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5G 및 기가인터넷을 비롯한 고속 통신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그에 걸 맞는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디지털 공간을 마치 현실처럼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이하 VR)이다. VR 콘텐츠는 일반 콘텐츠에 비해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며, 화질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데이터량도 크므로 고속 통신 기술과 접목시키기에 적합하다.
다만, VR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필수적인 HMD(head Mount Display) 장비가 고가인데다 상당수 HMD는 각종 케이블을 주렁주렁 달고 있어 이용이 불편했다. 그리고 VR 콘텐츠의 양이 아직 넉넉하지 않은 점도 VR의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KT는 1일,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4K급 고화질의 무선형 VR HMD인 'KT 슈퍼 VR(KT Super VR)', 그리고 이와 연동하는 VR 콘텐츠 플랫폼의 출시를 발표했다.
<KT 뉴미디어 사업부의 김훈배 단장>
이날 행사의 진행을 담당한 KT 뉴미디어 사업부의 김훈배 단장은 2020년까지 VR, AR(증강현실) 등의 세계 실감미디어 시장은 약 12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KT가 2014년부터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전용관(K-live)를 열고 2018년에 도심형 VR 테마파크(VRIGHT)를 여는 등, VR을 비롯한 실감미디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2016~2017년 까지는 스마트폰 탈착식 HMD를 기반으로 하는 VR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2018년부터는 단독으로 구동가능한 일체형 HMD가 대세를 이루었다며, KT 역시 일체형에 무선 기능까지 갖춘 HMD 기반의 기가라이브 TV(Giga Live TV) 서비스를 그 시기에 시작했음을 강조했다.
이날 소개된 KT의 새로운 VR HMD 및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인 ‘KT 슈퍼 VR'은 3K(2880 x 1600) 해상도를 지원하던 기가라이브 TV보다 향상된 4K(3840 x 2160) 해상도를 지원하는 일체형 무선 VR HMD다. 기가라이브 TV와 마찬가지로 제품의 생산은 중국 피코(Pico)사에서 담당하며 제품 판매가는 45만원(6개월 콘텐츠 이용권 포함)이다. KT 플랫폼의 VR 콘텐츠 서비스 외에 스마트폰과 무선 연결해 스마트폰의 화면을 HMD로 즐기거나 HMD 영상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전송하는 양방향 공유 기능도 갖췄다.
풍부한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월정액 서비스도 지원한다. 월 요금 8,800원의 KT 슈퍼 VR 서비스를 통해 예능, 공연, 교육, 스포츠 등의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슈퍼 VR 워치, 100여개 실시간 채널과 18만여편의 VOD를 즐길 수 있는 올레TV 모바일, FPS인 ‘스페셜포스 VR’, K-POP 기반 VR 리듬액션 게임인 ‘댄싱소드’ 등을 즐길 수 있는 슈퍼 VR 게임 등의 서비스가 KT로부터 제공된다.
그리고 아프리카TV, 네이버 V라이브, 바스타 라이브VR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 이들이 제공하는 e스포츠, 면접의 신, 아이돌 팬미팅 등의 콘텐츠를 VR로 즐길 수 있다고 KT는 강조했다. 현재 약 450편의 콘텐츠를 VR로 볼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이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KT는 밝혔다.
KT는 슈퍼 VR 서비스가 단순히 앱을 기반으로 하는 타사의 VR 서비스와 달리, 완전히 독립된 생태계의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은 월 정액 요금을 내면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만 제공하지만 향후 각 콘텐츠 공급업체들의 정책에 따라 부분 과금 서비스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더 많은 파트너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KT는 밝혔다. 현재 KT 슈퍼 VR 서비스에 참여했거나 참여 예정인 기업은 바른손, 네이버, 한국관광공사 스마일게이트, 지니뮤직, 롯데백화점, 나스미디어(광고사업), 청담어학원(어학교육), 헬로앱스(코딩교육) 등이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와이파이 통신을 통해 네트워크 접속을 하지만 향후 5G 모듈을 내장한 제품도 2020년 즈음 출시할 예정이라고 KT는 밝혔다. 5G 버전은 HMD 본체 값에 콘텐츠 구독 요금, 통신 요금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지 않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마치 스마트폰을 구매하듯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KT는 밝혔다.
그리고 KT 슈퍼 VR 서비스가 KT의 VR HMD에서만 이용 가능한 폐쇄적인 형태라는 지적에 대해서 KT는 향후 오큘러스나 바이브 등의 다른 VR 플랫폼에서도 이용 가능한 앱 형태의 서비스도 예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한편, 이날 KT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KT 슈퍼 VR용 HMD를 제조해 공급하는 중국 피코사에 대해 뛰어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동시에 제공하는 우수한 업체라고 칭찬하기도 하는 등, 자사의 사업 파트너로서 높은 신뢰감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체험해 본 KT 슈퍼 VR은 화질이 우수한 편이었으며, 외부 기기의 연결 없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구동하는 무선 올인원 형태의 HMD라 편의성이 좋은 편이었다. 다만 일부 고용량 콘텐츠는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닌 다운로드 방식으로 서비스 되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45만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진다는 지적에 대해 KT측에서는 '70~80인치급 4K(UHD)급 TV를 사려면 수백 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200인치급 4K 화면을 체감할 수 있는 KT 슈퍼 VR의 가격은 그에 비하면 저렴한 편' 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의견에 동의할 만한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 지가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