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막연한 개념으로만 생각했던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이제 본궤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작년에 5G(5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되었으며, AI(인공지능)이나 IoT(사물인터넷), VR(가상현실) 등의 첨단기술을 응용한 이른바 실감미디어 기반의 콘텐츠도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실감미디어 콘텐츠는 기술과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한층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6일에는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회장 전병우)가 주관하고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원장 최용석) 및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명준)이 주최하는 ‘2019년 실감미디어 심층기술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서울 스카이뷰 섬유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미래 실감 라이프 기술 및 콘텐츠 서비스’를 주제로 학계 및 업계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개회를 선언하는 이수인 조직위원장(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수인 조직위원장(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개회사를 통해 15년 즈음 전에 3D TV 워크샵으로 처음 시작했던 이 행사가 5년여 전부터 실감미디어 워크샵으로 개편되었고, 올해부터는 기술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기술과 예술, 인문학까지 결합된 한층 심도 있는 행사로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환영사를 하고 있는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전병우 회장>
뒤이어 환영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전병우 회장은 앞으로는 단순히 생활 편의를 향상시키는 기술만 발전시키는데 탈피, 인간을 위한 기술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도전할 시점이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행사를 통해 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이해하게 되어 참가자들이 새로운 통찰을 얻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송승환 감독 "평창올림픽 성공 이끈 건 예술과 기술의 융합"
환영사 이후, 이날 행사의 핵심을 담은 키노트 발표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이 이어졌다. 연사는 배우 겸 ‘난타’ 등의 공연기획자로도 유명한 송승환 감독이었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개회식 및 폐회식의 총감독을 맡기도 했는데, 예술적 상상력과 첨단기술의 결합이 결합된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 세계인들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막식을 기획하며 적용한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연사로 나선 송승환 감독>
송승환 감독의 말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감독 제의를 받고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콘셉트였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 등의 다른 아시아 나라와 어떻게 다른 지 세계인에게 설명해야 했고, 각국의 전통 건축문화를 살펴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중국의 것은 웅장함을, 일본의 전통 것은 디테일함을 강조하는 반면, 한국의 것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것에 주목하면서 기본적인 콘셉트를 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국인의 기본적인 정서를 ‘한’에서 찾던 예전의 시각에서 벗어나 ‘흥’과 ‘융헙’에 주목했다. 자신이 연출했던 ‘난타’나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전에서 한국인의 ‘흥’과 ‘융합’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개회식에선 우주의 조화를 상징한 태극 무늬를 배경하여 장구춤으로 한국인의 흥을 표현했다.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등장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조형물>
또한 폐회식에선 서구음악과 전통음악을 뒤섞고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을 조형물로 등장시켜 융합이라는 콘셉트를 표현했다. 팔각구층석탑 조형물은 초속 8미터 이상의 바람이 불면 쓰러질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었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히도 그날 기상상황이 이례적으로 좋았다. 송승환 감독은 ‘하늘 역시 우리편’ 이었다며 이날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올림픽은 스토리가 필요하다. 송승환 감독은 강원도의 다섯 어린이라 한국의 고대와 현대, 미래를 넘나드는 스토리를 준비했으며, 상당수의 연출은 실제 조형물이나 공연이 아닌 영상 상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예산의 부족 때문이었다고 송승환 감독은 토로했다. 하지만 덕분에 시청자의 TV에서만 볼 수 있는 AR(증강현실) 연출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하늘의 별자리를 재현하거나 경기장 바닥의 메밀꽃이 반딧불이로 변해 하늘로 올라가는 등의 표현을 AR로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AR 기술을 결합해 환상적인 연출을 구현한 장면>
가장 고민이 많은 부분은 ‘미래’의 연출이었다. 이는 특히 주최측에서 4차 산업혁명과 ICT(정보통신기술)을 부각시킬 것을 많이 요구했다고 한다. 송승환 감독은 고민 끝에 어린이들이 퓨처게이트(미래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과학자가 되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 평창이 세계로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가장 신경을 쓴 건 오륜의 표현이었는데, 이는 경기장의 비둘기가 드론으로 바뀌어 하늘에 스노보드 캐릭터를 표현하다가 오륜 마크로 변하는 연출을 통해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1218대의 드론이 동원되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고 송승환 감독은 강조했다. 본래는 1300대의 드론을 동원하려 했으나 그 중에 상당수가 추락해 1218대가 되었다는 비화를 함께 전하기도 했다.
<드론을 이용한 오륜기 연출은 당시 세계적인 화제를 불렀다>
그 외에 개회식에서 남북한의 선수가 함께 성화를 봉송, 성화 점화자인 김연아 선수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리허설이 필요했으나 해당 선수들은 리허설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사 관계자들은 해당 선수들에게 무선 이어폰을 전달하고 모자를 씌워 이를 숨긴 뒤 개막식 당일 실시간으로 두 선수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려 완벽하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대세
송승환 감독은 이러한 관련 에피소드들을 전하며 평창올림픽은 기술과 예술의 조화를 이끌어내 성공을 이끌어낸 의미 깊은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그 외에도 삼성전자 휴대폰이나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술과 예술의 융합으로 인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많다며 향후 이러한 융합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키노트 발표 이후, '실감 기술과 예술의 만남' 및 '디지털 트윈과 도시의 만남'을 주제로 14회에 달하는 명사들의 강연이 이어져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행사는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가 주관하고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및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주최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삼성전자, LG전자, 전북글로벌게임센터, 전자신문, IT동아, 서경대학교 VR미래융합센터 등이 후원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