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PC용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시장에선 절대적인 강자 중 한 곳이다. 특히 '지포스' 시리즈는 게임 구동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이름이 높다. 다만 IT시장의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기기로 이동하면서 엔비디아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돌파구로 개발한 것이 2009년에 첫 모델이 출시된 모바일용 프로세서인 테그라(Tegra)시리즈다.
테그라 시리즈는 엔비디아다운 우수한 그래픽 구동 능력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퀠컴, 삼성 등을 비롯한 경쟁사 제품의 기세에 밀려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주도권을 쥐지는 못했다. 이런 와중에 엔비디아는 기존의 테그라 시리즈를 개선한 신제품인 '테그라 K1'을 발표하며 2014년 시장을 공략한다고 선언했다, 24일, 엔비디아 코리아는 서울 파크 하얏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테그라 K1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신 지포스의 그래픽 기술을 그대로 적용한 테그라 K1
이날 행사는 엔비디아 코리아의 이용덕 지사장과 엔비디아 아시아태평양 기술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제프 옌 매니저가 진행했다. 설명에 따르면, 테그라 K1은 PC용 고성능 GPU인 지포스 GTX 780 Ti에 적용된 케플러(Kepler)기술 기반의 코어 192개를 집적한 모바일 프로세서로, PC에 맞먹는 고품질의 게임을 모바일 기기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PC에서도 적용된 지 불과 2년정도 밖에 되지 않은 언리얼엔진4를 테그라 K1에서 문제없이 구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의 언리얼엔진3가 PC에 등장한지 8년이나 지난 후에야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엔비디아는 언급하며, 모바일 기기에서 PC 못잖은 고품질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테그라 K1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엑스박스360과 PS3 보다 성능 높다"
엔비디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테그라 K1은 현세대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360과 플레이스테이션3에 탑재된 CPU와 GPU의 성능을 능가하며, 엑스박스원이나 플레이스테이션4와 같은 차세대 게임기와 동일한 그래픽성능을 낸다고 한다. 다이렉트X 11, 오픈GL 4.4, 테셀레이션과 같은 최신 PC급의 고급 그래픽기법을 갖추고 있어 PC나 콘솔게임기용으로 개발한 게임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구현하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테그라 K1은 ARM 코텍스 A15 쿼드코어 CPU를 갖춘 32비트 버전을 우선 출시하며 올 하반기에는 엔비디아 덴버(Denver)듀얼코어 CPU를 갖춘 64비트 버전이 추가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날 엔비디아는 과거 최상위급 지포스 PC 시스템에서 구동했던 그래픽 기술 데모 콘텐츠를 테그라 K1 기반의 태블릿 PC에서도 구동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스마트카를 위한 '테그라 K1 VCM'
한편, 이날 행사에선 모바일 기기용 외에도 차량용으로 개발된 '테그라 K1 VCM'도 소개되었다. 이는 최신 차량에 탑재되고 있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운전자보조시스템)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테그라 K1 VCM은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모듈(module)형식으로 판매되므로 업그레이드도 쉽다고 한다.
이미 아우디와 BMW와 같은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의 차량에 엔비디아의 프로세서가 탑재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제품 설계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전 영역에 엔비디아의 솔루션이 이용되고 있는 등, 자동차 업계에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제프 옌 매니저는 강조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이날 공개된 테그라 K1의 그래픽 성능은 확실히 우수했다. 테그라 K1이 탑재된 태블릿PC를 이용해 구동한 트라인2(Trine2)와 같은 게임은 PC용 버전과 거의 차이가 없어 보였다. 테그라 K1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낸 게임의 수가 아직 적은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확실히 게임 구동능력만을 놓고 보면 여느 모바일 프로세서보다도 우위에 있는 것 같다.
다만, 다소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면 전력 소모율이다. 배터리로 구동되는 모바일 기기에서는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이를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엔비디아 측은 '태그라 K1은 경쟁사의 모바일 프로세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성능을 발휘하고 있으며, 성능대비 전력소모만 생각한다면 테그라 K1을 따라올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다소 모호하게 답변했다.
'성능 대비 전력 소비가 적다'는 것은 결국 퀄컴이나 삼성, 애플의 프로세서에 비해 테그라 K1의 기본적인 전력 소모율이 낮지는 않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스마트폰 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태블릿PC, 혹은 엔비디아의 게임 콘솔인 실드(shield)와 같은 기기에 더 적합할 것 같은데, 이는 향후 테그라 K1의 보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아직 어떤 제조사의 어느 제품에 테그라 K1이 적용될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니 후속 정보를 기다려 볼 필요는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