 이희열 아태지역 사장은 "메드트로닉 역시 지난 1949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작은 차고에서 처음 문을 연 기업으로, 1957년 배터리 작동 방식의 심장 박동기를 발명하는 등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및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오늘날 1초에 두 명 이상의 전세계 환자가 메드트로닉의 기기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며, "한국에 기반을 둔 의료기기 기업이 우리를 통해 아시아,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면 한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근거 기반의 임상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며, 메드트로닉은 이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에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드트로닉 아태지역총괄 이희열 사장
그렇다면 현재 주목할 만한 해외 헬스케어 시장은 어디일까? 메드트로닉은 아태지역의 시장 성장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일본, 호주/뉴질랜드, 한국, 인도 아대륙, 동남아 등이 포함된 아태지역은 전세계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있으며,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10억 명 정도의 고령 인구, 6,500만 명 정도의 신생아가 있는 시장이다. 아태지역 헬스케어 시장은 지난 2015년 약 880억 달러 규모였으며, 오는 2020년까지 1,33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세계적으로 성장 속도가 아주 빠르며, 향후 기대수요 역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경제적 여건이 나아지면서, 과거에는 하지 않았던 건강검진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되고, 특히 성장 속도가 기존의 대형 시장인 미국이나 유럽보다 빠르기 때문에 향후 몇 년 내 가장 큰 시장이 될 전망이다.
중국 헬스케어 시장 경제 성장과 함께 치료에 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중국의 경우 9~10% 정도의 GDP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구매력 있는 관광객이 한국, 일본 등 해외 국가로 의료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오는 2030년까지 60세 이상의 인구가 3억 5,0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며,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치료가 필요한 만큼 시장 잠재력이 크다. 현재는 심장박동기(페이스메이커) 삽입 등의 치료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은 적은 수준이지만,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정부 역시 향후 10년간 헬스케어 분야에 GDP 6% 정도의 비용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의 2/3 수준이지만, 경제 성장에 따라 향후 10% 수준으로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신제품에 대한 특별 허가 프로그램인 '그린채널'과 성 마다 인허가 기준을 따로 적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한 번 인허가 받은 기기나 솔루션에 대해, 다른 성에서는 별도의 인증 없이도 즉시 적용할 수 있는 방안과 혁신 제품에 대해서는 빠른 인허가를 제도를 마련 중이다.
메드트로닉 그레이터 차이나 총괄 알렉스 구 사장은 현재 중국 의료기기 시장의 수요가 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불필요한 인허가를 줄이는 등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인 만큼 국내 기업이 단기간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이미 선진화돼 있는 시장에 우선 진입하는 것보다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시장을 통해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업 규모에 따라 인지도 역시 상대적으로 상승하며, 선진 시장 진출 시에도 사업 모델이나 임상 결과 등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물론 규모가 큰 기업이라 할지라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현지 사정에 밝은 파트너가 필요하며, 초기 기업의 경우 투자자를 찾아야 할 필요도 있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목적 역시 국내에 있는 헬스케어 기업을 발굴해 협력하고, 중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희열 아태지역 사장은 “한국 기업의 경유 제품 경쟁력과 기술력이 우수하지만, 의료기기 분야에서 다른 산업과 비교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기업 역시 한국 내에서만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며, 외국과의 연결 역시 어려워 글로벌 진출이 어렵다. 메드트로닉은 의학 연구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모두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우수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임상시험, 해외 등록, 판매망 확보 등을 지원하며 서로 윈윈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드트로닉의 경우 중국, 대만, 홍콩 등을 포함하는 '그레이터 차이나' 지역에 100명이 넘는 인허가 전문 인력과 400명이 넘은 R&D 인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현지에도 생산 시설 및 연구개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중국 기관과 함께 표준에 관한 논의나 정부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소통을 이어가는 등 현지 시장 상황에 대한 인사이트가 충분하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 임상, 허가, 제조,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중견 기업 외에도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 라이선스 계약, 합작회사 설립 등 기업이 원하는 형태의 지원을 통해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한편, 지난 컨퍼런스에서 메드트로닉은 시장 동향 및 진출 방법을 소개하는 것 외에도, 자사의 첨단 의료 기기를 컨퍼런스 참가자가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테크쇼도 함께 진행했다.
특히 제품존에서는 지속적 혁신(Continuous Innovation), 신기술 창조(Invention), 신시장 개척(Disruption) 등의 3개 주제에 제품을 전시, 선보였다. 특히 체험존에는 이를 가상현실 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는 VR 및 시뮬레이터 부스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지속적 혁신'을 주제로 한 부스에서는 약물 분출형 스텐트 레졸룻 오닉스(Resolute onyx), 심장 모니터링 기기인 비지아 AF(Visia AF) 등 기존 제품의 임상 결과와 비용효율적 가치를 개선하여 지속적인 혁신을 선보이는 제품을 소개했다.
'신기술 창조'를 주제로 설치한 부스에서는 캡슐형 내시경인 필캠(Pillcam)이나 당뇨병 환자의 포도당 수치를 확인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하고, 저혈당 상태가 되기 전 알려주는 가디언 커넥트 CGM 등 메드트로닉이 의료기기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해 새로운 치료 영역을 개척한 제품을 소개했다.
'신시장 개척'을 주제로 설치한 부스에서는 기존보다 크기를 1/10로 줄여 작은 흉터로도 삽입 가능한 초소형 심장박동조절기 마이크라 TPS(Micra TPS), 초소형 삽입식 심장박동 모니터링 기기인 리빌 링크(Reveal Linq) 등 현존하는 제품에 파괴적인 혁신이 더해져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치료법을 선보이는 제품을 선보이는 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참가자들에게 글로벌 선두 기업의 기술과 현재 시장 동향을 직접 체험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2018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 현장에서는 시장 동향 및 진출 방안에 관한 소개 외에도 새로운 첨단 의료기기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자리를마련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