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의외였다. 단순히 블록체인 도입 준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꿈꾸고 있었다. 강원도가 주최한 '블록체인 평창포럼(BPF) 2019'의 이야기다. 1월 28일과 29일, 양일간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되는 이 포럼은 강원도의 전략 사업인 의료·바이오·관광·에너지·식품은 물론, 스마트도시와 공공혁신 부문 등 블록체인 기술 도입 가능한 여러 부문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포럼에 마련된 프레스룸을 방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평창올림픽의 기본 정신은 평화와 번영이라고 생각한다. 평창도 평화와 번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정신이 블록체인의 투명성·개방성·탈중앙집권 등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포럼을 점점 키워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최된 포럼은 처음 준비한 것으로는 성공적이라 자평했다. 실제로 블록체인 평창포럼에는 많은 업계 관계자 및 관람객들이 참여했다.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차후 개최될 포럼에서는 이를 보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강원도는 블록체인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가장 먼저 도입 가능한 부분은 지역화폐.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 형태로 제공하기 위해 준비 혹은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지역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예정은 없는 상태. 포럼을 개최한 것도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는 광역 단위에서 처음 지역화폐를 발행했던 곳이다. 현재 지폐로 만들어 유통 중이다. 원화와 일대일로 유통한다. 그러나 이것은 많은 비용이 든다. 이것을 블록체인으로 바꾸고 싶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것이 우리 꿈이다. 잘 풀어나가고 싶다. 블록체인이 정착되고 확산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거라 본다"고 말했다.
지역화폐의 이름은 '강원'으로 차후 블록체인에 의한 지역화폐 도입으로 기존 이름을 그대로 쓸지, 새로운 이름을 도입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 유통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우리는 바로 하고 싶은데 정부에서 이를 허용할지 여부가 미지수"라며 "법 제도 여부가 해결되는 즉시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지역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비용과 관리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물로 발행하기 위한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 투명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악용되는 사례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냥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관리를 위한 기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기술을 도입한 것이 아니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연구하며 철저히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도의 전략사업과의 연계에 대한 생각도 언급됐다. 강원도는 원주가 의료부문 혁신도시로 사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식품은 블록체인 인증제도, 에너지는 전자거래 시스템, 관광은 환전 서비스 등에 적용 가능하다. 관광 부문은 일본·중국·러시아 등과 협의하며 여러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포럼의 궁극적인 목표를 단순히 블록체인 주최들의 기술 정보를 교환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국제조직(IBC – International Blockchain Committee)을 설립하는 것까지를 아우르고 있었다. 하나의 목소리로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 각 국가 정부가 블록체인 관련 정책을 수립해 적용하는 것보다 빠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포럼에서 이 같은 규정과 합의에 이를 것이라 낙관하기 어렵다. 이에 이번 포럼을 마무리 한 이후, 뜻이 맞는 여러 기관들을 모아 규제에 대한 부분을 합의하고 실무 협의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이어 IBC의 위원·분과 구성과 운영 방침, 분과에 따른 규제를 세부 논의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1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라면 구체적인 틀이 갖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