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명관 기자] 2019년 4월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JW 매리어트 호텔에서 카카오(공동대표 여민수, 조수용)가 산 속, 바다 위, 건물 내부 등 전세계 어느 지역이든 '3m x 3m'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W3W(what3words, 세 단어 주소)' 서비스를 소개했다. W3W 서비스는 이미 지난 2일부터 카카오맵에 업데이트된 서비스로, 이 날 자리에서 카카오는 W3W를 개발한 영국의 스타트업 What3words와 함께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 what3words 조르디 팔머 디렉터(좌)와 카카오 맵데이터사업파트 이창민 파트장(우) >
전세계 위치, 약 57개 조개의 격자망으로 표기
what3words는 기존 주소 체계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지난 2013년 영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전세계를 3제곱미터(3m x 3m) 크기 정사각형으로 분할해 약 57조개 격자망으로 나누어 격자망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불특정한 3개의 단어를 조합해 지정된다. 이렇게 3단어 조합으로 지정된 특정 지점은 기존 주소보다 더욱 정밀하다. 방 3개짜리 20평 내외의 거주지 내 안방, 작은방, 거실, 화장실 등으로 구분해 지정할 수 있는 셈이다.
기존 지도 서비스는 지번이나 장소명을 기반으로 하지만, W3W는 자체적인 주소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판교역 북쪽 1번 출구 30미터 앞은 '///물컵.부과.입학', 반포한강공원 2주차장 서편 10미터 지점은 '///초여름.이긴다.색상' 등으로 나타난다. 재미있는 것은 표기되는 3개 단어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3m 단위로 무작위로 지정돼 있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주소하기 보다, 특정 3단어로 지정된 위치라고 이해하면 된다.
< IT동아 사무실 앞 마당은 '///지난달.파악.들린' 이라고 표시된다, 출처: what3words >
이렇게 생성된 W3W의 장점은 편리함이다. 단어 3개로 이뤄진 W3W 지정값을 앱이나 플랫폼, 인터넷 등을 통해 공유하면, 세밀한 위치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것.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옆 편의점 앞에서 만나"라고 할 필요 없이, W3W만 공유하면 정확한 위치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 개발을 통해 what3words는 현재까지 약 1,5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으며, 27개 언어로 170여개 국에서 사용 가능할 수 있다. 한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가 품은 W3W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맵 지도 화면에서 원하는 위치를 길게 터치하면 나타나는 메뉴 중 '///W3W'를 선택하면 된다. 위치를 선택하면 단어 3개로 구성된 주소가 나타나며, 해당 주소를 카카오맵에서 확인하고 카카오톡과 같은 SNS에서 공유할 수 있다. W3W 주소를 공유받은 사람은 카카오맵을 실행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길안내도 받을 수 있다.
< 카카오맵에서 W3W를 사용하는 모습, 제공: 카카오 >
W3W 기능은 지번이나 장소명만으로 표기하기 어려운 위치를 정확히 표기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등산을 하거나 배낚시를 할 때, 공원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도심이나 큰 건물 내에서 위치를 설명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다. 자신만의 장소를 기록하고 추억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이날 카카오는 W3W에 감성 코드를 덧입혔다. 사용자 각 개인마다 추억할 수 있는 장소를 W3W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카카오 맵데이터사업파트 이창민 파트장은 "우리는 기술이 아닌 감성적으로 접근해봤다. 생애 첫 해상 낚시를 한 곳, 가족과 함께 스쿠버다이빙을 한 곳, 연인과 첫 키스를 한 장소… 이런 곳에는 주소가 없을 수 있다"라며, "나만 알고 있는 이름 모를 산 속 바위나 넓은 들판에서 만난 꽃이 피는 장소 등을 W3W로 지정해 찾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해변가 정확한 지점을 W3W로 지정해 공유할 수 있다, 제공: 카카오 >
주소로 지도 보며 찾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what3words 조르디 팔머(Geordie Palmer) 사업개발 디렉터는 "간혹 불특정 단어 3개가 그 지점과 연관 없어 궁금하다는 질문이 많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주소를 기억해 종이 지도로 장소를 찾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라며, "강남 약속 장소를 찾아갈 때 때부분의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도 앱을 켜는 일이다. 설마 위도 경도 숫자로 표기되는 GPS 좌표로 찾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설령 지리학자라도 그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W3W 주소는 지금의 모바일 시대에 맞는 주소 공유 방법이다. 기존 주소를 전면 대체하겠다는 목표도 없다. 기존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작은 불편함을 개선하겠다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지향한다.
< 지도에 나만의 감성을 더한 카카오 >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W3W 기술은 세계적으로 의료, 구난, 여행,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중이다. 국제 연합(UN)을 비롯해 에어비앤비, 메르세데스벤츠, Aramex 등 다양한 기구와 국가, 기업에서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오프라인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지역이나 오지, 기존 주소가 없는 곳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 이창민 파트장은 "앞으로 카카오는 what3words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사용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편리하며, 쉬운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